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 값이 1300원? 사죄하라 도둑놈들아"

위안부 할머니들, '후생 연금 탈퇴 수당금' 전면 거부 기자회견 열어

등록 2009.12.24 18:58수정 2009.12.2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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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인사동 거리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여기저기에서 크리스마스 노래가 흘러 나와 거리는 온통 설레는 분위기이다. 흥겨운 인사동 거리에서 조금 나와 왼쪽으로 들어가니 일본 대사관 앞에는 의경들이 대치하고 있다. 그 맞은편으로 7명의 할머니들이 '해방 64년 후생 연금이 고작 99엔! 아직도 노예 취급하나?'라는 글귀를 들고 차가운 얼굴로 서 있다.

24일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군 위안부 할머니 7명이 일본 사회 보험청의 '후생 연금 탈퇴 수당금'에 대한 전면 거부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일본 후생 노동성 산하 사회 보험청은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 노역을 당한 근로 정신대 할머니 7명에게 '후생 연금 탈퇴 수당금'으로 1인당 99엔(한화 130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김선호교장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는 김선호교장
김선호교장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는 김선호교장김새롬

"일본에 가면 공부도 시켜주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일본인 교장의 꼬임에 속아 일본으로 끌려간 이들의 나이가 도대체 몇 살 이었던가?"

이날 기자회견은 김선호 교장의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시작되었다. 할머니들은 13세~15세라는 어린 나이에 끌려가 전쟁 속에서 잔인하게 희생되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버리고 전쟁의 소모품으로 취급 당한 할머니들에게 돌아온 것은 고작 1인당 99엔이다. 김선호 교장은 "일본의 이러한 행동은 피해자 할머니들을 농락하는 처사"라고 강력히 비판하였다.

근로정신대 할머니 기자회견을 하고있는 할머니들
근로정신대 할머니기자회견을 하고있는 할머니들김새롬

기자 회견문을 낭독하는 동안 한 할머니는 고개를 떨구고 있었고 한 할머니는 눈을 허공을 향해 주시하고 한 할머니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결국은 울음을 참지 못하였다.

"어린 나이에 강조 노동을 시킨 일본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한 마디 사죄의 말을 듣지 못했다."

이어 최봉태 변호사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에 대한 일본의 처사를 비판했다. 일본 정부로부터 단 한마디의 사과의 말을 듣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토로하였다. 최 변호사는 "일본은 1965년 한일 회담 문서를 공개하지 않고 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99엔이라는 돈도 그들의 엄청난 투쟁을 통해 겨우 얻어낸 결과였다. 그들의 투쟁이 얼마나 외로운지, 그들의 투쟁을 일본정부는 외면하고 가장 먼저 나서야 할 한국정부는 지난 세월 동안 수수방관할 뿐이었다.

여운택 할아버지 기자회견을 하고있는 여운택할아버지
여운택 할아버지기자회견을 하고있는 여운택할아버지김새롬

피해자는 할머니들 뿐만이 아니었다. 1943년 일본제철주식회사 대판 제철소에서 2년 동안 강제 노동을 당한 여운택 할아버지(88)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하였다.


여운택 할아버지는 "2년이라는 기간 동안 노예와 같은 학대를 받으며 고통을 참아왔다. 하지만 일본은 67년전 돈 316엔을 그대로 지급했다"라고 말했다. 그 당시 316엔이라는 돈은 소 여섯 마리를 살 수 있는 돈이지만 일본은 67년 전 돈 그대로 지급하였다. 지금은 커피 한 잔도 사먹지 못하는 그 돈을 일본은 할아버지 손에 쥐어주었다.

양금덕 할머니는 감정을 주체 하지 못하고 결국 땅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내 청춘을 돌려달라! 사죄하라! 이 도둑놈들아!"

그렇게 돌이킬 수도 없는 청춘을 향해 자신의 청춘을 망쳐버린 일본을 향해 그리고 이 날까지도 묵인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향해 양금자 할머니는 몇 분 동안 목놓아 우셨다.

 통곡하고 있는 양금덕 할머니
통곡하고 있는 양금덕 할머니김새롬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양금덕 할머니 대신 김성주 할머니께서 대신 나와 말씀하셨다.

"학교를 갈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공장에 끌려 갔습니다. 공장에서 절단기에 손가락을 잘리고 지진 때문에 아직도 다리를 절뚝 거리고 밤마다 잠을 뒤척입니다."

할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진정시키고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꼭 잡으시며  차근차근 말씀을 하셨다.

"일본을 갔다 왔다는 이유로 평생 숨어서 살아야 했고 남편은 위안부라는 이유로 구박했습니다. 이 한을 누가 알아 줄 것입니까?" 

이번 후생연금문제는 단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제 동원된 노동자들만 수십만 명이다. 최봉태 변호사는 "이번이 시작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머지 분들뿐 아니라 임금 문제, 배상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99엔이라는 돈으로 피해자들을 농락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 일본은 할머니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고, 대한민국은 할머니들을 평생을 숨어서 지내게 만들었다. 2009년까지 일본과 대한민국은 수많은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2010년의 일본과 대한민국은, 이제는 좀 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나.
#근로정신대 #강제노동 #후생연금 #99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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