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등록금도 모자라 벌금까지... 어찌 삽니까

반값등록금 시위 1년... 하지만 우리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등록 2012.05.10 10:23수정 2012.05.1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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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자은 한대련 전 의장

박자은 한대련 전 의장 ⓒ 권우성

때는 봄이지만 나는 지난해 5월 이후 계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2011년 5월 1일은 내가 학교 친구의 도움을 받아 삭발을 하며 반값등록금 구호에 눈물을 보태던 날이다.

대학생들은 긴긴 시간 동안 정부 측에 반값등록금 공약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물러섬 없이 싸워왔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사실 반값등록금이란 요구는 학생들의 눈물어린 역사다.

그동안 무수한 대표자들이 젊음도, 청춘도, 그리고 그 시기의 무언가 하고 싶은 그 마음까지 내려놓은 채 삭발을 해야 했고, 3보 1배를 해야 했으며, 단식과 연행 등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아픈 역사, 대학생들의 눈물어린 반값등록금 요구에 내가 언제부터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는지 그 정확한 시점은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이었는지, 또 어떻게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나, 혹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또 이 상황은 이미 개인이 감당하고 부담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고통이 주어지는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반값등록금 시위 1년,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

2011년을 떠올리면 참 많이 아팠다. 가슴이, 그리고 또 어깨, 팔, 다리가. 한 명의 대표자로서 등록금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는 학우들이 있음에 가슴이 미어졌으며, 또 우리네 부모님들이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죄인이 되어야 하는 현실에 가슴이 찢어졌다.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만큼 어깨는 무거워졌고, 구호를 외치고 또 연행되어 가는 친구들을 보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다 보니 팔 저림은 늘 달고 살아야 했다. 많이 뛰어야 했고, 또 달려야 했기에 아픈 다리를 찬물로 마사지하며 밤을 지새우는 날이 허다했다.


사실 신체적 고통은 그래도 참을만 했다. 학교에 나가면, 그리고 학우들을 만나면, 광장에서 촛불을 들 때면 가슴 속으로부터 나오는 이유 모를 뿌듯함과 또 기쁨,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마음에 아픈 줄도 몰랐다. 하지만 촛불이 꺼지고 비어버린 광장을 보면서, 그럼에도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는 이 세상을 보며 그것이 참으로 고통스러웠다.

아픈 사람은 여전히 많지만 해결하는 사람은 없는, 공약을 지키라고 하는 이들은 잡혀가지만, 정작 공약을 지키지 않은 이는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잘 살고 있다는 현실이 나를 짓눌렀다.


그때의 그 쓰라린 마음, 무겁게 가라앉은 마음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의 그 뜨거운 요구에도 변하지 않은 고액 등록금 문제. 서울시립대에서 피어난 희망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실현되지 않은 반값등록금에 대한 그 기다림이 더욱 더 마음을 무겁게 하는 요즘이다.

날 범죄자로 보는 그들 앞에 서는 게 고통스럽다

a  반값등록금국민본부와 한국대학생연합이 지난 4월 30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반값등록금법을 19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값등록금국민본부와 한국대학생연합이 지난 4월 30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반값등록금법을 19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런데 날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이 반값등록금 촛불에 앞장섰던 이들을 대하는 이 사회 고위층의 태도다. 200만 원, 500만 원짜리 벌금고지서를 비롯해 재판과 기소를 가리지 않는 검·경에 의해 지난해에 연행되고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쳤던 학생들은 위법자가 되고 피고인이 되었다. 133명의 학생들에게 쏟아진 벌금 1억1295만 원. 이것을 누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으랴.

학생들은 반값등록금 재판이 거듭될수록 많이 지쳐가고 있다.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법원 재판장에 쌓여 있는 수천 장의 서류들, 그리고 나를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는 그들의 앞에 서는 것이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내가 꿈꾸었던 미래들, 그리고 살고 싶던 삶들. 과연 그것이 내 것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너무나도 멀리 와버린 것만 같은 현실에 자꾸만 눈가가 쓰라려 온다. 답답한 심경을 어디에 토로조차 하지 못한 채, 속을 끓이고 또 어느 날은 혼자 촛불이 일었던 거리를 걸으며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하곤 한다.

'반값등록금은 왜 해야 하는 것일까. 반값등록금은 얼마큼 절박한 문제일까.'

여전히 고민하고, 여전히 사색하지만 위의 물음에 대해서는 단숨에 대답할 수 있다. 더 이상은 우리 젊음들은 죽게 하지 말자고, 그렇기에 해야 하는 것이라고… 조금이라도 지체할 수 없는 이유, 얼마큼 절박한지에 대해서도 답은 그 하나다.

대학생은 살고 싶다. 아파하며, 지쳐가며, 그럼에도 잊지 않고 있는 그 말. 대학생은 살고 싶다.

등록금 고통에 오늘도 삶을 고민했을 가여운 대학생들을 생각하며 다짐해본다. 반드시, 반드시 반값등록금의 그날을 오게 해보겠다고, 그리고 그 길에 힘을 보태줄 이들이 절실하다고 되뇌어본다.
#반값등록금 #대학생 #벌금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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