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중인 심현희 발레리나
곽진성
심현희 발레리나와 발레와의 만남은 6살 때 처음 이뤄졌다. 발레의 첫 시작에서 어떤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가 발레를 배웠던 이유는, 그저 안짱다리를 고치고 싶다는 바람 하나에서 비롯됐다.
"6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했는데, 당시 안짱다리가 심했어요. 고치고 싶은 마음에 발레 학원에 다녔습니다. 턴 아웃 훈련을 하면서 다리 자세를 조금씩 고쳐나갔습니다."발레의 기본 자세 중 하나인 턴 아웃(발과 다리를 골반 관절에서부터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는). 하지만 이 기본 동작은 심현희 발레리나에게 있어선 안으로 굽은 다리를 180도 트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도전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신체적 단점을 갖고 시작한 발레리나의 첫 발걸음은 그리 특별하지도, 뛰어나지도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현희 발레리나는 학창시절 발레 무용수의 정규 코스 같은 예술중학교에도 입학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예술중학교에 입학하려고 콩쿠르 준비를 했고, 작품을 하나 받았어요. 하지만 준비과정에 문제가 생겨, 콩쿠르를 못하게 됐죠. 그래서 예술 중학교를 가지 못하고 일반 중학교에 가야 했어요." 예술중학교에서 수업부터 착실히 발레 기본기를 배우는 것과 달리, 일반중에서는 일반 교과목을 배운 후에야 발레 학원에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일반 중학교를 다니는 무용수들은 연습량에서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심현희 발레리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그녀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힘듦을 이겨냈다.
"그래도 일반중학교에 진학해 좋은 점이 있었어요. 예술중학교부터 계속 기본기를 닦으면 질리는 면도 있는데, 저는 기본기를 늦게 배워 그런 싫증은 없었거든요.(웃음)" 질리지 않은 꿈에 대한 열정, 연습실에서 무수히 반복한 턴 아웃에 대한 연습, 심현희 발레리나는 일반 중학교에서 3년 시간을 알차게 보내며 선화예술고등학교에 합격했다. 이후, 예술고등학교에서 착실히 기본기를 다지던 심현희 발레리나에게는 한 가지 꿈이 생겼다. 국제 발레 콩쿠르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그녀가 고등학교 1학년 시기,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 참가한 것은 그래서였다.
하지만 세계 무대의 벽이 높았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수상자 명단에 심현희 발레리나의 이름은 없었다. 그녀는 2학년 때 또 한 번 도전을 했지만, 다시 고배를 마셨다. 연이은 국제무대 수상 실패 결과는 어린 발레 소녀에게 적잖은 상처가 될 법도 했다. 하지만 심현희 발레리나는 마주한 한계에서 낙담 대신 긍정적인 마인드로 연습을 이어갔다. 그녀가 말했다.
"제 별명이 '헤헤'예요. 외국 발레 선생님이 힘든 발레 연습에도, 제가 웃는 것을 보곤 '헤헤'라고 별명을 지어주시더라고요. 웃는 성격이라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아요." 미운오리 발레소녀 심현희, 국제 무대 비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