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의 두 주인공 박용우와 연정훈
SBS
<제중원>의 두 남자, 황정과 백도양(연정훈 분) 역시 전혀 반대되는 배경과 성격의 인물이다. 양반 가문에서 자라난 도양은 자신의 '공부'를 위해서라면 사형수 해부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이기적인 인물이다. 반면 황정은 신분은 천하지만 겸손하고 정직하며, 타고난 손재주와 눈썰미를 지닌 인물이다. 서로에게 부족한 것(주변 환경, 타고난 재능)을 서로 지니고 있는 두 남자가 앞으로 어떤 의사가 될 지 지켜볼 만하다.
[공통점 3] 의학은 내 운명- 솔직하고 뻔뻔해진 주인공들<하얀거탑>에서 잠시 등장하는 장준혁의 어린 시절 회상 장면이 있다. 한 그릇 밖에 없는 밥으로 아들의 도시락을 싸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가 끼니를 거르실까 봐 일부러 도시락을 집에 두고 나오는 어린 준혁의 모습. '명인대학교 의과대학 합격'이라는 현수막이 걸린 준혁의 동네. 짧은 회상 장면이지만 장준혁이 왜 그렇게 성공에 집착했는지를 설명해 주는 장면이었다. 어린 준혁에게 의학은 지독한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빛이었으리라.
<제중원>의 주인공들에게도 의학은 '빛'이다. 황정에게 의학은 천한 신분을 벗어나 하나의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빛'이다. "백정인 주제에 넌 왜 글을 배운 거냐? 너도 솔직히 백정으로 살기 싫었던 거 아냐?"라는 친구의 말(1회)에서 황정 역시 백정이라는 운명 속에 성공하고 싶은 욕구를 감추고 있었던 인물임을 알 수 있다.
부족한 것 없이 자란 것처럼 보이는 도양에게도 의학은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빛'이다. 어린 시절 도양은 외가가 서학을 했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집에서 쫓겨나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때부터 도양에게 아버지는 극복하고 싶은 대상이 된다. 아버지의 뜻에 반해 성균관을 그만두고, '하필이면' 서양 의학에 관심을 갖는 도양의 행동은 단순한 젊은 혈기에서 나온 행동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