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 홍차 시간만큼은 빠지지 않는다

[티 룸, 홍차 한잔에 담긴 영국문화 4]

등록 2012.02.10 12:19수정 2012.02.1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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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에서 세트메뉴에 관하여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그것을 이루는 것들, 가장 중요한 주인공들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평범해 보이지만 오랜 시간 영국인들의 홍차시간에 빠지지 않았던 것들과 영국에서만 볼 수 있는 홍차와 관련된 여러 가지들에 관한 것들을 이야기해 보도록 한다.

 

언제나 홍차와 함께...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 왼쪽이 클로티드 크림, 오른쪽은 크림과 잼을 바른 스콘이다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왼쪽이 클로티드 크림, 오른쪽은 크림과 잼을 바른 스콘이다조혜리
▲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 왼쪽이 클로티드 크림, 오른쪽은 크림과 잼을 바른 스콘이다 ⓒ 조혜리
 

- 스콘(Scone)

홍차를 알기 시작하고 나서는, 나는 홍차를 마실 때에는 어김없이 스콘을 곁에 두고 즐겼다. 겉보기에는 아무 것도 꾸며지지 않고 투박하게 보여 홍차를 잘 몰랐던 때에는 과연 이것을 왜 먹는가? 하고 나를 고찰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한국식의 겉으로 보기만해도 맛있어 보이는 빵과 케이크에 익숙했던 탓이었기 때문일까? 처음 이 빵을 보았을 때, 선뜻 손이 가지 않기도 했었다. 아무 맛도 없어 보이고, 눈으로 보아도 퍽퍽해 보이는 빵. 하지만 왠 걸, 영국에선 스콘이야 말로 없어서는 안 될, 식빵과 바게트 다음으로 많이 먹는 빵을 고르자면 항상 들어가 있을 정도다. 그리고 스콘을 먹어보기 시작한다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스콘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작은 원형 모양의 빵을 이른다.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홍차의 훌륭한 파트너 아니 홍차를 위한 빵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무것도 넣지 않는 스콘도 있지만 치즈나 건포도, 그 외 과일들을 넣고 구운 다양한 종류가 있다.

 

비슷한 빵의 종류로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볼 수 있는 비스켓이 있으나, 두 가지는 매우 다르다. 비스켓은 동· 식물의 지방을 넣어 만들기 때문에 바삭하고 퍽퍽하지만 스콘은 버터를 넣어 겉은 바삭하고 속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영국식이라기 보다는 미국식 빵이라고 할 수 있다. 스콘의 파트너는 뭐니뭐니해도 잼과 클로티드 크림. 이들은 자칫 그냥 먹기에는 조금 목마른(?) 스콘을 좀더 부드럽게 먹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

오로지 스콘을 발라먹기 위해 생겨난 듯한 이 크림은 일반적인 크림에 비하면 걸쭉하고, 버터와 같이 노란 빛깔의 크림을 뜻한다. 탄생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영국의 남서 지방, 데본(Devon)과 콘웰(Cornwell)에서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그냥 먹으면 의외로 별맛이 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스콘과 잼을 같이 먹으면 고소한 맛이 진하게 난다. 때문에 스콘 이외에도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를 만들 때 쓰기도 한다.

 

홍차에 관한 오해, 밀크 티의 진실에 관하여

 

밀크티? 티 백이 들어간 티포트와 우유를 따라마시기 위한 밀크저그, 홍차를 시키면 항상 똑같이 나온다. 우유는 기호에 따라 마시면 된다
밀크티?티 백이 들어간 티포트와 우유를 따라마시기 위한 밀크저그, 홍차를 시키면 항상 똑같이 나온다. 우유는 기호에 따라 마시면 된다조혜리
▲ 밀크티? 티 백이 들어간 티포트와 우유를 따라마시기 위한 밀크저그, 홍차를 시키면 항상 똑같이 나온다. 우유는 기호에 따라 마시면 된다 ⓒ 조혜리

로열 밀크 티(Royal Milk Tea), 우유에 홍차를 넣어 끓여 먹는, 매우 달콤하고 고소한 홍차의 한 종류.

