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가까운 일본만 해도 조부모 손에 크는 아이들의 비율은 높지 않다.
지난 2010년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맞벌이 가정의 경우 만 2세 이하 아동의 17%, 만 3세 이상에서는 10% 미만이 조부모에게 양육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대다수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다.
반면 2010년 삼성경제연구소의 국내 맞벌이부부 대상 조사에서는 64.5%가 '주로 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맡긴다'고 응답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류재광 연구원은 "일본의 고령자들은 은퇴 이후 삶의 질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손주 양육으로 인해 자신들의 삶이 방해받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비교적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충분히 운영되고 있다는 차이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노인들도 '피할 수 있다면' 황혼육아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2012년 9월 서울시가 통계청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통계로 보는 서울 노인의 삶'에서 60대 노인들이 가장 희망하지 않는 노후생활로 '손자녀 양육'이 1위로 꼽혔다. 반대로 가장 원하는 노후생활 1위는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노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혼육아를 하는 노인들이 많은 것은 '아이 기르기 힘든' 경제사회여건의 탓이 크다.
맞벌이가 늘어난 것에 비해 '일하는 엄마'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법으로 3개월의 출산 휴가, 1년의 육아 휴가가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 이를 다 챙겨 쓸 수 없는 직장이 많다. 걷기는커녕 제대로 기지도 못하는 아이를 두고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 엄마들은 월 100만 원이 넘는 베이비시터(아기돌보미)와 부모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에 영아반이 있기는 하지만, 믿고 맡길 만한 곳은 들어가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녀들은 부모를 바라보게 되고, 자녀들의 사정을 빤히 알기에 부모도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권오영씨는 "평소에 절대 손주 키우며 늙지 않겠다고 공언했었지만 갓난쟁이를 두고 출근해야하는 아들과 며느리가 애달프고, 귀여운 아기가 낯선 사람 손에 자랄 걱정 때문에 '그래 내가 키우마'고 나섰다"고 말했다. 특히 가끔씩 뉴스에서 일부 어린이집 등의 아동학대 사건 등이 보도되면 '말 못 하는 어린 것한테 저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싶어 힘들어도 참게 된다고 한다.
자녀에게 양육비 받지만 큰 도움은 안 돼손주를 양육하는 노인들의 경우 대부분 자녀들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거나 '양육비' 명목으로 용돈을 받고 있었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육아정책연구소가 실시한 2012년 전국 보육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인 평균은 월25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 취재과정에서 만난 도시지역 할머니들의 경우 월 50만 원에서 80만 원을 받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인터넷 육아관련 커뮤니티에서 거론되는 평균 '용돈' 혹은 '양육비' 수준도 50만 원 정도였다. 대체로 월 150만 원 정도를 지급해야 하는 베이비시터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셈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2년 조사에서 손주 양육을 담당하는 국내 노인들의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이 약 8.86시간으로 나타났으니, 자녀들로부터 월 100만 원을 받는 다해도 시급이 5000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조부모들은 입을 모아 '돈 보고 손주 키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말한다. 이미숙씨도 "딸에게 양육비 명목으로 매달 50만 원씩 받고 있지만, 아이와 함께 지내다 보면 과자값, 선물 등으로 나가는 푼돈이 많아 실상 남는 것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자녀를 기르고 교육시키느라 모든 것을 다 쏟은 노년세대 중 상당수가 황혼육아를 통해 다시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 2013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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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애 안 봐주다던 노인들, '황혼육아' 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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