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극한 직업>
EBS
'막장 드라마', '막장 국회', '막장 대학' 이제 또 '막장' 무엇이 나올까?
"막장은 폭력이 난무하는 곳도 아니고 불륜이 있는 곳도 아니다." 며칠 전 석탄공사사장이 '막장'을 비하하지 말라며 항의하고 나섰다. 나올 말이 나왔다. '불륜'과 '폭력'으로 얼룩진 TV드라마를 비판하면서 '막장'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마치 피로 피를 씻는 격이다. 어제(3.7) 오전 방송된 KBS1 <TV비평 시청자데스크>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위'라는 말을 앞세우긴 했으나 이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막장'이란 표현의 유포에 편승한 꼴이 되고 말았다.
막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듣기엔 남의 신성한 '일터'를 함부로 비하하는 '막돼먹은'
언사가 아닐 수 없다. 시청율에 눈멀어 막 나가는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소금과 빛이 되는 진짜배기 '막장' 드라마를 소개한다.
바로 EBS <극한직업>이다. 이 드라마에는 '재벌'이나 '꽃미남'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막장'이 배경이고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주연 배우다. '막장'은 막다른 갱도의 끝, '극한의 작업공간'이다. 땅 속 '막장'에서는 '광부'들이 일하고 있는 것처럼 바닷속 끝 에서는 '산업잠수사'들이 일한다. 하늘 위 막장도 있다. 지상 100m 상공에서는 송전탑을 짓는 이들과 긴급 전기보수팀이 일하고 있다.
EBS <극한직업>은 그 동안 방송에서 한 번도 제대로 주목하지 않았던 이들의 일터와 노동을 꾸밈없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KBS1 <체험 삶의 현장>과 SBS <생활의 달인> 등 직업인의 세계를 옅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극한의 직업세계'와는 거리가 있다.
<극한 직업>이 다큐멘터리니 따분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생사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함이 있고 진솔함과 재미 그리고 교훈도 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지만 극본 없는 논픽션 드라마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