 

날씨가 추워 몸이 으슬으슬한 이맘 때에 누구나 한번씩 떠올리게 되는 메뉴다. 카페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메뉴 중의 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열 밀크 티를 영국식 홍차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로열 밀크 티라는 메뉴는 영국에 없다.

 

로얄+홍차 그리고 '홍차의 나라'라는 이미지 덕분에 영국에서 마신다고들 흔히 생각하지만, 사실은 일본에서 탄생했다. 로열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우유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맛과 향이 부드럽고 풍부한, 고급스러운 맛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티가 정말로 없는 걸까?

 

정답은 "비슷하지만 있다" 라고 할 수 있는, 만드는 방식과 맛이 다른 종류는 존재한다. 사실, 이는 "만든다"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게다가 영국에서는 따로 밀크 티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영국에서 홍차를 마시는 방식을 설명한다면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넣는다"가 전부이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머그 잔에 뜨거운 물을 붓고, 티 백이나 잎 차(하지만 영국에서도 티 백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를 넣고 우린 다음, 우유를 원하는 만큼 적당하게 첨가한 뒤, 설탕을 적당하게 첨가하여 마신다.

 

왜 이렇게 간단하냐고 물어본다면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영국인들에게 홍차란, 매일 당연하게 마시는 물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굳이 복잡한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분명 당황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홍차를 마시는 방법이 매우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많은 다구들과 정확히 시켜야 하는 룰들(시간, 물의 온도, 잎 차의 양 조절 등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홍차의 맛을 끌어올리는 최상의 방법임은 당연하다. 단순히 우아하게만 마시려고 고안 된 방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마시는 홍차를, 이러한 방식으로만 즐기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영국인들은 홍차를 집에서만이 아닌 직장, 학교 심지어는 길거리에서 걸어가면서 조차 마시길 원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의 홍차는 그래서 커피만큼이나 길거리에서 흔하게 테이크-아웃 해가는 음료이기도 하다.

 

홍차를 아끼는 영국인들을 위한, 영국 차 협회(United Kingdom Tea Council)

 

영국 차 협회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정보들이 책보다도 자세히 나와있다. 상단의 숫자는 매일 소비되는 홍차의 양을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영국 차 협회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정보들이 책보다도 자세히 나와있다. 상단의 숫자는 매일 소비되는 홍차의 양을 보여주는 수치이기도.UK Tea Council
▲ 영국 차 협회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정보들이 책보다도 자세히 나와있다. 상단의 숫자는 매일 소비되는 홍차의 양을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 UK Tea Council

영국에는 이러한 자국민들의 홍차사랑에 힘입어, 홍차를 보호하기 위한 협회까지 설립하기도 했다. 영국 차 협회라 불리는 단체가 바로 이들이다. 이 협회는 모든 차와 관련된 회사, 카페, 티 룸 제품 등을 관리하고 차 문화를 정착 및 발전시키기 위해 세워졌다. 영국 전역의 모든 홍차와 관련된 것들은 이들을 통해서 관리되고 있다는 말이다.

 

영국 차 협회에는 많은 음료회사와 카페, 티 룸들이 등록되어있으며 그 리스트는 아주 방대하다. 방대하다 못해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크고 작은 티 룸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 덕분에 협회에서는 영국 전역을 찻집을 기제한 가이드 북도 발간하고 있다. 백과사전 하나는 너끈하게 넘어서는 분량의 책은 매년 갱신되어 출간되고 있다. 수 많은 티 룸들 중에서도 최고의 티 룸을 가려내는 대회도 이곳에서 개최된다. 매년 이름있는 유명 티 룸, 호텔들은 이 때만 되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협회의 심사기준을 통과하기란 '미슐랭별'을 따내는 만큼이나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대회에서 우승한 곳은 곧 영국 최고의 티 룸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협회에서는 다양한 관점으로 홍차를 바라보기 위한 지식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으며 차에 관한 방대한 지식들을 알리기 위한 홍보와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영국 차 협회에 관한 자세한 내용들은 http://www.tea.co.uk/ 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영국문화 #티 룸 #스콘 #밀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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