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폐기를 위한 시드니 집회

한미FTA를 반대하는 한인들이 광장에 모였다

등록 2012.02.27 18:50수정 2012.02.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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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가 2012년 3월 15일 0시를 기해 발효된다. 2월 25일(토요일) 오후 서울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열렸다. 이제 모든 절차가 끝나고 서민들의 삶에 실질적 악영향이 미치기 시작할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발효를 위한 절차가 모두 완료되어 사실상 막아낼 방법이 없다는 낭패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럴수록 집회에 모이는 사람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이제 남은 길은 무엇인가를 자문하며 답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쉽게 희망은 손에 잡힐 수 없는 상황이다.

 

시드니에서도 이러한 국내의 절박한 상황을 공감하는 한인들이 모였다. 시드니 민족교육문화원이 중심이 되어 여러가지 필요한 준비를 하였으며, 진보성향의 독서모임 '시나브로'와 1, 2차 집회를 준비했던 호주한인포럼이 서로 연대하여 한미FTA 폐기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 <호주한국일보>와 <코리아타운> 등 한인매체들이 집회를 홍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시드니 한인들의 한미FTA 반대집회 시드니의 한인들이 스트라스필드 광장에 모여 한미FTA 발효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시드니 한인들의 한미FTA 반대집회시드니의 한인들이 스트라스필드 광장에 모여 한미FTA 발효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유승도
▲ 시드니 한인들의 한미FTA 반대집회 시드니의 한인들이 스트라스필드 광장에 모여 한미FTA 발효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 유승도

2012년 2월 25일 저녁 6시(현지시각)에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호주 시드니 스트라스필드 광장에서 열린 이날 집회에는 50여 명이 참가했다. 광장 주변에서 집회에 호응을 보여준 한인들도 적지 않았고 지나가던 현지인들까지 응원을 보내주기도 하였다.

 

민족문화교육원의 정영란씨가 사회를 맡아 진행하였으며, 집회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노래하는 세상'의 노래공연과 참가자들의 자유발언 그리고 틈틈이 연습한 율동도 곁들여졌다. 비장한 내용을 가지고 모인 집회지만 흥과 재미를 곁들이는 새로운 방식의 시위문화가 이곳의 한인들에게도 이미 스며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참가자들 중에는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들은 물론 유학생이나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와서 곧 한국으로 돌아갈 한인들도 있었다. 한국인이 아닌 호주인이나 다른 나라 출신들도 영문피 켓을 보고 내용을 짐작한 듯 함께 참여하여 호응을 보내주는 경우도 있어서 이채로웠다.

유학생이나 곧 한국으로 돌아갈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피부로 와닿을 한미FTA의 파장을 걱정하고,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들은 모국에 대한 애정을 담은 걱정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국에 나와 살지만 모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특히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모국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부심을 갖고 자라게 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매 발언마다 굴욕적 한미FTA를 날치기하고 국민의 반대여론이 비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효절차까지 진행해버린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분노를 담고 있었다. "굴욕적 한미FTA 폐기하라", "서민들의 삶을 벼랑으로 내몬 이명박 정권 타도하자" 등의 구호가 등장하였다.

 

한미FTA의 날치기를 막아내는 데 무력했을 뿐 아니라 발효절차가 진행되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대응조치를 하지 못한 민주통합당에 대해서는 실망감을 보이면서도 총선에서 승리하면 한미FTA를 재협상하거나 폐기하겠다는 데 희망 섞인 기대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집회 마무리 사진 시드니 한인들이 한미FTA 발효에 반대하는 집회를 마치고 기념으로 찍은 사진
집회 마무리 사진시드니 한인들이 한미FTA 발효에 반대하는 집회를 마치고 기념으로 찍은 사진유승도
▲ 집회 마무리 사진 시드니 한인들이 한미FTA 발효에 반대하는 집회를 마치고 기념으로 찍은 사진 ⓒ 유승도

집회가 진행되는 도중 경찰이 몇 명씩 주변을 순찰하는 모습은 한국에서의 집회와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집회를 막으려고 하거나 집회 참가자들을 통제하는 것보다 집회를 방해하는 돌발사태 등에 오히려 이곳 경찰은 신경을 쓴다. 아직 집회나 시위의 자유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욱 답답해진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막바지로 갈수록 아마도 앵무새과에 속하는 종류인듯 한 새들이 광장 주변의 나무에 몰려와서 울어대는 바람에 귀를 막아야 할 정도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이곳이 원래 해질 무렵에는 이 새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앰프 소리, 악기 소리, 노래소리, 새소리가 섞여서 고막을 찢을 듯한 상태였다. 집회를 방해하는 사람은 없었으나 새들이 본의 아니게 방해를 해버린 셈이다. 새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마련된 순서를 모두 마치고서야 집회는 끝났다.

 

집회를 정리하며 일부 참가자들은 모여서 사진을 함께 찍었다. 저녁식사를 겸한 뒤풀이 자리까지 상당수가 참가하였다. 집회에 대한 평가는 물론 총선과 대선 그리고 야권연대 등을 화제로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총선과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응징을 염원하지만 통합민주당의 한미FTA에 대한 태도나 공천내용과 야권연대에 임하는 자세 등에 대하여 대체로 우려하는 의견이 많았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주로그와 호주한인포럼에 함께 게재합니다.
#한미FTA #시드니집회 #한미FTA발효중단 #스트라스필드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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