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들이여, 그대들은 우리의 동료 시민인가?

[재판관들에게 묻는다②] 차라투스트라 풍으로

등록 2013.10.23 10:19수정 2013.10.2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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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공동주거 침입 및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72세의 노인 강부언씨는 강정마을 주민이다. 그는 지난 10월 8일, 법정 구속되어 현재 제주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제주해군기지 기지사업단 주차장에서 주민 연행에 항의한 것이 공동주거침입과 업무방해의 사유이다.

강씨는 경찰에 고착된 상태에서 경찰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공무집행방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상해 정도를 입증하지 못했다. 이 사건을 그림일기로 기록한 강정마을 '재인'의 일기와 함께, 재판관에게 던지는 질문을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빌려 전한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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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에 사는 재인의 일기장에서 ⓒ 이재인


인간의 악덕에 신물이 나 있을 재판관들이여, 그대들에게 주어진 제도적 역할과 팔씨름이나 한 판! 어려운 일이로다. 법집행자인 그대들 임무의 위대함과 의무의 엄격함. 매우 유익한 억제력으로 양육되던 고시생의 꿈. 침묵 다음으로 아름다운 소리가 될 것이라 믿었던 판결문 낭독.

그대들 판결문 속 강부언 피고는 강정 사람이다. 열매를 먹는 새처럼 유순하다. 한쪽 눈을 실명한 3급 장애인이다. 위암 수술과 전립선염에 시달려 등이 구부러진 노인이다. 부끄러움과 염치를 알아야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법이다. 땀에 젖도록 감귤 밭을 가꾸어서 먹는 밥이 그의 자유다.    

사건1. 공동주거침입, 업무방해 / 유죄
사건2. 공무집행방해 / 무죄
사건3. 공무집행방해 / 유죄
세 사건을 병합하여 유죄가 인정되므로 징역 6개월. 법정 구속.

강부언 어르신이 고소당하던 시기에 제주해군기지 공사는 현행법을 다수 위반한 상태였다. 부적절하게 진행되는 공사였다. 그로 인해 국회는 2012년 예산을 삭감했고, 2013년 공사 일시 중단을 명했다. 현장 상황은 전적으로 불법공사 시행자들과 적법을 요구하는 주민 대치였으며, 경찰은 일방적으로 주민을 압박하였다.

사건2는 "왜소한 피고인이 다수 경관에 의해 제지당하는 상황에서 추가 불법 행위가 예견되지도 않았고, 경찰관의 직무집행이 적법하였다는 주장 역시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 판단되었다. 인과관계가 빤한 무가치한 소송이다. 인력과 세금과 사람의 도리를 낭비하는 처사다.


사건3 역시 절대다수 경찰들이 노인의 신체적 자유를 현저히 구속하는 상황에서 저항하다가 발생한 일이며, 경찰은 상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상해 정도가 입증된 것도 아니다. 이미 장대 같은 경찰들에게 고착되었던 노인에게 방해 당한 공무가 무엇인가. 사건2와 동일한 상황이나 유죄다.

사건1 또한 법을 천박하게 사용한 고소다. 바지선에 올라가 불법 공사 반대 현수막을 건 주민들이 연행된 날. 마을회관 사이렌 소리를 듣고 기지사업단 주차장에 모여 항의한 주민들을 '공동주거침입'으로 고소했다. 자연 부락 파괴자들이 주차장 정도를 공동주거지로 규정했다. 공동주거지인 마을 전체가 공공부지 불법 점거, 경찰력 억압, 비산 먼지, 야간공사 소음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다. 불평등한 법리 적용 아닌가.


약자의 자유를 사냥할 때, 노획물을 주워 바치는 자는 '노예'다 

인류가 농업 발전을 위해 별도의 기술 발명을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이나, 감귤 밭으로 가기 위해 경찰의 방패 벽을 깨야 하는 기술은 성취 불가능하다. 경찰과 몸이 부딪치거나 고착에 저항하면 지난한 재판과 유죄 판결이 뒤따라온다. 주민 총합 5억 원에 달하는 벌금형을 받았다. 주민 수십 명이 구속, 기소되었고 현재 5명이 수감 중이다.
   
대지의 복화술사인 재판관들이여, 어조를 바꾸고 문장을 분절하여도 달라지지 않을 중형이다. 강자가 약자의 자유를 사냥할 때, 불법 노획물을 주워 강자의 발 앞에 바치는 자는 노예다. 손풍금을 내려놓고 생각해보라. 연행할, 기소할, 유죄를 선고받을, 대상이 뒤바뀐 것 아닌가.

형벌을 이용한 응징 남발은 무능과 무기력을 들킨 정부의 추태. 권력자는 전쟁이 필요하나 농민은 일할 자유가 필요하다. 권력자는 전쟁에 이긴 후 밭과 자유를 돌려주겠다고 소리치지. 거짓말이다. 인류 역사가 오천 년쯤 되니 우리는 피차 선수다.

존경받을 재판관들이여, 그대들은 태양과 같다. 법전과 판례가 그대들 궤도에 동행한다. 큰 부조리를 안고 이행되는 실정법의 송곳니가 무력한 노인을 찢을 때, 방조하지 않을 힘이 그 궤도에는 없는가. 대문만 나서면 보이는 경찰들 때문에 체기에 시달리는 노인의 발버둥을 비극적 유희로 전락시킨 자들이여, 강자를 위해 약자를 벌주고 싶은 욕구는 어디에서 오는가.  

재판관들이여, 그대들 판단 속에 중요하게 생각할 것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할 것을 구별하는 자부심이 없다면, 법전과 판례를 로봇에 입력시키는 것은 어떠한가. 그대들은 우리의 동료 시민인가? 태양빛이 무기력한 것들 주변으로 떨어져 보이지 않게 그들을 살리는 것을 보라. 

한 촌로가 교도소에 갇혀 밖의 아내를 근심하는 겨울이 온다. 거동이 불편한 병자인 그의 아내가 남편에게 전할 말을 구술하였다.

"나 설거지하고 밥하고 빨래하다가 나 졑 떠나니 좋아요? 그 안 밥맛 좋고 잘 지내시나요? 옷이 춥지 않아요? 내복 사야지요? 내가 정신 더 똑바로 차리고 밥 잘 챙겨 먹고 지낼거요."
#제주해군기지 #공동주거침입 #시민 #강부언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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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한국작가회의. 2000 한국일보로 등단. 시집 <이발소그림처럼> 공동저서 <그대, 강정>.장편동화 <너랑 나랑 평화랑>. 2011 거창평화인권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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