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에서 제작한 '상상플러스' 라는 프로그램 중 '세대 공감 old & new' 라는 코너가 있었다. 코너는 '어른들이 모르는 10대들의 단어.' 와 '10대들이 모르는 어른들의 단어.'라는 두 가지의 문제를 두고, 출연자들이 정답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이 코너의 취지는 세대 간의 차이를 좁히고, 공감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10대들의 말과 어른들의 말이 얼마나 다르기에 이러한 코너까지 나오게 되었는지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놀라울 정도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회수권', '넝마주이', '깜냥', '자리끼', '바투'와 같은 어른들이 쓰는 단어와 '므흣', '불펌', '네타', '지름', '덧채'와 같은 10대들의 단어는 그 모습만 보아도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나 스스로도 몇 살 아래에 있는 10대들의 단어를 유추하며 놀랐는데, 어른들이 느끼는 충격은 이보다 더했을 것이다.
본래 인간은 소통을 통해 서로를 느끼고, 이해하며, 사회적인 능력을 교환하는 동물이다. 더불어 글이라는 것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미래로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구축한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소통이 뒤틀리고 있다. 어른은 어른대로 10대들은 10대대로 자기들만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한글인데, 그 뜻과 단어의 쓰임은 외국어마냥 해석을 해야 하니, 그야말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대 차이라는 것은 사회 변화에 따라 기존의 가치관이 무너지고, 그 위에 새로운 가치관이 성립되어 다음 세대가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신세대'와 'X세대', 'P세대'라는 분류들도 위의 사회적 맥락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종의 가치관이다. 사용하고 있는 물건과 대화기법, 자주 부르는 노래나 통용되는 유행 등으로 구분되는 가치관들은 세대를 구분하는 데에 있어 가장 큰 기점이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위의 예시 중 대화기법의 심각성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여타의 문화와 달리 대화기법은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충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적었던 것처럼 현재 어른과 10대 간에는 같은 한글을 쓰고 있음에도 외국어마냥 해석을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이르게 되었다.
이 말인 즉, 세대 간의 의식이나 활동, 문화, 가치와 같은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유행에 민감한 세대에 있어 뒤쳐짐이란 혼자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렇기에 어른들과의 인식을 맞추기보다 또래의 인식만을 바라보게 되고, 이것은 곧 단절을 의미하기에 이른다. 어떻게 보면 단어 하나하나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곧 세대 전체의 문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간혹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면 어른과 아이가 말의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아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되는데, 단절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어려움을 알고 있음에도 문화 차이라는 것에 인식을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세대 간의 차이는 인정하면서 그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지지부진한 것도 큰 문제이다. 고작해야 서로간의 만남을 조성하여 친근성을 올리기에 급급할 뿐이다. 정작 중요한 의사소통이 뒤틀렸는데, 많은 만남을 가져봐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또 그렇다고 새로운 단어에 대한 표현을 금지하는 것도 무리이고, 새로운 단어를 무조건적으로 사전 속에 기입하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결국 남은 것은 서로간의 대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우선 '세대 공감 old & new' 같은 코너를 더욱더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프로그램의 신설과 집중적인 조명을 통해 사회적 인식을 이끌어내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단순 오락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시사성이 강한 프로그램의 신설도 중요하며, 더욱이 이런 프로그램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많은 사람들이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세대 간의 골을 좁히기보다는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들 때에 진정 세대 간의 갈등이 사라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009.04.23 13:52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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