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가 본 태백산맥과 한국에서의 문학은?

200쇄 돌파한 <태백산맥> 조정래 작가와의 대화

등록 2009.03.09 16:42수정 2009.03.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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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가 본 문학이란

우리 문단의 거대한 산맥과 같은 존재인 조정래 작가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오마이뉴스의 대 회의실은 조용했다. 각각이 혼자 온 이들이라 말없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모르나, 이들의 표정은 모두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옆자리에 앉으신 분은 디카를 자꾸 만지작거렸고, 그 옆 책상에 앉으신 분은 꽤나 닳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한 권씩 책상 위에 올려놓고 계속 훑어보고 계셨다. 숨 막히게 조용하지만 들뜬 분위기 속에서 주름잡힌 노작가가 들어와 앉고 드디어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사회자는 대학시절 별생각 없이 집었던 <태백산맥>의 첫 시작이 사랑을 나누는 부분이었다며 그 덕분에 태백산맥을 읽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고 가볍게 말문을 열었다. 또한 나오는 욕이 어찌나 구체적인지 나중에 써먹으려고 필기까지 해가며 봤다고 농담을 하면서 사회자는 밝아진 분위기로 마이크를 노작가에게 넘겼다.

조정래 작가는 머리숱은 조금 적었지만 눈빛이 형형하고 목소리가 카랑카랑했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펜을 꺾지 않고 한 길을 걸어온 이답게 말 한마디 한마디가 뚝심이 느껴졌다. 작가는 사회자의 인사말에 대한 대답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남북이 화해해야만 통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태백산맥의 주제입니다. 그들도 인간이고, 뜨거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작가적 구성으로 태백산맥을 사랑장면으로 시작한 것이지요. 손님 끌려고 했다는 소리도 있었지만 그건 표피적인 겁니다"

두고온 자식을 그리워하는 모습 등을 표현해 빨치산의 인간화를 시도했다는 노작가는 이어 강연의 주제를 '문학이란 무엇인가'로 잡았다.

'작가는 인류의 스승, 그 시대의 산소'


문학의 힘은 무엇일까. 릴케는 "지금 굶어 죽어가는 소년에게 빵 하나 줄 수 없는 내 시가 무슨 소용인가"하고 괴로워했다. 하지만 조정래 작가는 '인류가 멸망한다면 과연 무엇을 남길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답은 바로 잘 된 소설 한 권이라는 것이다. 소설에는 인류가 살다간 문화적・철학적・종교적인 흔적이 모두 드러나기 때문이다. 조작가는 "이러한 총체성이 확보될 때 소설로서의 가치가 생기며, 문학은 일생을 바쳐 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자 그 시대의 산소이며 문학인으로서의 의무와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말해선 안되는 것을 자꾸 말하는 것이 종교이다. 철학은 말할 필요없는 것을 자꾸 말하려는 것이다. 과학은 말할 수 있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학은? 꼭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문학이다"


 문학은 그 작품을 있게 한 모국어의 자식들이다. 그래서 그 나라 언어에 공헌해야 하는 것이 문학이이며 이는 그 나라 국민들의 고통과 괴로움에 대해 해결하려 하고, 다루는 것으로 연결된다. 조작가는 "그것이 한국에서라면 분단이다"고 단언해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문인은) 분단을 해결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통일이 될 때까지 분단 극복 문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문학작품의 60%가 분단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국가보안법 안에서 놀고 있다. 이는 분단극복문학이 아니라 분단문학이며, 반공문학이다"고 밝혔다.

태백산맥은

조정래 작가는 마흔 살이 되는 해부터 <태백산맥>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스물여덟의 나이로 등단한 뒤 10년간 쓴 것을 되돌아봤을 때, 자신의 문학은 쓰레기통에 들어갈 것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그는 다시는 분단을 소재로 소설을 쓰지 않겠다는 각오로 아는 것을 총동원해 <태백산맥>을 쓰기 시작했다.

1권을 처음 냈을 때, 택시를 같이 탔던 한 평론가는 "1권에 무슨 얘기를 그렇게 많이 넣었느냐"며 "10권이나 쓸 수 있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조작가의 대답은 "할 말이 너무 많아서 큰일입니다"였다. 실제로 그는 후에 12권으로 쓰려던 것을 압축해 처음 예정이던 10권으로 소설을 끝마쳤다. 하고싶은 많은 이야기들을 줄여 뒤로 갈수록 스피디하게 진행시켰고 그래서인지 대하소설임에도 한번도 지루하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 책장 넘어가는게 아까워서 한 장 한 장 아껴가면서 읽었다는 말이 가장 듣기 좋다는 작가는 "자신이 장기수에게 도움이 됐던거 같다"며 웃기도 했다.

남북관계 - 경제적 연합, 문화적 화합, 정치적 통합을 이뤄야

 "20세기 가장 잔인한 전쟁이라는 베트남 전쟁은 8년 동안 180만 명이 죽었다. 하지만 한국전쟁은 3년 동안 350만 명이나 죽었다. 그 시대에 국제적 인식의 유대가 없어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다. 지금은 그 당시에 비해 화력, 병력이 100배인 상태인데 이 상태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얼마가 죽을지 모른다. 평화통일만이 길이다"

조 작가는 최근 남북관계에 우려를 표하며 남북 간의 경제적 연합, 문화적 화합, 정치적 통합을 해야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예로 개성공단을 들며 그러한 공단을 열 개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5000명이 넘는 이들이 임금을 받고 있는 실질적 효과가 있기에 북한이 관광을 다 막아도 개성공단은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개성공단이 열 개가 있었다면 남북관계가 지금같이 됐을까'란 물음을 던지며 그는 북한도 현재 전쟁 운운하는 감정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이성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점점 통일이 안 되도 괜찮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젊은 세대들을 다시 일깨우는 것이 기성세대의 의무"라고 밝혔다.

 20년을 꼬박 누굴 만나지도 않고 신들린 듯이 글을 써내려갔다는 작가 조정래. 그는 태백산맥을 완성시킨 후 독자들에게 그 이전 시대를 이해시키기 위해 아리랑을, 그 이후 시대를 이해시키기 위해 한강을 썼다. "우리나라 역사가 너무나 할 말이 많다"며 "자신은 작가로서의 의무를 다했을 뿐"이라고 겸손히 밝힌 노작가는 "생명이 있는 한 우리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더 이상의 대하소설은 후배들을 위해 그만 쓰겠다고 말했지만 앞으로도 길이와는 상관없는 깊은 이야기들을 기대해본다.
첨부파일
조정래.gif
태백산맥.jpg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와 개인 블로그에 개재합니다.
#조정래 #태백산맥 #저자와의 대화 #아리랑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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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에 경제전문 기자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아직은 준비가 부족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제 꿈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고 싶습니다.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이 들게 하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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