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권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탑신과 벽화. 태극권은 기공, 도교사상, 의술 등이 융합된 종합무술이다.
모종혁
중국 무술의 정수에 도교사상과 의술까지 더해져원현에 들어서면 눈에 익은 사진을 배경으로 한 커다란 선전판이 찾는 이를 반긴다. 하얀색 도복에 입은 중국인들이 태극권을 수련하는 장면 위에 '태극권의 고향 원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쓰여 있다.
원현 중심가에서 동쪽으로 6㎞ 떨어진 천자거우(陳家溝), 이곳이 중국 태극권의 성지이자 발상지다. 천자거우는 허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농촌마을이다. 천씨 성을 가진 주민들이 주로 사는 집성촌으로, 인구가 좀 늘어났다지만 마을 전체를 통틀어봤자 200여 가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 천자거우에는 원주민보다 더 많은 외지인이 몰려들어 생활하고 있다. 그들이 이 벽촌 마을에 온 이유는 오직 태극권을 수련하기 위해서다.
마을 중앙에 조성된 태극권 조사전은 천자거우와 태극권의 역사를 잘 보여준다. 조사전 앞마당에는 태극권의 창시자 천왕팅(陳王廷, 1600~1680)의 석상이 우뚝 서있다.
본래 천씨 가문은 산시(山西)성 훙둥(洪桐)현에 거주했다. 명나라 초기 관부의 압력에 의해 허난으로 이주한 천부(陳卜)는 천자거우 천씨 가문의 시조다. 천부는 문무를 겸비한 인물로, 원현에 정착한 뒤 고향을 지키고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무술을 익혔다.
그 9대손인 천왕팅은 가전(家傳) 무술에다 명대 말기 장군인 치지광(戚繼光)이 편찬한 <기효신서>(紀效新書), 기공의 모태인 도인토납술(導引吐納術), 도교의 음양사상, 전통의학 등을 종합해 태극권을 창시했다.
이는 천왕팅의 신위를 모신 조사당 좌상 양쪽에 쓰여 있는 경구를 통해 잘 나타난다. '대도일원(大道一元) 제가대성(諸家大成), 태극양의(太極兩依) 조권술진제(造拳術眞諦).' 즉, 큰 뜻을 품어 모든 무술의 정수를 하나로 모으고, 여기에 도교사상을 더해 창제한 무술이 곧 태극권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