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종교시설에 투표소 설치 금지 권고

"종교시설 투표소 설치는 '인권침해'"

등록 2008.03.19 16:58수정 2008.03.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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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선 당시 유력한 후보가 특정 종교에 대한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이와 함께 수십년간 선거관리위원회가 관행으로 선정했던 종교시설 투표소 설치가 특정후보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유권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하 종자연)은 지난 2월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 중 자신이 신봉하지 않는 종교적 상징물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 혹은 그러한 종교적 상징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 이하 국가인권위)에 투표소 설치가 인권침해에 해당하는지 밝혀달라며 진정을 내었다.

 

국가인권위는 3월 19일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권고안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투표구 내에 투표소를 설치하기에 적당한 장소가 없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교시설 내에 투표소를 설치하지 말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권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공직선거 시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은 헌법 제20조가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울러 국민 중 일부라도 종교상의 이유로 투표를 위해 종교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심리적 부담으로 느끼거나 나아가 투표행위 자체를 꺼리게 된다면 이는 국민의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의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권고는 올 2월 A씨가 종교시설 내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은 투표행위 자체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종교시설 내에 투표소를 설치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지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해 온 데 따른 결정입니다."

 

종자연은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18대 총선에서 인권위의 권고안이 선관위의 투표소 선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종자연이 지난 17대 대선 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투표소 13,178개 투표소 중 1,172(8.9%)곳이 종교시설에 설치되었다. 종교시설 투표소의 종교별 구성을 살펴보면, 교회가 1,048개소로 89.4%를 차지했고 성당이 100개소로 8.5%, 불교 관련 종교는 19개소로 1.6%, 기타는 5개소로 0.4%였다고 한다.

 

투표소 결정은 투표일 10일 전에 결정되고 있어 이번 4월 9일 치러질 18대 총선에서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관행이 계속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투표소 위치는 계속 낮아지는 투표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88년 13대 총선 투표율은 75.8%였으며, 2000년 치러졌던 16대 총선은 57.2%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변이 없는 한 이번 18대 총선은 투표율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투표율이 50%를 넘기지 못할 경우 대표성이 결여되어 민주주의 체제 자체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선거가 국민의 총의를 모으는 축제의 장이 되도록 주무기관인 선관위의 노력이 절실해지는 대목이다. 투표율 증가를 위해서는 정치인 자질 향상과 정치 불신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 그것과 더불어 투표의 편의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전체 투표소중 8.9%에 달하는 종교시설 투표소가 국민의 절반이상인  무종교인과 다른 종교를 가진 국민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어 투표활동에 불편을 주고 있다면 관행으로 선정되어 왔던 종교시설 투표소는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종자연의 관계자는 선관위가 유권자들, 특히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시설을 투표소로 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투표를 적극 유도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새로운 생활시설이 만들어지는 지역의 경우 가장 먼저 진입하는 것이 종교시설이며, 종교시설이 좋은 위치를 선점하는 경우가 많아 접근성, 편의성으로 따지자면 이런 종교시설을 따를 곳이 없어 선관위의 관행이 계속된다면 종교시설 투표소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국민갈등 요소를 줄이고 편안하고 즐거운 투표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선관위가 행정편의적 발상에서 벗어나 적절한 투표장소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

 

종자연은 지난 2월 27일 종교시설 투표소 설치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청구를 내놓은 상황이다. 이번 인권위의 권고가 헌재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2008.03.19 16:58ⓒ 2008 OhmyNews
#18대 총선 #투표소 #종교 #인권위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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