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는 11일 늦은 저녁 8시 30분 가랑비를 맞으며 간담회장인 솔바우마을 체험관(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송암리)을 찾았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이 지사는 100여명의 도민, 팬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꽃다발도 받았다.
이날 이 지사는 "끊어진 다리를 도민들이 사랑과 열성으로 이어주셨기에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며 "이런(도민과의 만남)자리를 마련해 주신 강원도민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이어 "등산을 무척 좋아하는데, 우연히 산을 오르다 사찰에 저를 위한 등불이 켜져 있는 장면을 봤다"면서 "인연은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무슨 뜻이 있어서 이렇게 만나게 해준 게 아니냐"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 지사와 함께 모임에 참석한 고진국 강원도의회 부의장은 "여당 밭에서 야당 씨앗을 뿌린 강원도는 이제 문명을 바꾸게 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판결 대로 대법원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다"며 자신감을 비추었다. 이밖에도 도의원과 시의원들의 응원차 방문이 이어졌다.
갖가지 사연을 품고 온 도민들과 카페회원들. 자신을 장애인이라고 밝힌 닉네임 '해바라기'는 지난 5월 20일 이 지사를 위한 목도장을 파서 건네주었고, 동해에서 해물찜 식당을 운영하는 '민주야사랑해'는 대법원 앞에서 했던 이광재 지키기 1인 시위 포문을 열기도 했다.
이 지사와 얘기를 나누는 도민들은 '날이갈수록 핼쑥해 지신다', '직무복귀 후 더 고생하신다'는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엄기영 전 문화방송 사장의 행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홍성수 솔바우마을 이장은 마을 들녘에서 캔 옥수수와 감자를 무상으로 내놓았고, 부녀회에서 식사준비도 봉사해 주었다. 홍 이장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을 맺어 솔바우마을이 정보화마을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와 도민과의 만남을 주선한 광재사랑카페지기 장혜진씨는 11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올해 6돌을 맞은 광재사랑카페는 4000명 육박할 만큼 늘었다"고 말했다.
직무복귀에도 이 지사와의 만남이 조심스럽다는 지적에 대해 그녀는 "카페회원 대다수가 강원도민이기에 도민과 만나는 사석자리 성격으로 추진한 것"이라며 "카페회원이 아닌 도민들도 많이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광재 도지사님이 참여하고 안 하고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렇지만 이렇게 동참해주셔서 자리를 빛내주시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뜻 깊은 자리였다"고 밝혔다.
12일 자리를 이동한 도민과 팬 일행은 대룡산(강원도 춘천시 동내면)을 오르기 위해 신촌1리에 있는 한 식당에 모였다. 오전 9시께 관광버스를 대절해 영동지방 주민들도 합세했다. 9시30분에는 이 지사가 간편한 등산복 차림으로 비서실장을 대동해 와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손을 잡고, 사인도 해 주었다.
오전 10시경 대룡산으로 출발했다. 오전 11시에 명봉과 갈라지는 샘터에 도착해 잠시 쉬었다가 대룡산 정상으로 향했다. 하산하던 등산객들이 이 지사를 알아보고 악수를 청하고 말을 건넸다. 오후 12시에 하산해서 오후 2시까지 점심식사를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이 지사가 식사 후 먼저 관사로 떠난 뒤, 한 회원이 이 지사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회원들끼리 실랑이가 벌어졌고, 주변에 있던 아무개 춘천시의원이 말리기도 하는 등 끝맺음이 좋지 않았다.
등산하는 동안 이 지사외 일문일답 하였다.
-등산을 좋아한다는데?
"어렸을 때(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살 때) 연 날리기를 좋아했다. 겨울에 엄마 몰래 연을 만들어 거기에 소원을 적어 날리고 있었는데 실이 끊겨 산꼭대기에 올려 보낸 적이 있다. 연이 사라진 그 산 너머가 궁금하고, 다른 세상이 있을 것 같아 반드시 가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루어졌다. 소원은 언젠가는 무엇이든 이루어진다고 본다."
-몇 년 사이 우여곡절이 심했을 텐데, 현재 심정은?
"힘든 시기에 도지사 출마, 취임식 직후 직무정지, 450만원으로 월급 삭감… 많은 일들이 발생하였는데,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저를 구하려고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도와준 많은 분들이 있었다."
-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았는데?
"바람은 고기압과 저기압의 차이로 고에서 저로 불어오는데, 사람의 마음을 비교의 잣대로 선을 긋는다면, 불행의 바람인 태풍이 불어온다. 직무가 복귀된 만큼, 현재의 위치에서 충실하는 게 대법원 판결에 좋게 나타나지 않겠나?"
-도민과의 만남이 자칫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는데?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눈치 보지 않는다. 나를 초청한 분들의 성의를 봐서라도 안 올 수가 없었고, 토․일요일에 개인적인 차원에서 회비도 내고 오게 되었다. 원래 일정에는 11일에 찜질방에서 숙박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일반시민들도 많은 공개된 장소에서 자칫 피해를 줄 수가 있어 솔바우마을로 오게 된 것으로 아는데, 자연 속에서의 만남도 좋다고 본다."
-대법원 최종판결이 남아있어 직무복귀에도 직원들과 엇박자로 흐른다는 지적에 대해?
"직무정지 전부터 '열린지사실'을 통해 민원을 모았고, 복귀 후에는 좀 더 활성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등 공무원들이 잘 따라주고 있다. 새로운 정책보다는 기존에 해왔던 정책을 이어 재추진하는 것부터 하고 있어 문제없이 직무를 보고 있다. 걱정하는 도민들의 기우에서 비롯된 지적 같다."
-끝으로 도민과 팬들에게 한마디?
"운명은 주어진 게 아니고, 열심히 하면 바꿀 수 있다. 인생은 사고의 연속이다. 파도가 쳐야 또 파도를 만들어 모래사장을 뒤엎게 되고, 다시 물결은 모래를 쓸어내린다. 밀려갔다 밀려오는 과정 속에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사진기 이상으로 날짜가 잘못 입력되어 있습니다.
2010.09.13 11:16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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