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하십니까?' 사회의 부조리한 현상을 보다 못해 밖으로 뛰쳐나온 한 대학생의 외침이었다. 최근 고려대에서 시작된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은 이미 대학생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각 대학 게시판에는 학생들이 쓴 대자보가 넘쳐나고 고등학교에서도 학내 대자보 붙이기 열풍이 불고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SNS가 아닌 대자보로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일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썼다가 지워버리면 그만인 SNS보다 한 번 붙이면 되돌릴 수 없는 대자보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강한 소신을 가지고 글을 썼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외침은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고민인가, 아니면 한 순간 반짝이다 사라질 유행인가? 만일 '안녕들하십니까'가 진정으로 우리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것이라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흔히 한국인의 국민성을 '냄비'라고 표현한다. 어떤 일이 생기면 한 순간 화르르 끓어오르다가도 금방 잊어버린다는 말이다. 이는 SNS가 보편화 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현재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는 철도 민영화에 관련 한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SNS 이용자 대부분은 자신이 직접 철도 민영화에 관련한 의견을 밝히는 대신 누군가가 써 놓은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으로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1만개, 2만개를 넘는 '좋아요' 수는 사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증거다. 그러나 SNS로 만들어진 여론은 자칫하면 '위험한 선동'이 될 수도 있다. 한 번의 클릭으로 만들어지는 패스트 여론이기 때문이다.
'철도 민영화'는 주요한 사안이다. 앞으로 이 나라의 주축이 될 20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철도 민영화에 대해 유난히 20대의 목소리가 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에 편승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사건의 본질을 직시하고 자기만의 신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를 따라서, SNS의 분위기를 따라서 결정하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철도 민영화가 무엇인지, 철도 노조의 파업 이유가 무엇인지, 하나씩 본질을 바라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
혹자는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후진국'이라 부른다. 민주주의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국민이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건전한 비판을 할 때 비로소 성장하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냄비' 근성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훌륭한 지도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깨어있는 국민이다.
'냄비'는 결코 안녕할 수 없다. 오히려 사건을 부풀리고 화제성을 키우는데 이용될 뿐이다. 한 사건에 대해 꾸준히 알아보고 정당하게 비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래 끓을수록 진가가 나오는 '뚝배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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