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경향게임스
그의 설명처럼 '현실에 대한 반박'을 위해 실제로 아키에이지에는 의미심장한 장치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력' 시스템입니다. '노동력'은 일종의 체력으로 게임 내에서 어떤 '노동'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사용해야만 하며 이 수치가 바닥이 되면 어쩔 수 없이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노동력 덕분에 개인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건설, 제작, 축성, 생산 등 게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노동력이 도입되며 특정 집단이 게임을 독단적으로 지배하는 편향적 권력구조는 설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이 노동력을 사고파는 것도 가능해져 이전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게임 내 노동집단의 등장까지 가능해 졌습니다. 그는 어떤 의도로 노동력이란 개념을 도입한 것일까요.
"게임을 열심히, 오래하는 사람이 더 큰 권한과 특혜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사람이 소외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게임 내 권력을 가진 유저와 그렇지 못한 유저간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바로 '노동력'이다.아키에이지에서는 어떤 거대 세력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성이나 장비 등을 얻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일반 유저들의 힘을 빌려야 한다. '노동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약한 유저라해도 자신이 가진 기본적인 '노동력'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다.이런 노동력 덕분에 가능해진 것은 더 이상 전투 일변도의 게임 방식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농사를 짓거나 전문 건축가가 되도 게임 내에서 충분한 권리를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로 인해 개인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다양성이 확보되며 다양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 개별 유저, 즉 개인의 가치를 상승시켜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점이 아키에이지의 핵심입니다. 사실 온라인게임의 특징은 다수의 유저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게임을 향유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이템 경쟁과 전투 중심으로 게임의 목표가 획일화되며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은 극도로 제한되고 있습니다. 게임이 제공하는 즐거움만 받아들여야 하는 수동적인 방식이 만연하고 있는 것입니다. 송재경 대표는 이런 흐름의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다양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게임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다른 게임들이 아이템 일변도의 방식을 추구하는 것은 달리 말하면 그것들이 충분히 통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런 아키에이지의 도전은 흥행 부진이라는 위험성을 초래할 가능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송재경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임은 유저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콘텐츠다. 가능하면 많은 부분을 유저들이 자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혼란이 있더라도 게임 내 문화를 스스로 창출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게임이 가진 본연의 가치기 때문이다.게임은 즐거워야 한다. 그런데 과연 개발사가 제공하는 즐거움만 맛볼 수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즐거움이란 필연적으로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아키에이지가 개인의 가치를 강조하고 선택권을 확장시킨 건 더 다양한 재미를 구현하기 위함이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할 때, 게임의 흥행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지금 온라인게임 시장은 위기다. 많은 게임들이 과거와 같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외면받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수동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는 게임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제 게임도 변해야 한다. 유저들이 진심을 자극할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해야 한다. 나는 그것을 개인의 선택과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이라고 봤다. 그 세상을 게임으로 구현했을 때 더 많은 유저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