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어온 봉사,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등록 2013.06.26 17:16수정 2013.06.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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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안순 부녀회장(오른쪽)
김안순 부녀회장(오른쪽) 박수진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에는 어려운 이웃에게 한 끼의 따뜻한 행복을 전하는 '사랑의 배달부'가 있다. 바로 김안순(金安順·65) 부녀회장이 그 주인공. 비가 내린 후 한껏 화창해진 지난 14일 오전, 효자1동에서 뜨끈뜨끈한 도시락을 나눠주느라 바쁜 김씨와 팔각정에서 만나 행복한 봉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매주 해온 일이지만 밑반찬 배달하러 왔던 길을 다시 가려니 오늘따라 힘이 부치네요"라며 인터뷰를 시작한 그녀는 숨을 고르면서도 입가에는 연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녀는 "10시 30분에 주민 센터에 배달된 도시락들을 전달 받아요. 그러고서 3명이서 3갈래로 나눠 1시간 30분 정도 손수레를 끌면서 집집마다 직접 배달해요"라며 일과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오늘(수요일)같은 경우 밑반찬이 12시에 따로 나와서 배달했던 길을 다시 돌아야 되는 번거로움이 있죠"라고 덧붙였다. 궂은 날씨에는 더 힘들 것 같다고 묻자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시간 맞춰 나가야하니 힘들죠. 근데 이것만 기다리시는 어르신들 생각하면 보람차요"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효자1동 골목의 일주일은 월요일은 중, 고등학생 자원봉사자, 화요일은 예비군 중대본부 소속 군인장병, 수요일은 부녀회, 목요일은 문화예술원 직원들의 도시락을 든 모습들로 채워진다. 현재 '월드비전-사랑의 도시락 배달사업'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김 씨는 "일주일에 하루씩 돌아가면서 배달하는 거예요"라고 전하며 "이렇게 봉사한지 20년이 넘었어요"라고 자신의 이력을 뽐냈다.

이때 함께 배달을 하는 박제순씨가 그녀에 대해 '시장 상에서 도지사 상까지 안받아본 상이 없다'는 사실을 넌지시 말하자, "상은 다른 봉사자 분들이 받아야 더 빛나는 것 같아요. 이젠 준다 해도 상금으로 10억 정도 준다 하면 생각해보려고요"라며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도시락 배달을 하면서 난감했던 경우에 대해 묻자, "배달 가면 '차 한잔해라, 맥주 한잔 하고 가라'면서 적적하셨던 어르신들이 장난을 쳐요. 무시 못 하고 말동무 해드리다 보면 다음 배달이 늦어지니 난감하죠"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같은 경우를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그녀는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듣고는 짧게 끝맺고 '다시 올게요'라고 말해야 되요"라고 말하며 "이게 처음 5가구로 시작해서 32가구로 늘어난 배달부의 노하우"라고 전했다.


어떻게 도시락 배달봉사를 시작하게 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시 월드비전 직원이 친구였던 동사무소 복지 담당 직원에게 제안이 들어왔죠. '도시락 배달 사업이 있는데 부녀회장들이 해보는게 어떻겠느냐'하고. 그때 그렇게 부탁받고 시작하게 됐어요"라고 지난날을 떠올리며 "그때 시작해서 지금까지 정을 못 떼고 하는 거예요"라고 답했다.

정을 떼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해 물으니 "초콜릿이나 내복 같은 작은 선물을 준비해놓으셨다가 주시는 분들에게서 엄마 같은 마음을 느끼죠"라며 "도움을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받는게 더 많은 것 같아 다리가 아프지 않는 한 몇 년이고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도시락 배달봉사 말고도 다른 봉사 활동에 대해 묻자 "월드비전 통해서 재가노인 나들이 주선으로 연례행사 가는게 있어요"라고 답하며 월드비전 내 '리더회'라는 부인부 모임을 짧게 소개했다. 그녀는 "'리더회'에서 준비해서 거동이 불편하신 분, 휠체어 타신 분들 모시고 바람 쐬러 가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활동비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바자회나 젓갈 이익금을 모아서 어르신들 식사 대접 하곤 해요"라고 말했다.

이런 김안순씨를 잘 알고 있는 가족은 큰 버팀목 역할이 돼준다. 김씨의 남편은 금요일마다 많은 양의 라면과 빵들을 실어 날라주는 '배달 기사'가 된다. "마음으로도 봉사하라고 도시락 사업 후원에도 끌어들였어요"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어 보이는 그녀는 "이처럼 가족들이 이해해주고 지지해주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20년간 봉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김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라는 한마디 말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에 대해선 "도시락 배달만 놓고 봐도 집을 여러 차례 걸쳐 알려줘 봤자 힘들다고 금방 그만두시는 분들이 다반사"라며 "강요하는 것이 아니니 붙잡을 수도 없는 것이 '봉사'인 만큼 하려고 마음먹은 자원봉사자 분들은 정말 봉사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오셨으면 한다"고 당부하며 마지막 말을 건넨 후 빈 손수레를 잡았다.
덧붙이는 글 사진 우측에 서 계신 분이 인터뷰이.
#도시락배달 #월드비전 #도시락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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