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시카고> 벨마(최정원)와 록시(이하늬)
신시컴퍼니
뮤지컬 <시카고>의 무대는 종일 어둡고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차 있으며 재즈풍의 음악으로 시작하며 끝난다. 시가, 권총, 살인, 갱 등 1920년대의 시카고를 대표하는 상징물들로 채워진 <시카고>는 당시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돈만 있으면 살인을 하고도 스타가 될 수 있던 미국의 시대상을 위트와 함께 현실 비판적으로 표현한다.
보드빌 배우였던 벨마 켈리는 자신의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살인을 저지른 후 쿡 카운티에 수감되어 있다. 그녀는 교도소 간수인 '마마' 모튼과 시카고 최고의 변호사인 '빌리 플린'을 통해 화제의 스타 여죄수로 살아가며 석방을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여 주인공인 록시 하트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정부 프레드 케이슬리를 살해한 후 쿡 카운티에 보내진다. 록시 역시 '빌리 플린'을 고용하고 빌리의 각본대로 꼭두각시가 되어 자신의 살인을 정당방위로 포장한다. 록시의 이야기는 시카고의 새로운 화젯거리가 되어 벨마를 뛰어넘는 큰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자극적인 기사를 찾아 몰려다니는 황색언론들은 곧 록시의 이야기보다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범죄를 찾아 떠나고 만다. 벨마와 록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며 그들의 유명세는 끝이 난다.
빌리와 록시가 인기를 얻고 잃어가는 과정 속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록시 하트의 남편으로서 존재감 없는 정비공 아모스 하트. 그는 공연 내내 존재감이 없는 캐릭터로 묘사되며 조롱거리가 되지만 극이 끝날 때쯤, 벨마와 록시에게만 귀를 기울이고 아모스 하트를 비웃었던 관객들 역시 황색언론과 다를 바가 없음을 깨닫게 해준다.
이 작품의 내용은 1920년대의 선정적인 싸구려 저널리즘과 미 형법 제도의 모순, 진실보다는 포장을 중시하는 외형주의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주제와 안무, 표현 방법, 미니멀한 의상들은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할 만큼 시시사적이며 현대적이다.
특히 밥 파시의 안무는 코믹하면서도 풍자적인 <시카고>의 매력을 제대로 살린다. 다른 뮤지컬과 달리 시원시원한 동작들보다는 꾸부정하면서도 소소한 근육들의 움직임을 시각화하는 밥 파시만의 안무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미니멀리즘한 블랙 의상과 재즈 음악, 밥 파시의 독특한 안무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뮤지컬 <시카고>의 잔잔한 여운이 남게 만든다.
시카고는 단순한 세트와 조명만으로 움직이며, 사람을 몰입시키는 기승전결식의 스토리텔링도 아니다. 하지만 연기자들의 흡입력있는 연기와 20년대의 시카고를 그대로 재현시키는 재즈 선율과 춤은 한 눈을 팔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 관객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는 서사극적인 특성과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박칼린의 등장은 배우와 관객, 오케스트라를 하나로 만들어 버린다.
올해로 7번째 공연을 맞는 2013년 <시카고>는 대표적인 벨마 켈리로 호흡을 맞춰 인순이와 최정원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이들은 안정적인 연기력과 폭발적인 가창력을 바탕으로 여유로움이 넘쳐나는 벨마 켈리를 연기한다. 올해 새롭게 투입된 오진영과 이하늬는 아마추어적이지만 매력적인 록시 하트를 연기한다.
차별화된 매력의 뮤지컬 <시카고>는 8월 3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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