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한국 최고의 메소드 배우"

'주머니 속의 송곳' 배우 정성화

등록 2009.01.17 16:17수정 2009.01.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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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배우 정성화 아티안 인터뷰

배우 정성화 아티안 인터뷰 ⓒ 김진욱

▲ 배우 정성화 아티안 인터뷰 ⓒ 김진욱

모르는 이들은 정성화를 개그맨 출신의 뮤지컬 배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본래 배우였다. 초등학생 시절 TV에서 흘러 나오는 동요를 테이프에 녹음해 듣던 때부터 배우로서의 치열한 연습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노래는 부르는 것만큼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느낌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 지 등을 듣고 느껴 보면 부를 때 그 감정이 더 잘 살아나거든요. 뮤지컬에서 노래는 아주 극단적인 연기에요. 대사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감정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연기 메소드의 일환으로 노래가 불려져야 해요. 그냥 힘껏 불러대서는 관객의 마음에 다가갈 수가 없어요. 2년 동안 <아이 러브 유> 공연을 하면서 제 노래를 제가 듣고 많이 배웠지요. 언제 어떻게 어떤 식으로 불러야 하는지는 듣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낭중지추라는 말이 있다. 배우 정성화의 반짝이는 재능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유독 튀어 나와서 사람들이 그를 그냥 두지 않는다. 개그맨 신동엽은 개그계로 이끌었었고, 설도윤 PD는 뮤지컬로 안내했다. 그리고, 여러 분야에서 정성화 꼬시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얼마 전에 TV 드라마를 한 편 찍었습니다. 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를 4부작 미니시리즈로 만든 건데요, 이번에 출연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어요. 기회가 되면 브라운관 연기도 다시 해 보고 싶어요. 대극장 무대에서 보여 줄 수 없는 디테일한 연기가 가능하잖아요?

 

연극이나 영화도 물론 해 보고 싶어요. 역시 도전해 보고 싶은 뭔가가 있어요. 해 보고 싶은 배역이라면 자베르 경감이나 <프로듀서스>의 프로듀서처럼 내면에 다른 모습을 지닌 악역 캐릭터가 욕심 나고요, 앙상블과 어우러지는 대극장 코메디도 꼭 해 보고 싶어요.

 

지금 출연 중인 <형제는 용감했다 (2008.12.5~2009.2.8,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도 그런 면에서 제 바람에 맞는 작품입니다. 초연 때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다른 공연과 겹치는 바람에 못했었어요. 다행이 기회가 되서 이번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작품이 정말 좋아요.

 

주인공만이 아니라 모든 앙상블이 함께 끌어 갑니다. 게다가 이런 사람들이 어디 숨어 있다 이제 나타난 걸까 싶게 너무 뛰어난 배우들이 앙상블을 맡고 있어요.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에 몰두하면서 서로 간에 조화의 힘을 만들어 냅니다. 너무 행복한 기분이에요.(웃음)

 

a 배우 정성화 아티안 인터뷰

배우 정성화 아티안 인터뷰 ⓒ 김진욱

▲ 배우 정성화 아티안 인터뷰 ⓒ 김진욱

그는 바른 생활 배우의 표본이다. 작품에 헌신적이고 연습은 필사적이다. 또한 평소 책을 즐겨 읽으며 내적 에너지를 꾸준히 충전한다. 든든한 자신감 속에 자만하지 않는 조심성을 함께 갖추고 있으니 잠시도 성장이 멈추는 일이 없다. 컴퓨터 잡지 프로그램 및 원고 기재, 성가대 활동, 학교 축제 스타, 문선대 사회자, 군악대 애국가 솔리스트 등등. 참 먼 길 돌아 왔다고 했더니, 그 길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이라 말한다.

 

개그맨 출신이라는 점에 감사합니다. 일주일에 두 개씩 콩트를 짜내야 했던 그 때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 밖의 다른 경험들도 모두 감사합니다. 지금 제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없어요. 공연할 때는 물론이고 연습할 때나 동료들과 보내는 시간 속에 어떤 식으로든 제게 도움을 줍니다.

 

배우로서 행복한 것은 역시 관객의 박수소리겠지만, 공연을 계속 하는 것은 추억을 쌓기 위한 의미도 큰 것 같아요. 한 번의 공연마다 좋았던 일과 아쉬운 점들이 생겨나면서 저를 성장시키거든요. 새로운 친구도 많이 생기고요. 그래서, 저는 작품마다 MT도 꼭 가야 해요.

 

예산이 안 잡히면 우리끼리 돈 걷어서라도 가야 합니다.(웃음) 지금 보내는 시간도 지나면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제게 가장 큰 힘이 돼요. 이런 점들이 배우를 그만 둘 수 없게 하는 것 같아요. 먹고 살만 하냐고요? 비정규직이잖아요. 공연이 계속 있으면 굶지는 않아요.(웃음) 하지만 겹치기는 사양이에요. 공연에 방해되거든요.

 

a 배우 정성화 아티안 인터뷰

배우 정성화 아티안 인터뷰 ⓒ 김진욱

▲ 배우 정성화 아티안 인터뷰 ⓒ 김진욱

착하고 겸손한 성품에 칭찬을 해도 바로 받지 못하고 비껴 받는다. 인터뷰 내내 칭찬조의 질문을 던졌건만 동문서답식 대답을 해 온다.

 

꿈이라면 진정한 변신이 가능한 메소드 배우가 되는 거에요. 머리 모양이나 모습을 바꾸는 것은 옵션이겠고요, 배우의 마음이 캐릭터에 따라 바꿔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적으로 준비가 되면 외적인 부분은 따라서 바뀌거든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고요, 그런 연기가 관객들로부터 인정받는다면 정말 행복하겠지요.

 

관객들께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마음을 열고 편하게 관람해 주십사 하는 거에요. 가끔 노트를 펴고 뭔가를 적는 분이 계신데요, 무대 위에서 그런 분을 만나면 어떻게 해 드려야 할 지 정말 모르겠어요.(웃음) 저희가 준비한 공연의 기쁨을 마음껏 향유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배우’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열악한 문화환경과 배우층, 그리고 기형적 제작 여건에 의해 뮤지컬만 전문적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있던 시절이 원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배우 정성화처럼 능력 있는 배우들의 올코트 실력 발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것은 곧 관객인 우리의 행복이다. 뮤지컬 무대 뿐만이 아니라 연극, 영화, TV 모든 무대에서 번뜩이는 그의 연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 이 인터뷰는 지난 15일 연강홀에서 했습니다.
- 본 기사는 공연예술포탈 아티안(http://www.artian.net)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2009.01.17 16:17ⓒ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5일 연강홀에서 했습니다.
- 본 기사는 공연예술포탈 아티안(http://www.artian.net)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배우 #정성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아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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