해고 쉬운 환경 만드는 게, 경제살리기?

이명박 당선인의 공무원 7000명 감축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록 2008.01.20 20:00수정 2008.01.20 20:00
0
원고료로 응원

CEO 대통령 이명박 당선인이 칼을 들었다. 작은 정부, 예산 절감, 공무원의 경쟁력을 외치며 공무원 7000명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감축되는 조직 중에 일부는 공사화 되거나 민간화 되기도 하지만 감축 대상의 상당수는 여전히 대책이 없다.


이번 감축 대상도 비리 공무원, 무능한 공무원이라기 보다는 조직 개편을 위한 통폐합에 의한 감축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번에 감축 대상이 된 공무원 중 상당수는 업무 능력과 상관없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 당선인은 인수위의 공무원 감축안 대책 마련에 대해 추상적으로 막연하게만 감축 대상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라고만 말하지 말고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기사도 보았다.

 

하지만 조직(공무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해고시키는 사람들을 향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있을까? 적어도 유능한 CEO 대통령인 이명박 당선인이 인원 감축을 결정하고 인수위에 대책마련을 지시하기 이전에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뒀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번에 감축 대상자인 한 공무원의 글을 본적이 있다. 자신은 연구직 공무원이며 주로 1차 산업(농업, 어업 등)에 대한 연구 업무를 한다고 한다(아마도 농업진흥청으로 추정된다). 그는 말한다.

 

"내가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일하고 연구했다는 나의 자긍심과 자부심은 이제 어디로 던져야 하는 걸까? 어느 기업이 1차산업을 연구하기 위해서 돈을 댈 수 있을까? 과연 농민, 어민이 연구를 위한 돈을 댈 수 있을까? 인수위가 말하는 1차 산업의 유통구조가 복잡한 것이 연구직 공무원의 잘못일까? 민간연구기관이 되어서 인수위의 바램대로 1차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 출처: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678205


많은 국민들이 당선인과 인수위의 공무원 7000명 감축에 환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은 일도 안 하고 놀면서 돈버는 데 게다가 철밥통이기까지 하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생각인가보다.


공무원 사회가 예전에는 그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를 거치면서 공무원들은 분명 많이 친절해졌다. 작은 부탁을 해도 설명하기 쉽게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여전히 공무원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확실히 대한민국 공무원은 많이 변했다. 경쟁력도 많이 갖추었다. 앞으로도 더욱 변해야 하겠지만.


대부분 공무원들의 업무량도 상당히 많은 것이 현실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직후 인터뷰에서 서울시 공무원 중에서 일이 많지 않아서 태만하게 근무하는 공무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많은 공무원들이 야근을 해야 할 만큼 업무량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불친절한 일부 정부 부처도 있다. 마감시간이 다 되어 법원에 서류접수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마감시간이 딱 되면 법원 직원은 기다리고 있는 사람 서류 접수를 해주지도 않고 그냥 퇴근해버린다.

 

얼마 전에는 세무서에 갔다가 면박만 당하고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무원 사회는 예전에 비해서 많이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조직 문화도 많이 바뀐 것이 사실이다. 공무원 조직이 무조건 일은 하지도 않으면서 철밥통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공무원 입장에서 매우 억울한 일이기도 하다.


이명박 당선인은 기업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부르짖으며 일차리 창출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공무원 7000명을 감축하면서 향후 추가 인원의 채용을 억제하여 정부 조직을 더 작게 만들겠다고 했는데, 지금 존재하는 7000개의 일자리를 줄이는 동시에 신규채용을 최소화 하겠다고 하면서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까?


지난 국민의 정부 때에는 IMF 직후에 대량 실업사태에 공공근로라는 명목의 일자리를 인위적으로 창출하여 정부 조직을 중심으로 비록 불안한 일용직이기는 하지만 일자리를 창출했었다. 공공근로제도가 근본적으로 가계에 크게 도움은 되지는 않았지만 대량 실업 사태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기초 생계는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은 했다. 경제가 불안한 환경 속에서 공공부분 일자리를 창출하여 사회적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당선인은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경제가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기업의 경쟁력, 국가 경쟁력을 부르짖으며 해고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서 7000명의 공무원을 감축하여 해고하기 쉬운 환경을 몸소 실천했다.


