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히 흐르는 칸강점심을 먹으며 내려다본 칸강의 풍경은 한폭의 동영화 같았다.
김현구
지친 체력을 보충한 후 다시 거리로 나섰다. 여행사며 레스토랑 카페 등이 즐비하게 몰려있는 여행자 거리가 보였다. 동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허름한 낡은 공으로 축구를 하는가 하면 여행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내 옆을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일상마저 루앙프라방에서는 특별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이 거리는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때쯤이면 거리를 모두 막고 노천 야시장이 들어선다. 루앙프라방에 도착한 첫날 들른 야시장은 조용하고 여유롭기까지 했다. 여행객의 팔을 잡아끄는 호객 행위가 전혀 없어 편안한 마음으로 시장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물건을 고를 수 있었다.
여행자를 보채거나 상술을 부리지 않아 언제고 다시 들르고 싶은 시장이었다. 머릿속에 서울로 가져갈 기념품을 떠올리며 저녁 야시장이 들어서기 전 루앙프라방의 자랑인 푸시 산으로 발길을 옮겨 보기로 했다.
푸시 산에 올라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다여행자 거리 중간쯤에 위치한 박물관 맡은 편 길을 건너니 루앙프라방의 랜드 마크라 할 수 있는 푸시 산으로 오르는 계단 입구가 보였다. 일몰을 보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로 계단은 만원이었다. 푸시 산은 100미터 정도의 그리 높지 않은 나지막한 산이지만 300개가 넘는 계단이 이어져 있어 정상까지 가기 위해서는 몇 번씩 쉬며 숨을 골라야 했다.
힘겹게 땀을 닦아가며 정상에 오르자 먼저 탁 트인 루앙프라방의 풍경이 사방에 펼쳐졌고,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메콩 강이 들어왔다. 빼곡한 열대 숲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붉은 빛 깔의 집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만일 내가 화가이었다면 그 자리에 앉아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