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8도의 날씨에도 가스난로는 꺼져 있었다
박주희
갈수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김씨는 연신 웃으며 손님을 맞이했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남편도 김씨 옆에서 부지런히 나무 꼬치에 어묵을 끼우고 있었다. 그날따라 평소보다 장사를 늦게 시작했다는 부부는 밀려드는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김씨의 남편이 오후 2시쯤 나와 장사를 준비하고 있으면 김씨가 4시에 나와 새벽까지 장사를 한다. 남편은 일을 나갔다가 다음 날 오전 3시쯤 장사 마무리를 돕기 위해 다시 나온다고.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총 13시간 동안 장사를 하는 셈이다. 한 차례 손님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다 간 후, 기자는 튀김옷을 입히고 있던 김씨의 옆에 섰다.
살갗이 바람에 베이는 것 같았던 강추위였다. 김씨는 양말을 두 겹씩 신고, 옷도 여러 겹 입어 추위를 견딘다고 했다. 음식을 만드는 김씨의 뒤로 난로 한 대가 보였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 서울의 기온은 영하 8도였다.
"가스비가 비싸서 난로도 맘대로 못 켜요. 난로를 켜면 하루치 가스가 나가거든요. 그래서 옷을 따뜻하게 입고 오죠. 날이 조금 더 추워지면 바람막이를 내리고 그래도 추울 때 난로를 켜지요."추위를 견디는 나름의 노하우도 있다. 뜨거운 물을 넣어둔 음료수 병을 핫팩으로 쓰는 것이다. 실제로 떡볶이를 넣어둔 철판과 어묵 냄비 사이에 여러 개의 음료수 병이 세워져 있었다. 김씨는 떨고 있던 기자의 주머니 안으로 따뜻한 음료수 핫팩을 넣어주었다. 오래된 단골들이 결혼해서도 김씨를 '이모'라 부르며 찾아오는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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