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권하는 사회... 미국 일이 아닙니다

[조중동매 방송 해부③] 의료인의 이름으로 언론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

등록 2011.08.29 15:23수정 2011.08.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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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은 조중동 방송의 광고 약탈을 막을 미디어렙법 입법을 요구하며 23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언론노조 총파업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조중동 신문의 약탈적 광고 영업 행위를 그대로 답습할 조중동 방송을 반드시 미디어렙에 위탁시켜야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구하기 위해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영리병원을 다룬 7월 11일자 <중앙일보>

영리병원을 다룬 7월 11일자 <중앙일보> ⓒ 중앙일보


조중동의 방송진입이 다가오면서 보건의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걱정이 많다. 당장 걱정이 되는 것은 <중앙일보>와 J방송의 영리병원 '펌프질'이다.

의료민영화를 강력히 추진하려던 이번 정권도 하반기 들어서부터는 이른바 '레임덕'으로, 국민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영리병원을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안일한 생각이었다.

영리병원 펌프질 나선 <중앙일보>... 복지부 '납작'

이런 권력의 레임덕을 우려했는지, 영리병원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재벌언론 <중앙일보>가 7월 11일부터 1주일 동안 1면에 5일 연속 기획기사를 싣고 사설과 칼럼까지 16개의 기사를 통해 영리병원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다. 뉴스 즉, '새로운 내용'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한국이 왜 하필 인도와 태국을 따라가야 하는지, 어떤 나라도 의료관광이나 산업으로 선진국이 된 나라가 없다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동안 수차례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에 의해 반박이 된 재탕 삼탕 기사라는 점도 문제가 아니었다.

오직 중요한 것은 <중앙일보>의 권력과 그 권력을 이용하는 의제 설정의 힘이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물가로 인해 국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때, <중앙일보>가 영리병원을 전면 기사화하자, 그 주에 열린 청와대, 한나라당, 정부 회의에서 영리병원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결정됐다. <중앙일보>가 '복지부가 영리병원에 소극적'인 게 문제라는 기사를 싣자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복지부는 영리병원을 계속 추진해왔으며 소극적이었던 적이 없다'는 어이없는 해명자료까지 내놓았다.

급기야 8월 국회에 삼성이 추진하는 송도국제병원 허용을 위해 지식경제위의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추진법안이 중요안건으로 상정되었고 사회운동단체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의 영리병원 허용 저지에 온 힘을 쏟아야만 했다.

<중앙일보>가 이런 의제설정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은 중앙일보가 J방송의 방송진출을 앞둔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조중동 방송이 한꺼번에 방송진출을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이들이 방송을 통해 얼마나 교활하게 의료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선전을 해 댈 것인가. 눈 앞이 깜깜해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미국 의료가 망가진 이유? 광고 때문이야

거기다 조중동 방송이 독립적 광고계약권을 가지려고 한다고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조중동 방송의 방송직접 계약권은 보건의료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치명적이다. 미국의 가장 저명한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 편집장을 15년간 역임한 아놀드 렐만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의료가 상업화되고 민영화된 가장 중요한 계기를 의료분야의 광고 허용과 그 확대에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도 국내 언론 중 가장 많은 병원광고와 약 광고가 실리는 신문은 조중동이다. 조중동 방송진출이 허용되자 방통위에서는 병원광고와 전문의약품 방송광고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의사 처방이 있어야 하는 전문의약품 광고까지 허용하면 의약품 오남용이 심각해진다는 반론에 부딪치자 방통위가 다시 내놓은 안은 일반의약품 광고를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기획재정부는 '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통해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8 대 2 비율을 6 대 4로 바꾸고, 의약품 분류체계를 상시화하겠다고 밝혔다. 짜고치는 고스톱이다.

그리고 현재 이 방침은 현실화되고 있다. 지금 추진되는 것은 의약품 슈퍼 판매만이 아니다. 이와 동시에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으로의 전환을 상시적으로 하고, 당장 전문의약품 20개 성분을 일반의약품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의약품 광고 늘수록 '약물 사회' 된다

약품 20개 정도로 광고시장이 얼마나 넓어질까 의문을 제기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보면 2005년 상위 20개 의약품의 총광고액은 22억 달러(약 2조3000억 원)로 전체 의약품 광고시장의 반이 넘는다. 그리고 지금 복지부가 검토하는 의약품은 가장 잘 팔릴 수 있는 약 20개 성분이고, 더욱이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것과 유사한 약들이 상당수다. 또 상시적으로 전문-일반의약품을 분류하는 체계를 만들면, 앞으로 일반의약품이 얼마나 많아질지 모른다.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이 가져올 방송광고시장 확대효과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의약품 방송광고의 범위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그 사회는 약물에 의존하는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표적인 약물의존사회다. 2003년 카이저재단의 연구에 의하면 1달러의 광고비마다 4.2 달러의 의약품이 더 팔린다는 연구가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미 의회 예산 사무국(Congressional Budget Ofiice)조차 올해 6월 "신약 의약품 소비자 직접광고 금지의 잠재적 효과"라는 보고서를 냈을 정도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소비자에게 직접광고를 하는 신약이 광고가 없는 신약에 비해 9배나 처방이 많아진다. 의약품 광고는 약 권하는 사회를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약의 과잉 남용은 국민 건강을 파괴한다.

방송과 신문이 동일한 주제에 대해 동일한 주장을 할 때의 의제설정 능력과 여기에 스스로의 광고시장을 넓히기 위한 동기를 강력하게 가진 조중동 방송이 의약품 광고시장을 넓히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들에게 규제없는 의료광고로 인해 파괴되는 국민건강과 안전은 관심거리가 아니다.

이제 조중동과 그들이 옹호하는 세력을 위해 국민들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아무리 비싸도 영리병원을 이용해야 하고 의약품이 과잉 남용되는 사회가 될지 모른다. 이 때문에 조중동 방송과 그들의 방송광고 직접계약이 무섭다. 이들의 방송 진출을 막고 최소한 이들의 방송광고 직거래를 막기 위한 언론노조의 파업을 내가, 그리고 우리 단체를 비롯한 많은 의료인들이 지지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우석균님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우석균님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입니다.
#조중동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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