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전 키스금지", 외면할 말이 아니다

대학 졸업반 학생들의 발표 수업을 마치고... 힘을 내라, 청춘들아!

등록 2011.12.09 09:34수정 2011.12.0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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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의 수업은 예전의 그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단에서 설명하는 강의형 수업은 요즘 젊은 세대에겐 잘 안 통합니다. 물론 흑판과 백묵도 사라진지 오래고요. 보통 강의형 수업이라고 해도 강의실마다 프로젝터가 설치되어 있어 프리젠테에션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작성한 깔끔하게 정리된 강의자료가 활용되지요. 수업의 성격에 따라서 팀프로젝트와 발표형식의 수업도 많습니다. 학생들도 이런 방식의 수업에 익숙해서 자료조사도 잘 하고 발표도 아주 능숙합니다. 어떤 경우는 강의형 수업보다 발표형 수업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어제(7일)는 졸업반 학생들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학기초 대학4년을 정리한다는 의미의 주제를 정해서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학기 말에 발표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하고, 학기 중에는 개별 면담을 통해서 프로젝트의 세부사항에 대한 조언을 하면서 학생들의 프로젝트를 진행시켰습니다.

발표는 2시간 반이 넘도록 휴식없이 진행되었습니다. 긴 시간임에도 집중력이 흐려지지도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정한 주제라서 그런지 프로젝트 진행도 대부분 잘 되었고, 발표도 졸업반답게 아주 훌륭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은 당면한 문제인 취업에 관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에 대해서 발표를 했습니다.

면접을 잘하기 위한 방법, 자기소개서를 잘 작성하는 요령, 공대생으로서 시사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고 느꼈다는 소감, 경제 관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 등등 고민한 흔적들이 역력했습니다. 그런데 개별 면담을 할 때까지만 해도 느끼지 못했었는데, 마지막 발표를 다 듣고 나니 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 엿보여서 씁쓸했습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대기업을 선호했고, 이미 한 번 이상 도전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패의 원인으로 거의 모두가 내부 요인을 꼽고 있었습니다. 즉 자신들의 준비 부족이나 경험 미숙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들이었습니다. 또한 대다수가 내년 상반기에 다시 도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취업재수를 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그런 상황을 그저 감내해야 하는 상황 정도로 받아들이는 눈치였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면 아마도 열이면 아홉은 "요즘 학생들은 눈이 너무 높아" 혹은 "요즘 세대는 도전정신이 부족한 것 같아" 이런 말들을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물론 저도 어느 정도 동감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잘못된 생각에 문제의 본질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젊은세대의 꿈 펼칠 멍석을 깔아줘야 하는 건 기성세대의 몫


우리 학과는 예년의 경우 평균적으로 30% 정도는 대학원 진학을 하고, 30% 정도는 대기업 취업을 하고 나머지 중 본인의 의지가 없는 경우나 공무원 준비를 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학과로부터 추천을 받아서 중소기업에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취업 추천을 의뢰하는 중소기업에서 원하는 수만큼의 학생을 보내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대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거의 안 하는 듯하고, 중소기업으로부터의 취업 추천 의뢰도 거의 끊어졌습니다. 문제가 학생들의 내부 요인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학생들은 그런 점에 대한 인식을 못하고 그저 자기 탓으로만 돌리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요즘 젊은 세대는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지닌 세대라고 합니다. 저도 그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꿈을 펼칠 멍석을 깔아줘야 하는 건 기성세대의 몫이 아닐까요? 출산률이 낮아 앞으로 국가경쟁력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이야기는 하면서 "취업 전 키스금지"라는 우스갯소리는 외면해 버리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닐까요? 초식남이라는 말은 지속된 경제난으로 남성으로서의 본능을 잃고 살아가는 일본의 젊은 새대를 지칭합니다. 이게 꼭 일본의 이야기일까요?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세대가 패기를 잃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바늘구멍이 되어버린 취업문 앞에서 당황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이미 대학생활의 낭만은 사치이고 사회를 비판하는 것도 시간낭비입니다. 정신없이 달리지 않으면 도태되고 낙오하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끝없이 불안해하고 초조해 할 뿐입니다.

안철수 교수, 박경철 원장이 젊은 세대를 만나서 제일 먼저 하게 되는 말이 "미안하다"라고 합니다. 저도 이제 다시는 강의실에서 만날 수 없는 제자들에게 기성세대로서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대학 #취업 #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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