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켜진 애기봉 등탑저녁 6시 20에 불켜진 등탑
오미정
20일 연평도 사격훈련과 21일 애기봉 등탑 점등식이 무사히(?) 끝나고 난 24일, 정부는 애초 26일로 예정했던 애기봉 등탑불을 2주 더 연장해 북한의 김정은 생일인 내년 1월 8일까지 켜놓기로 했다. 종교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거란다.
이적 목사는 "정말 크리스마스 트리라면 성탄절까지만 켜놓아야지, 더 연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김정은 생일이 예수님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때까지 켜놓겠다는 건인가? 북한을 더욱 자극하고 도발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점등식이 있던 21일에도 반대시위를 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신자 400명이 애기봉 점등식장에 있었다. 북의 공격이 예상되는 작전 지역에 민간인 400명을 불러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북이 공격을 했다면 어떻게 됐겠나? 상당수의 민간인이 희생됐을 것이고, 남한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북한을 완전히 초토화시켰을 것 아닌가? 생각할수록 섬짓하다. 내가 기독교 목사인데, 왜 평화로운 트리를 반대하겠나? 애기봉 등탑은 평화의 트리가 아니기 때문이다."확성기 방송 중단하니 주민들이 꿀잠을 잤다
이적 목사는 1997년부터 민통선 내의 용강리 마을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한강 하구 드넓은 평야가 있는 곳, 북한으로부터 불과 2km 밖에 안 떨어진 곳이다. 철조망 너머, 강 건너 북한 땅이 보이는 곳. 애기봉 점등식 날 옆마을 조강리에서는 대피방송이라도 있었지만, 용강리는 그나마 대피방송도 없었단다. 애기봉에 올라가있던 순복음 교회 교인들과 함께 용강리 60가구도 사실상 '인질'이 되었던 셈이다.
이적 목사는 2004년 선전활동이 중단되던 그 밤을 기억하고 있었다.
"북에서도 대남방송을 하고 남에서도 대북방송을 하잖아요. 우리 마을에 있는 확성기가 20개짜리였는데, 바람이 북에서 남으로 불 때면, 그 소리가 북쪽으로 안가고 우리 동네를 덮쳐버려요. 이래 버리면 동네 자체가 거의 아수라장이야. 왕왕왕왕.... 귀가 시끄러워가지고 아무 일을 못한다고. 그런 식으로 살다가 2004년 이후에 방송이 중단된다고 하니까, 얼마나 반갑던지.그날 밤 우리 신자들하고 철조망까지 가서 양측에서 오가는 선전방송들을 들었죠. 다른 때는 비방방송을 했지만 그 즈음에는 남북화해 분위기도 있고 해서 음악만 나오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자정을 기해서 뚝 끊긴 거예요. 교인들과 그 밤에 철조망에서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6년 7개월이에요. 정말 그동안에는 꿀잠을 잤어요, 단잠. 그것이 평화 아닙니까? 그런데, 이번에 애기봉 등탑에 점등하고, 확성기도 틀게 되면 민통선 안 우리 마을은 완전히 완전히 아수라장되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