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김용민은 사퇴하는 게 도리다

등록 2012.04.07 21:30수정 2012.04.07 21:30
0
원고료로 응원

괜히 나서서 같잖은 소리듣는게 싫긴 하지만, 그리고 사실 쥐뿔도 없는 주제이기도 해서, 그래서 가급적 말 안하고 글 안 쓰고 내 일이나 하면서 살아가려고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은 게 있다. 그 내 일이라는 게 또, 대학생들에게 무엇이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인가, 무엇이 정의고 참인가를 묻고 가르치는 일인 터라 많이 참다가 이 글을 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울 노원갑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선 김용민은 지금이라도 깨끗이 후보를 사퇴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이 '깨끗이'의 사전적 풀이를 보면 "때나 먼지가 없이 말끔하게, 내용물이나 미련 따위가 남은 것이 없게'라고 되어 있다. 스스로가 인정했듯이 소위 저질 막말이 사실인 이상, 그것이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이 주장하듯이,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언론이 "극히 한정된 인터넷 라디오 성인 방송에서 2년 동안 방송했던 내용 중 일부를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이라 해도 매우 잘못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아주 당연하게도 그는 후보직을 사퇴하는 게 옳다.

 

내가 아무리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나꼼수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정봉주 전 의원이 이명박 정권의 정치보복으로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해도, 김용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그리고 이승만 때의 정치강패들 수준도 못되는 어버이연합 노인들이, 그리고 썩을대로 썩은 일부 기독교회 목사들이 김용민의 사퇴를 주장한다고 해서,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김용민의 사퇴를 주장하면 저들을 돕는 셈이 된다는 논리도 동의할 수 없다. 김용민은 국회의원 이전에 제대로 된 인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 편이니까 무조건 감싼다? 그렇다면 논문 표절을 넘어 복사니 대필이니 하는 의혹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새누리당 후보로 부산 사하갑에 출마한 문대성에게 우리는 사퇴를 요구할 아무런 도덕적 권리도 없게 된다. 역시 부산 해운대 기장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 하태경에 대해서도 뼈속까지 친일파라는,그러니 후보를 사퇴하라는 비판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아니라면 우리가 너무 뻔뻔한 것 아닌가. 저들이 버티니까 우리도 끝가지 간다고? 지역 유권자들에게 심판받겠다고? 오히려 고군분투하고 있는 야권연대 후보자들까지 함께 죽이는 우를 범하기 쉽다.

 

김용민이 과거에, 오늘처럼 국회의원 후보에 나갈 생각은 커녕 꿈이라도 꾸었겠는가 하는 변명도 치졸하기 그지없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왔던 공직후보자들 중 상당수가 논문표절이나 부동산 투기, 혹은 병역면탈이나 위장전입 아니면 이중국적의 문제로 비판을 받았고 그러한 비판은 정당한 것으로 여겼기에 낙마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들 대부분이 나중에 장관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애초부터 경력관리와 함께 모범적인 주변관리를 했겠는가? 모르긴 하지만 대체로 김용민처럼 그저 자기 분야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 살다가 그런  기회를 얻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리 마음을 넉넉하게 먹으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김용민 수준의 막말을 사실 사적으로는 다 하는 것 아니냐, 최연희나 강용석이나 안상수나 홍준표 같은 경우도 막말 수준의 성적 언행을 했고, 그리고 전에 모 대학 총장이었던 사람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어린 여학생인 제자들 향해 맛 운운하던 일도 있었으니 김용민에게만 가혹하지 않느냐는 말도 어리석기 그지 없는 짓이다. 그렇다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소위 여론조사 조작이라는 문제로 후보직을 사퇴한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정희 대표쪽에서 저지른 일은 까놓고 말하자면 다들 하는 짓인데, 서투르게 하다가 재수없이 꼬투리 잡힌 일 쯤으로 생각할 일인가?

 

물론 진보는 더욱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언명에 나는 쓴웃음을 짓는 편이다. 사람사는 일은 크게 다를 게 없다. 땅투기에는 보수와 진보 구분이 없어진지 오래다. 진보쪽 사람도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하고, 또 가급적 맛있고 영양있는 식사를 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면서 가급적 우리사회-공동체 내의 다른 사람들도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어야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하는 일 두루 넌더리가 나서 당연히 총선과 대선에서 심판하고 정권교체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김용민이 끝까지 버티면 나꼼수와 그가 그렇게 바란다는 이명박 심판에도 누가 된다.진보쪽 사람들도 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이웃 사는 이와 멱살잡이도 하게 된다. 누가 뭐라나, 그럴 수 있다. 과거에 김용민이 성인방송에 나가 벼라별 저질 막말을 했다고 해도, 그게 한정된 사람들만 듣는 방송이고 또 그 분량이 극히 적은 부분이라고 변명할 필요조자 없다. 그 이상이었다고 해도, 그가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지만 않았다면 누가 문제 삼겠는가? 문제는 아무리 국회의원들의 그간 행태가 영 못마땅하고 형편 없는 수준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당연히 그런 부분을 비판하면서 국회의원쯤 되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인간적 자질을 요구해 왔다. 그런 기준에 김용민은 컷아웃인 것이다. 더 말 할게 무엇인가. 김용민의 일은 문대성과 하태경같은 뻔뻔한 이들이 사퇴하고 말고와 아무 관계없는 일이다.

2012.04.07 21:30 ⓒ 2012 OhmyNews
#김용민 사퇴 #나꼼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주민 몰래 세운 전봇대 100개, 한국전력 뒤늦은 사과
  2. 2 "곧 결혼한다" 웃던 딸, 아버지는 예비사위와 장례를 준비한다
  3. 3 길거리에서 이걸 본다면, 한국도 큰일 난 겁니다
  4. 4 전장연 박경석이 '나쁜 장애인'이 돼버린 이야기
  5. 5 파도 소리 들리는 대나무숲, 걷기만 해도 "좋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