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8만원 세대>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선진국인 한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사진은 영화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2006)
불타는필름의연대기
작년 9월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책은 취업난을 겪고 있는 그리고 또 앞으로 겪게 될 지금의 20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당시 나는 선진국인 한국에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몇 개월 전 '한국인 절반 이렇게 산다- 비정규직 800만 시대'라는 시리즈 기사를 보면서 또 한 번 충격으로 경악했다. 내로라하는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취업이 힘들어 비정규직에 몸담으면서 불안에 떠는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다.
지방에서 OO대를 다니고 있는 이씨(25, 한국인)는 졸업을 앞두고 걱정거리가 태산 같다. 이력서를 여기저기 넣고 면접도 몇 차례 봤지만 아직까지도 취업 여부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씨는 "정말 속상하다, 지방대를 나와서 취업이 힘든 것도 있었는데 이번 경제위기로 취업이 더 힘들어졌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이제 신입을 잘 뽑아주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가리지 않고 아무데나 취직하는 것이 목표이다. 취직이 안 된다면 정말 부모님을 볼 면목이 없다"면서 눈시울을 흐렸다.
또 대학생인 윤씨(24, 한국인)는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데 요즘에는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구하기 힘든 것 같다. 음식점 같은 데도 가족들이 직접 일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아르바이트생을 쓰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메신저에서 만난 중국인 강씨(25)는 한국 경제 불황이 중국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강씨는 중국 베이징외대를 졸업하고 가이드의 꿈을 펼치고자 지난 7월 중국 후난성(湖南省) 장자제(張家界)의 모 여행사에 취직했다. 강씨는 "장자제는 중국에서 여행 중심도시이고 관광산업으로 새롭게 부각되어 있는 곳이다. 한국인들한테 인기 있는 관광지로서 해마다 관광객 중 70%가 한국인이고 여름철에는 하루에 평균 1000명 정도의 한국관광객이 찾아갈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어 구사에 능통한 강씨는 이런 점을 파악해서 그 회사에 취직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강씨는 "우리 회사의 주 수입원은 한국인인데 지금은 예전보다 수입이 엄청 못해졌다. 8~9월까지만 해도 한국인 관광객들이 100팀 정도(1팀당 10~20명 정도라고 함) 있었는데 12월에 들어서면서 4팀으로 줄어들었다. 한국인들이 여행을 오지 않는 데다가 경기불황으로 한국 돈 값이 떨어지다 보니 피해 보는 건 우리다. 경제위기도 위기지만 외환위기라고 하는 쪽이 더 맞을 것 같다. 빨리 환율이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이런 위기로 인해 여행사를 그만둔 동료도 있었다고 하면서 가이드의 꿈을 키우고자 좋은 대학을 나왔는데 이런 위기에 직면하니 예전처럼 일할 힘이 없다고 말했다. 할 일이 없는 요즘에는 게임으로 하루하루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 경제도 위기, 유학 통해 재충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