IMF 이후에 고용 없는 성장을 하고 있고 비정규직이 양산되어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임금은 절반 정도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청년들의 취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무원을 중심으로 기존의 일자리도 줄이고 신규 채용 규모도 급격하게 줄인다면, 과연 이명박 당선인은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하겠단 말인가?

 

지난 몇 년간 공무원 신규 채용규모가 수만 명에 이르렀다. 공공부문 채용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의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있다. 지금도 수십 만명의 취업 준비생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만약 공무원 신규채용규모를 축소한다면 청년 실업란을 가중시킬 것이며, 청년 구직자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실업자과 구직자들을 모두 당선인이 추진중인 대운하 건설 현장에 투입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명박 당선인이 생각하는 경쟁력은 해고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기업 혹은 여타 조직의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반면에 유한킴벌리의 사례와 같은 해고보다는 직무 교육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별로 없는 듯하다.


이명박 당선인이 추구하는 작은 정부론도 정부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크게 기여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 무분별하고 인위적으로 인원을 감축하는 것은 조직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없다. 특히 이번 7000여명 감축안에서 나오는 것처럼 출연연구기관 인원을 3000여명을 감축한 것은 정부 조직의 핵심역량을 외부로 전환함으로 인해서 내부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작은 정부를 추구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완벽한 해결방안 없이 인위적이고 일방적인 인원 감축 계획은 정부 조직의 경쟁력보다는 내부 조직의 동요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이명박 당선인이 그토록 약속했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명박 당선인은 "무엇보다 경제!"를 외치고,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외치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당선인이 의욕적으로 내놓는 정책들은 기업에 고용되어야 할 직원이 언제 해고될지 모르고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임금은 줄어들며 그나마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도 언제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만들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강한 의지를 당선인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정부 조직에서 가장 먼저 단행했다. 이제 7000명의 해당 공무원들은 직장을 옮겨야 하고, 공무원이 되려고 수년간 준비했던 취업 준비생들은 그들의 꿈을 접고 다른 분야에 처음부터 도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국민들은 이명박 당선인을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그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든 간에 국민들이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당선인이 추진하는 정책들을 봤을때 국민들 개개인이 져야 할 책임치고는 너무 크지 않은가 싶다. 그리고 가장 먼저 책임을 지는 대상은 이번에 감축되는 7000명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당선인이 외국인도 공무원이 될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능력있는 외국인이 공무원이 되어 공무원 조직이 더욱 경쟁력을 가진다면 좋겠죠. 그런데 의사소통이라도 잘 될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후진국 출신의 외국인은 우리나라 공무원이 되기 굉장히 힘들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쨌든 외국인 공무원이 이번에 감축되는 인원의 빈자리를 채우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2008.01.20 20:00ⓒ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당선인이 외국인도 공무원이 될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능력있는 외국인이 공무원이 되어 공무원 조직이 더욱 경쟁력을 가진다면 좋겠죠. 그런데 의사소통이라도 잘 될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후진국 출신의 외국인은 우리나라 공무원이 되기 굉장히 힘들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쨌든 외국인 공무원이 이번에 감축되는 인원의 빈자리를 채우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공무원 감축 #이명박?경제정책 #농촌진흥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2. 2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3. 3 신체·속옷 찍어 '성관계 후기', 위험한 픽업아티스트 상담소 신체·속옷 찍어 '성관계 후기', 위험한 픽업아티스트 상담소
  4. 4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5. 5 전 대법관, 박정훈 대령 바라보며 "왜 '별들'은..." 전 대법관, 박정훈 대령 바라보며 "왜 '별들'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