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문화로 바라보는 우리 문화콘텐츠

달아 노피곰 도다샤 우리네 소망을 널리 비춰주소서

등록 2011.04.20 15:42수정 2011.04.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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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의 야경 창덕궁 달빛기행 행사 참관 시 촬영
창덕궁의 야경창덕궁 달빛기행 행사 참관 시 촬영이치헌
▲ 창덕궁의 야경 창덕궁 달빛기행 행사 참관 시 촬영 ⓒ 이치헌

 

보름달 뜨는 밤 아내와 함께 창덕궁의 야간 데이트를 즐겼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주최로 매월 보름달이 뜨는 밤 창덕궁을 탐방하는 창덕궁 달빛기행에 참가신청을 하고 은밀한 궁의 야경을 경험하였다. 달빛아래 창덕궁을 거닐며 궁의 야경에 매료된 후 고궁에서 펼쳐지는 문화행사들에 대한 문화콘텐츠로의 접근을 조심스레 늘어놓아 본다.

 

달의 이미지는 동양과 서양이 다른 양상을 보이는 듯 하다. 서양의 달에 대한 이미지는 늑대인간의 전설을 통해 알 수 있듯 부정적이다. 달의 변화를 이유로 변덕스러움의 상징으로 인식하기도 하다. 동양의 달, 특히 한국의 달은 소원을 비는 혹은 남녀간의 은밀하고 낭만적인 만남을 의미하는 방향으로 각인되어 있다. 달은 태양처럼 밝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구름에 싸인 달은 그 은은한 아름다움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은은한 아름다움, 그것이 서양에서와 다르게 우리가 달을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옛날과 다르게 궁의 문화는 비밀스러웠고 특히나 야심한 밤의 궁문화는 더더욱 알기 힘든 곳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궁궐이지만 야간의 궁의 모습은 쉽게 보기가 힘들다.

 

달빛 아래 궁의 신비로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직접 보고 느끼고서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책을 읽다 머리를 식히러 나온 임금이었다가 남몰래 품어온 연정을 달빛 아래 속삭이는 궁녀였다가 임금을 알현하고 나와 잠시 달빛 아래 번민을 삭히는 신하가 되어 보는 경험.

 

고궁이 달라지고 있다...유·무형 문화 간의 만남

 

인류의 문화는 그것이 어떤 가치를 가진 기록이나 행위에 의한 것이든, 특정한 생활방식에 근거한 것이든 혹은 획기적인 기술에 의한 것이든 간에 일련의 흔적을 보면 다른 문화들과의 '섞임'에 근거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시대 고궁과 같은 유형의 문화재도 언제부터인가 전통의례 행사가 접목되면서 정지된 시각에서 동적인 공감각적 문화로 탈바꿈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을 전후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궁궐 재현행사들은 역사의 유물로 남아있는 고궁을 살아 숨쉬는 역사의 현장으로 되살려 놓았다고 보여진다. 경복궁 수문장교대의식, 덕수궁의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 국제문화행사로 거듭난 종묘대제 등의 전통의례재현행사와 창덕궁 내의원 한의학 체험, 덕수궁에서 펼쳐지는 무형문화재공연인 덕수궁풍류, 경복궁 내에서 펼쳐지는 경회루 연회, 그리고 앞서 경험한 보름달빛 아래 궁의 야경을 경험하는 창덕궁 달빛기행까지 고궁이라는 유형의 문화유산이 전통의례 재현이라는 무형의 문화유산과 만나 시간을 거슬러 역사의 숨결을 느껴 보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행사 기획?...'틀'이 새로움을 만든다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주안점은 문화를 보는 틀을 제공하는데 있다고 여겨진다. 옛 선인들은 터가 좋은 곳에 건축물을 지었다. 이는 풍수지리적인 사고의 영향도 있겠으나, 자연을 바라보는 풍광이 좋은 터를 중심으로 그곳에서 아름다움을 바라보기 위한 건축물을 지었다고 볼 수 있다. 자연 풍경이 좋은 곳이면 으레적으로 정자들이 세워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회루의 누각 위에서 기둥 사이로 바라보는 자연풍경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새로운 그림이 펼쳐지는 한폭의 움직이는 풍경화다. 건축물을 지은 건축가의 문화적 안목이 그만큼 높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지은 건축물은 단순한 건축물로서의 의미가 아닌 문화적 산물로 받아 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모든 문화적 산물들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바로 갖추어야 할 기본적 덕목이다.

 

똑같은 공예품도 기획자가 제공하는 틀에 따라 다른 전시가 되듯이 콘텐츠의 소재가 동일하다하여도 그것이 문화적 가공물로 관람객에게 보여지기까지 기획자가 제공하는 틀에 따라 그것은 다른 문화적 산물로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문화기획자는 기본적으로 대중과의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을 가진 문화기획자는 특정하는 대상들에게 자신이 목적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이해 또는 설득시키기 위하여 '보는 틀'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연도 어디서 보는지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공연장에서 보는 공연과 야외에서 보는 공연이 다르고, 고궁에서 펼쳐지는 공연 역시 고궁이 갖는 특성에 따라 보는 이들에게 또다른 느낌의 공연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이 다르고 아름다운 조경을 갖고 있는 창덕궁이 다르고 석조건물의 웅장함이 보여지는 덕수궁이 다르듯 각각의 공간적 특성이 가미된 공연물이 그 내용의 유사성에도 보는 이들에겐 달리 느껴 질수도 있는 것이다.

 

문화기획자가 문화의 모든 의미를 알려 줄 수 없다. 다만, 문화를 바라보는 틀을 제공하여 문화의 이면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그를 통해 새로움을 창출할 수 있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상상력은 우리를 깨어 있게 하기 때문이다.

 

2011.04.20 15:42ⓒ 2011 OhmyNews
#고궁 #문화콘텐츠 #문화유산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창덕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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