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목사, 제발 그 입 좀 다물고 계시라

[주장] 일본은 희생양이다, 십자가 위의 예수처럼

등록 2011.03.14 13:35수정 2011.03.1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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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기가 그랬다. 일본의 지진은 우상숭배에 대한 신의 경고라고. 어떻게 이 시점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그의 천박한 신앙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런 이가 세계 최대 단일교회의 목사라니.

그의 말과는 다른 의미로 일본 지진은 자연의 경고이고 또한 신의 경고라고 나는 믿는다.
물욕에 눈이 먼 인간들과 세상을 망가뜨린 인간들에 대한 신의 분명한 경고다. 일본은 희생양일 뿐이다. 비슷한 일이 세상 어디에도 일어날 수 있다.

생명을 우습게 알고, 오직 돈이 제일이며, 같은 하늘 아래 굶어 죽는 이들과 함께 숨 쉬며 나 혼자만의 호의호식에 집착하는 인간들이 빚어낸 참사다.

한 조각의 스테이크는 수십 명의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작물이 있어야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다. 터질 듯 부른 배를 두드리며 디저트를 찾고, 이미 10억대 가까운 차들이 세계의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해마다 수천만대의 차들이 공장에서 만들어져 날개 달린 듯 팔려나가고 있고 그 차들이 내뿜는 배기가스는 지구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난개발로 아마존이 황폐하고 아프리카의 사막화가 진행되며, 남극의 빙산이 녹아내리고 있다. 우리 모두의 탐욕이 빚은 결과다.

그렇게 쌓인 지구의 스트레스가 지진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일본은 지진에 가장 취약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을 뿐이다. 물신숭배와 탐욕이 판을 치는 이 시대의 희생양이었을 뿐이다. 우리 모두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모두에게 일본 지진의 책임이 있다. 더 많이 소유하고 있어서 더 많이 소비하는 이들은 그만큼 더 많은 스트레스를 지구에 준 것이다. 그만큼 더 큰 책임이 있다 하겠다.

이 와중에 터져 나온 '우상 숭배에 대한 신의 경고'라는 조용기의 발언은 그의 속 좁고 속물적인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발언이다. 모르겠다. 그가 믿는 신은 속이 좁아서 안 믿는 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벌하는지 모르나, 대다수 많은 선량한 신앙인들의 신은 용서와 자비, 사랑의 신이다. 예수나 부처, 마호메트가 하는 말은 결국 같은 말이다.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선하게 살라는 것 아닌가.

잘못을 용서하고 끝없는 사랑으로 세파에 지친 속세의 인간들을 품어주는 신이다. 한 없이 크고 시작과 끝이 없는, 그래서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그 존재를 그려낼 수 없는 그런 존재다. 믿으면 돈 벌게 되고  믿지 않으면 그가 아무리 착하게 살았다고 해도 벌하는 속 좁고 무서운 신은 조용기 같은 이들이 혹세무민하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그려내는 허황된 신일뿐이다.


큰 재앙을 만나 망연자실한 일본에 조용기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며 협박하고 있다. 신을 팔아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말은 없다.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고, 믿음이 중요하지만 '선하게 사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그들은 애써 외면한다.

따뜻한 위로의 말이 필요한 때에 조용기는 뜬금없는 '협박'으로 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십자가 위의 예수에게 창끝을 들이대는 로마병사의 그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의 일본은 십자가 위의 예수와 다르지 않다. 예수는 사람의 죄를 대신해서, 그 죄를 씻기 위해 죽었다. 인류가 저지른 잘못으로, 우리 모두의 잘못된 삶의 방식으로, 대지진이 왔고 일본이 속죄양이 된 것이다. 십자가 위의 예수처럼.

명색이 세계 최대의 단일교회 목사라는 이가 인류에게 닥친 재앙 앞에 깊은 고민과 성찰 없이 단세포적인, 참으로 유치한 말 한 마디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말았다.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그에게서 깊고 심오한 지혜가 담긴 말을 기대하는 일이 헛된 일임을 알게 해주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바퀴 달린 십자가로 쇼를 즐기는 그에게 일본의 재앙은 순복음교회에게 좋은 비즈니스 기회로 보였을지 모른다.

참으로 안타깝게 신은 저주의 기도를 받아주지 않는다. '신의 이름을 팔아 일본인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조용기 목사를 벌해 달라' 내 기도는 헛된 짓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사탄의 본거지' 운운하며 절을 불타게 하옵시고, 없애주시라는 기도를 절대 들어주지 않는 것과 같다. 저주의 기도는 기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빈다. 그 신이 그들의 신이든 나의 신이든 상관없이…. 그리고 조용기 목사는 그 입 좀 다물고 계시라. 제발.
#일본 #대지진 #조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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