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도 경쟁력" 소리에 죽고 싶었죠

취업자들 울리는 '압박 면접', 안 당해본 사람은 몰라

등록 2009.11.04 13:15수정 2009.11.0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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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공채는 많다고 했던가. 대기업 공채가 몰리는 9월을 지나 10월이 되면 각종 면접이 시작된다. 심층면접, 압박면접, 합숙면접, 토론면접까지 면접 성격도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때야말로 취업대비 포털 사이트가 가장 뜨겁게 달궈지는 시기다.

각종 공채 소식뿐 아니라 '취업 족보'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면접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총 합격자 수는 몇 명인지, 합격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 취업준비생들의 맞춤형 정보들이 공유된다.

면접관이 물었다, "날아오는 총알을 잡으려면?"

김현자

"면접 대비는 거의 취업사이트에서 해결하는 편이에요. 따로 시간을 내서 준비하지 않아도 다 나와 있거든요. 해당 분야에서 실제로 일하시는 관계자의 말이 올라올 때도 있어요."

금융계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학생 김정진(24, 경영학과 )씨는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는 게 목표다. 때문에 아직 3학년이지만 공채에 대한 관심이 많아 취업사이트에 종종 들르는 편이라고.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구직 활동에 열심인 이하양(25)씨 역시 인터넷 검색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녀가 찾는 것은 인터넷을 떠도는 '별난' 세상 이야기. 이를 스크랩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3개월째다. 

"처음 면접을 봤을 때 너무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아서 놀랐어요. 무슨 소리를 해야될지 몰라서 횡설수설하다가 나왔죠. 면접실에서 나오는데 등에 땀이 흥건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황당, 엽기, 난센스 같은 것을 모아서 공부하고 있어요."

'세계에서 하루 동안 소비되는 피자의 양은 얼마인가', '골프공의 구멍 개수는 모두 몇 개인가', '날아오는 총알을 잡으려면?' 등등 요즘 기업 면접에선 이상한 질문들이 차고 넘칠 지경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색 면접대비 스터디도 만들어진다.


면접 스터디를 만든 조규성(28)씨는 올 하반기 공채에 17개 회사에 지원했다. 그는 서류전형과 인적성검사는 쉽게 통과하는데 면접에선 늘 고배(苦杯)를 마셨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질문을 하면 속으로 '이제 난 죽었구나' 합니다. 자신이 없어서요. 솔직히 왜 그런 문제를 내는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취업하려면 어쩔 수 있나요."


압박면접 대비 초등학생용 수수께끼 책까지 섭렵 

조규성씨가 구성한 스터디는 '압박면접 대비반'이다. 4명의 팀원이 매주 한 번씩 모여서 1주일 동안의 이슈를 정리하고, 같이 신문을 읽는다. 여기까지는 일반 스터디와 다를 바 없다. 다른 스터디와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가장 이상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

팀원들은 일상생활에서 궁금했던 것들이나 가장 신선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매주 한 개씩 만들어 온다. '지나가는 사람이 뺨을 치면 어떻게 하나', '가장 높이 나는 새는',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면' 등 면접장에서 듣게 되면 결코 만만치 않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제겐 스터디가 큰 도움이 됐어요. 면접을 볼 때 실제로 비슷한 질문을 받은 경우도 있거든요. 미리 연습해 봤기 때문인지 면접관에게 '기발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어요."

이번에 기업 면접 과정을 통과한 정샛별(23)씨가 덧붙였다. 그녀는 면접을 위해 초등학생용 수수께끼 책까지 섭렵했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문제가 출제될지 전혀 몰라요. 정답도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고정관념을 버리고 언제나 남과 다르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죠."

"몸매도 경쟁력인데..." 소리 듣고 차도로 '확'

'토익점수도 낮은데 왜 우리 회사를 지원했죠?',
'본인 스펙이 별로라는 건 알고 있죠?'
'몸매도 경쟁력인데…'
'00씨, 친구들이 꽉 막혔다고 안 그래요?'

취업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마지막 단계는 바로 '압박 면접'. 이름부터 구직자들을 가슴 졸이게 만드는 '압박 면접'을 겪은 사람들의 심리상태는 어떨까.

'차도에 뛰어들어 확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 최근 면접장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는 김소영(26)씨는 압박 면접의 후유증을 이렇게 표현했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질문에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잃었다는 그녀는 울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눈물을 꾹 참았다고 털어놓았다.

"상체에 비해 하체에 살이 많아서 항상 그게 고민이었거든요. 근데 '몸매도 경쟁력이다'란 말씀을 하시니까. 제가 지원한 파트는 사무실에 앉아서 하는 업무가 대부분인데 몸매가 무슨 상관일까 싶었어요.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압박면접은 지원자가 흥분한 상태에서 보이는 태도와 표현력을 평가하는 자리다. 면접관은 기업이 지원자에게 바라는 참신성, 유머, 의연함, 자신감 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듣기 싫은 질문을 물어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도가 넘은 질문들이 많아 취업 준비생들에겐 흔히 '지옥의 맛'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구직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적'인 압박면접에서 울고 나오는 사람도 한 둘이 아니라고 하니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지옥'같은 장소라는 말이 꽤 잘 어울린다.
#면접 #압박면접 #취업 #구직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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