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기간 단축이 아니라, 모병제를 논의해야

징병제 프레임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야…

등록 2013.02.24 14:59수정 2013.02.2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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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직전 광화문  선거 전날인 지난해 12월 18일 광화문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깜짝 공약'을 들고 나왔다.
[출처: 채널A]
선거직전 광화문 선거 전날인 지난해 12월 18일 광화문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깜짝 공약'을 들고 나왔다. [출처: 채널A]이동헌

21일자로 인수위의 '국정과제 발표'가 있었다. "임기 내에 18개월로 단축하는 것을 추진"(선거직전 광화문)하겠다던 박 당선인의 공약은 슬그머니 '중장기 과제'로 후퇴했다.

국민들도 대체로 '북한 핵실험' 같은 '변화된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이해하려는 분위기인 듯하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북한의 로켓 발사가 성공하면서, 올해 3차 핵실험과 같은 도발 가능성도 예상되던 상황에서 나온 것이 당선인의 공약이었다. 인수위도 지난달까지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군복무 단축 공약은 강행(1월 31일, 채널A의 보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었다.

'연내 추진'과 같은 단서가 달린 다른 과제들과 달리 "여건을 조성하고"라는 모호한 전제와 "중장기적으로 추진"한다는 얘기는 곧 "임기 내 단축"이라던 공약마저 손 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사실상 폐기'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아무리 '당장 추진'한다고 해도 하루 아침에 '뚝딱' 이뤄질 수는 없고 점진적으로 감소 시켜나갈 수밖에 없는 정책이었다. 과거 사례를 보아도 약 18개월을 주기로 1개월 정도씩 줄여나갔다. 그런데 이 같은 전제까지 붙인 것은 결국 임기 중후반에 가서야 점차 단축을 시작해 다음 정부로 떠밀 것으로 전망하게 만든다.

'북핵 위기' 때문에 당분간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분석은 설득력이 없다. 첫째, 북핵이 대남용인지 대외(미 본토 겨냥)용인지에 대한 분석 없이 대남용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둘째, 핵 위기 타개의 수단으로 '사병숫자', '숙련도3개월'을 삼고 있다는 점이다. 수류탄 껴안고 희생하듯이, 온 몸을 던져 핵미사일을 막자는 개념이 아니라면, '핵'과 '사병 수'가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첫째, 둘째 전제를 인정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공약 당시 당선인도 복무 단축의 전제로 "하사관 증원 등"을 꼽았는데, 핵 대응에 사병은 되면서 하사관은 왜 안 된다는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세계 60여 징병제국가 중 18개월 이상 복무하는 국가는 이제 30개국 정도 밖에 안 남았다. 한국에서도 18개월까지 단계적으로 단축하는 국방개혁 방안이 확정된 지도 8년이나 지났다. 그 8년 동안에도 한국군의 군사력은 꾸준히 강해지고 첨단화되었지만, 북한은 핵을 제외하면 경제난으로 인해 80년대 후반 이후로는 커다란 진전이 없었다.

핵무기에 '올인'하는 이유도 갈수록 첨단화되는 한미의 군사력이 위협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핵 위기가 커질수록, 우리는 '도로 재래식' 군대로 돌아가 병사 수를 늘려야할까? 아니면 더욱 첨단화된 장비를 통해 고차원적으로 대응해야할까? 북한이 지난해 장거리로켓을 발사할 때, 첨단 위성이 없는 한국이 미일로부터 '정보 왕따'를 당했다는 <산케이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우리 군의 개혁 방향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아예 이 기회에 '복무기간 단축'이 아니라 '모병제 도입'을 검토해보는 게 어떨까. 징병제하에서는 '병사수 부족', '숙련도 저하' 같은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 정말 그게 걱정이라면, 오히려 그쪽에서 먼저 모병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러지 않는 배경에는 '모병제가 징병제보다 약하다'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하게 양적인 병사 규모와 질적인 군사력이 정비례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직업 군인으로 '숙련병'을 양성하고, 감축된 병사만큼 첨단 장비를 늘려 병사수를 극복하는 제도가 모병제다. 시간이 흐를수록 첨단 기술도 나날이 발전해왔다. 그래서 모병제가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남북 대치'와 비슷한 예로 '양안 대치'중이던 대만은 10년간의 준비와 단계적 시행을 거쳐 올해 전면 모병제로 전환되었다. '대치'가 아니라 '전쟁중'인 미국을 포함한 수많은 나라도 이미 오래전에 모병제로 전환했지만, "안보 구멍" 소리는 못 들어본 것 같다. '병역제도 형태'와 '적대국 대치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선택 사안일 뿐이다. 전쟁 중에도 모병제일 수 있고, 평화로워도 징병제일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의 사례가 증명한다. 물론 모병제도 전쟁 중에는 징집 권한이 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병법이라고 한다. 강한 '억지력(deterence)'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군사 강대국으로 평가받는다. 북한을 넘어 동북아에서도 무시 못 할 더 강한 군사력과 억지력이 목표라면, 오히려 모병제 전환을 검토해야한다.

'군비경쟁'이 우려된다면, 전환 논의에서 수반될 병역 제도 및 군대 '새판짜기' 과정에서 군축 조절을 논의할 수도 있다. 어차피 당장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실제 도입까지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볼 때) 7~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안보 구멍이 우려된다면, 더 천천히 단계적으로 전환하면 된다. 경제부양인구인 꽃다운 청춘들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현대전에 걸맞는 '선진 스마트 강군'으로 거듭나는 길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군복무 #복무 기간 #단축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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