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이 지난 28일 열린 당대표자회에 참가한 모습이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됐다.
로이터=뉴시스
1983 년생의 어린(?) 청년이, 그 나라 군대의 '대장' 직위와 집권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어머 어마한 권력의 자리에 등극하게 되었다. 그리고 차기 권력을 계승할 사실상의 후계자로 낙점되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이러한 파격적 승진을 성취한 그 청년은, 제 나라 최고 권력자의 아들이라고 한다. 한 술 더 떠, 현재의 최고 권력자도 자신의 권력을 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 한다.
어떤가?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된 정상적 근대국가의 시민이라면, 아마도 "사우디 아라비아나 부탄같은 같은 전제군주정의 요소가 짙은 왕국"을 연상하게 될 것이다. 누가 그런 권력에 대해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프랑스 혁명의 성취 이후, 세계인류는 국가 권력의 정당성은 시민에게서 나온다는 정치적 이론을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와 다른 나라가 이러한 객관적 조건을 깨는 행위를 3대에 걸쳐 행하고 있다면,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의 범주'일 것이다.
문제는, 그 나라가 하필이면 우리와 같은 민족이 세운 나라인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이라는 것이다. 남북문제의 복잡한 함수 관계를 생각한다면, 섣불리 뭐라 그러기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민주노동당은, 절대 권력의 권력세습을 부정적으로 인식해야 하는 '보편적 상식'의 측면보다,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남북문제의 특수한 상황을 좀 더 고려한 것 같다. 민주노동당의 평당원으로서, 이러한 당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도 아니다. 이정희 당 대표의 표현처럼 (남북협력을 위해) "말을 꾹 누르는"것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치적 행위가 될 수도 있겠다.
<경향신문>의 '오버'<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민주노동당의 태도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경향신문>이 보기에(아니 대다수의 합리적 지성인들이 보기에), "북한의 3대 세습은 민주주의는 물론 사회주의와도 아무런 인연이 없다, 북한의 가족 통치는 사회주의 이념을 배반하고, 사회주의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3대 세습을 공식화한 북한에 대한 "당대표자회의가 긴장 완화와 평화통일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기를 희망한다"는 민주노동당의 논평이, "북한은 무조건 감싸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그야말로 냉전적 사고의 잔재이다, 한국의 진보세력이 그렇게 냉전시대에 갇혀 있는 한 냉전적 보수 세력의 발호를 차단하는 것도 어려워진다"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하였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민주노동당의 논평에 대해, <경향신문>은 가혹한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안 그래도 진보진영을 '종북'으로 낙인찍어 버리는데 공을 들이는 수구언론에게, 좋은 먹잇감을 진보언론이 선물로 준 격이 되고 말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논란의 확산당연히 진보진영 일부에서 강력한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동당 일부 지역당은 '경향신문 절독'선언을 하기에 이르렀고, 이대근 논설위원(경향신문 사설 집필자)과 민주노동당간 논쟁이 치열하게 일어났다. 이러한 논쟁에 김기협(프레시안), 유시민, 진중권, 유창선까지 가세하면서 진보진영 내부의 공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상황이다.
유창선은 "나는 이번 <경향>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을 '진보판 색깔론'이라고 규정한다"며 "민주노동당이 북한의 3대 세습을 옹호했던 것도 아니고, 단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북주의' 취급을 당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또 민주노동당 '새세상 연구소'는 논평을 통해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하여 '북한추종' 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또 하나의 '오리엔탈리즘'에 불과하다"며 "에드워드 사이드는 유럽 사회의 오리엔탈리즘이 결국 19세기와 20세기 유럽열강의 아시아 침략의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것이 북한 정권이 되었건 민주노동당이 되었건 상대방을 타자화하고 대상화하는 것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패권적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경향신문>의 사설은 유감을 넘어 불쾌한 일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경향신문>의 사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경향의 섣부른 '소영웅주의'적 행동으로 '종북=진보'라는 일부 대중의 편견이 심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나도 이런 점에 일정부분 동의한다. 사실, 예전부터 이대근 기자 특유의 '경직되고 극단적인'논조를 좋아하지 않은 터였다.
정치적 상황의 고려 - 섣부른 악수(惡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