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츠하이머로부터 돌아왔다"

[서평] 알츠하이머 간병기이자 투병기인 <내 손을 잡아요>

등록 2011.05.14 19:52수정 2011.05.1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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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에 누군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면 <내 손을 잡아요>(아라이 가즈코/ 아라이 야스쓰네 지음, 현암사) 라는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왜냐하면 이 책은 평생 동안 의사로 살아온 아라이 야스쓰네가 알츠하이머로 진단을 받자 아내인 아라이 가즈코가 2년 동안 남편을 간병하면서 쓴 글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 신망을 받던 80대 의사가 건망증과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정신과 검사를 보고, "알츠하이머입니다"라는 진단을 받은 이후에 병원을 폐업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와 간병을 하여, 알츠하이머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이야기이다.

 

흔히 알츠하이머는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알츠하이머는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한 만성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아라이 야스쓰네는 의사가 처방한 아리셉트와 은행잎 엑기스를 복용하면서 치료에 전념하였고, 부인을 비롯한 가족도 적극적으로 간병을 하였으며, 당사자도 음악감상과 재활훈련 등을 하였다. 그 결과 아라이 야스쓰네는 "나는 알츠하이머로부터 돌아왔다"고 투병기를 쓰고 있다.

 

우리는 흔히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정신병에 걸린 것으로 취급하기 쉽다. 하지만 아라이 야스쓰네는 알츠하이머도 하나의 질병일 뿐, 그 사람의 전체 인격이 '알츠하이머 환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누군가에게 알츠하이머 환자임을 털어놓으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태도가 금세 돌변한다. 심지어 노골적으로 인격이 상실된 정신병 환자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깊은 상처를 받았고 더욱 세상과 단단한 벽을 쌓기 일쑤였다. 그러나 아내만은 나를 예전과 다름없이 본래의 나로서 대해 주었다. 아내는 내 마음의 유일한 안식처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인격 자체가 "감기환자"가 아니듯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도 "알츠하이머"에 걸린 "한 인격체"라는 점이다.

 

이 책이 알츠하이머 환자를 둔 가족과 그 당사자 그리고 관련 전문가에게 도움이 되는 이유는 180쪽에 불과하지만, 환자를 간병한 아내가 쓴 글에 환자 당사자와 환자를 치료한 의사도 한 꼭지씩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책은 2년 동안의 간병기이고 동시에 투병기이며 치료일지의 혼합체이다.

 

알츠하이머에 관한 책은 대개 전문가(흔히 의사)가 쓴 것이 많고, 가족이 쓴 책이 별로 없으며, 더욱이 알츠하이머 환자가 쓴 책은 거의 없다. 그 점에서 이 책은 환자를 간병한 가족이 집필하고, 같은 상황을 당사자인 환자가 덧붙이고, 가족과 환자가 쓴 글을 읽고 의사가 한 꼭지를 더 썼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책이다.

 

아라이 야스쓰네를 진단하고 치료한 사이토 마사히코는 그는 알츠하이머와 노인성 우울증을 함께 앓고 있다가 노인성 우울증이 호전되면서 알츠하이머의 증상도 어느 정도 극복한 사례로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면 "알츠하이머로부터의 생환"이라기보다는 "알츠하이머와 더불어 생긴 노인성 우울증으로부터의 생환"이 더 적합하다고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은 많은 환자들이 그것과 함께 다른 질병을 가질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츠하이머에 절망하거나, "정신병 환자"처럼 대우받기 쉬운 상황에서 이 책 <내 손을 잡아요>(원제, 알츠하이머로부터의 생환)는 매우 귀한 책임에 틀림없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가족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아라이 야스쓰네는 "컨디션이 회복되면서 삶의 의욕이 되살아난 나는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대한 학구열에 사로잡혔다. 명색이 의사가 자신의 병에 무지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웠고, 투병하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경험을 한 터라 의학 전문서와 환자가 쓴 체험수기 등을 읽으면서 알츠하이머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 점에서 노령화와 함께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올 수 있는 건망증과 노인성 우울증 그리고 치매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2011.05.14 19:52 ⓒ 2011 OhmyNews

내 손을 잡아요 - 알츠하이머 선고를 받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아라이 가즈코.아라이 야스쓰네 지음, 나지윤 옮김,
현암사, 2010


#노인 #치매 #알츠하이머 #책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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