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선 싹쓸이... 동해 오징어 씨말랐다

중국어선 1300척, 북한해역서 남하... 어군 가로채

등록 2011.09.22 10:09수정 2011.09.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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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 저동항 오징어 선박 중국어선의 오징어 싹쓸이가 동해안 지역의 오징어 품귀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동해안어업전진기지인 울릉도 저동항에는 울릉수협 소속 뿐만 아니라 많은 외지 어선들도 입항해 오징어 어군이 형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울릉 저동항 오징어 선박중국어선의 오징어 싹쓸이가 동해안 지역의 오징어 품귀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동해안어업전진기지인 울릉도 저동항에는 울릉수협 소속 뿐만 아니라 많은 외지 어선들도 입항해 오징어 어군이 형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김상현

오징어는 동해안에 가장 흔한 어종이었다. 전국적으로도 한때 바닷고기 어획량의 30%나 차지할 정도였다. 그래서 오징어는 동해안 어민들의 주 소득원이 돼줬고, 바닷가 아낙들은 그것을 가공하는 일을 해 생계에 보탰다. 도시의 서민들은 값싼 오징어로 맛있는 식단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런 오징어가 동해안에 나타나는 시기는 매년 6~9월이었다.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 태어난 새끼가 몸에 맞는 수온을 따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까지 올라가며 성장한 후 그곳 물이 차가워질 즈음 따뜻한 고향으로 돌아가느라 이 바다를 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남쪽 바다에 돌아가 알을 낳고는 겨우 일 년밖에 안 되는 일생을 마치는 게 오징어다.

그런데 올해는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한창 오징어가 들끓어야 할 동해에 오징어가 안 보인다. 오징어에 밥줄을 걸고 살던 어민들은 지금 배를 묶어놓고 한숨만 내쉰다. 오징어 배를 따야 양식을 살 수 있는 할머니들은 쓸모 없어진 칼만 매만진다. 그리고 소비지 시장 오징어 수족관도 텅텅 비었다. 오징어가 사라진 것이다.

동해에서 오징어가 사라졌다

지난 19일 경북 포항의 상징적 먹거리촌인 북부해수욕장 한 활어횟집 수족관. 예년 같으면 유영하는 오징어가 구경거리일 테지만 올해는 그림자조차 안 비친다. 주인 이기복씨는 "오징어가 귀할 뿐 아니라 있어도 너무 비싸 아예 들여놓을 엄두를 못낸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3시쯤 포항의 어업 전진기지 구룡포항. 집어등을 달아 금방 표가 나는 오징어배들이 줄을 지어 촘촘히 정박해 있었다. 고기잡이를 준비하는 어부들도 보이지 않았다. 구룡포는 오징어 채낚이 어선이 80척이나 등록돼 있는 항구다.

구룡포 해경파출소는 구룡포항 오징어배 중 이날 동해안에 출어한 어선은 단 한 척도 없다고 전했다. 40t급 '남양호'를 가동하는 김성호(43)씨는 한숨을 멈출 줄 몰랐다. "동해에는 6월부터 오징어 어장이 형성돼야 정상이지만 올해는 구경도 못한다. 답답해 남해나 서해로 출어해 보지만 거기까지 가기엔 기름값이 너무 올랐다"고 했다.


울릉도 상황도 한가지다. 오징어 최성수기인 이달 들어 울릉수협에서 위판된 오징어는 단 한 마리도 없다고 했다. 작년엔 같은 기간 91t이나 위판돼 수입이 2억 원을 넘었다. 작년엔 위판 외에 육지까지 바로 옮겨 팔아 5000만 원 이상 1억 원까지 수입을 얻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아예 출어조차 않는다고 했다. 오징어가 오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해역서 오징어 '싹쓸이'하는 중국어선들


오징어 가뭄은 이제 지나가는 단순한 얘기거리가 아니다. 동해안과 울릉의 경제를 뒤집는 재난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바로 중국어선의 싹쓸이가 치명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살기 힘들어진 북한이 동해바다 조업권을 중국에 넘기자 중국어선들이 올해 경우 무려 1300척이나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쌍끌이까지 해대면서 북한 수역의 오징어를 싹쓸이해, 러시아서 북한을 거쳐 우리 남해로 알을 낳으러 회유해야 할 오징어들이 도중에 전멸 당하고 있다고 어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오징어 가뭄에 대해 (사)전국근해오징어채낚기연합회 임학진 회장도 "냉수대가 발생해 오징어가 이쪽 바다를 기피하는 게 한 원인이긴 하지만, 북한 해역에 중국 쌍끌이 어선들이 밀집해서 내려오는 오징어를 도중에 싹쓸이해 버리는 건 진짜 치명적인 문제"라고 지목했다.

울릉수협 김성호 조합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북한이 중국에 어장을 팔아 산란할 고기까지 마구 잡고 있어 오징어뿐 아니라 꽁치 등의 개체수도 많이 줄었다"며 앞날까지 암담하다고 개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징어 #울릉도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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