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8.01.23 08:39수정 2008.01.23 08:39
날이 밝으니 앞자리에 앉은 이스라엘 녀석의 수면모드도 해제됐는지 좌석 등받이도 원위치되고, 무엇보다 차가 달리니 살 것 같다. 공기가 다르다. 보통 '히말라야' 하면 눈덮힌 설산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곳 히말라야 산자락은 온통 초록 바다 위에 보석보다 청명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노란 덮개가 얹어져 있는 차가 우리 미니버스.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정말 파아란 하늘, 정말 하아얀 구름.. 카메라로도 인간의 언어로도 그 색채는 온전히 표현되지 않는다. 상선아
▲ 노란 덮개가 얹어져 있는 차가 우리 미니버스.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정말 파아란 하늘, 정말 하아얀 구름.. 카메라로도 인간의 언어로도 그 색채는 온전히 표현되지 않는다.
ⓒ 상선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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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를 위해 잠시 정차했던 버스가 다시 출발하면서 운전기사가 귀에 익숙한 팝송테이프까지 트니, 이제 비로서 여행하는 기분이 난다. 그래. 역시 미니버스 타기를 잘했어. 돈이 좀 더 들기는 했어도 이렇게 쾌적하잖아. 그리고 빠르고….
물론 시선을 조금만 낮춰 차바퀴와 10cm 내외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 길끝, 즉 낭떠러지를 보게 되면 '내가 미쳤지. 내가 지금 왜 이 짓을 하고 있는거야?'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거야 뭐. 일반버스를 탔어도 마찬가지니까.
다치거나 죽는 게 겁나는 건 이 사람들도 마찬가지일텐데, 다닐 만한 길이니까 다니겠지. 그런데 도대체 뭐를 믿고 이런 길에 안전 울타리 하나 설치 안 하고, 안전벨트 다는데, 돈이 얼마나 든다고. 맨 앞자리에만 안전벨트가 있나? 하긴 일단 차가 삐끗해서 저 계곡으로 나르면 안전벽이나 안전벨트가 있어도 별 도움은 안되겠다마는.
자꾸 아래로 향하려는 시선을 억지로 위로 향해 가며 가는데, 갑자기 "꽝~" 소리가 나더니 차가 멈춘다. 아, 이건 또 뭔가? 마주 오던 군용트럭이 우리 버스와 충돌까지는 아니고 옆으로 스쳤다.
더 안 좋은 사태가 얼마든지 가능했던 상황이니 양쪽 모두 다친 사람이 없는 경미한 접촉사고로 끝난 게 다행이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우리 버스 사이드 미러가 날아가고, 차 지붕에 묶어맨 배낭들이 모두 땅바닥에 패대기쳐진 데서 끝나지 않고, 움직이지를 않는다는 것.
그래도 상대방이 일반차량이 아닌 군용트럭이니 뭔가 신속한 도움을 받으리라 생각했는데, 왠걸? 상당히 고압적인 군인들은 잠시 차에서 내려 휘이~ 현장을 둘러 보더니, 가타부타 아무말없이 트럭에 올라 자기네 가던 길로 가버린다.
뜨거운 태양 아래, 먼지만 폴폴 날리는 인적없는 산길에 11명의 외국인관광객들과 터지지 않는 휴대폰을 들고 어쩔줄 몰라하는 현지인 기사를 그냥 남겨두고. 뭐 저런 놈들이 다 있냐?
2008.01.23 08:39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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