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이 침대홈런이의 침대 위에 출산가방을 챙겨 놓았다. 홈런아, 엄마랑 아빠는 준비됐어!
곽지현
그런데 월요일이 지나고 화요일, 그리고 오늘까지도 아무런 기미가 없다. 나는 살짝 힘이 빠졌다. 그런 나를 보고 남편이 하는 말.
"사실 홈런이는 지금 안 나와도 상관없잖아. 예정일이 며칠 남았는데. 빨리 나와 주길 바라는 건 우리 욕심이지."그래, 맞다. 욕심. 자꾸 버리려고 해도 버려지지 않고 하나를 버리면 또 다른 놈으로 나타나는 너란 놈, 그놈의 욕심이란 놈 말이다. 성별을 몰랐을 땐 아들이었으면 했고, 태동이 없을 땐 홈런이의 생사를 확인하게 어서 태동을 시작해줬으면 했던 욕심. 한 주 한 주 보내면서 홈런이가 너무 커지지 않게 하려고 운동도 욕심내서 하고, 게다가 아직 나올 때가 아닐 수도 있는데 빨리 나와 달라는 욕심까지.
홈런이를 기다리는 열 달 동안도 이런데 앞으로 홈런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욕심들과 마주하게 될지. 아무튼, 남편의 한마디로 내 마음도 정리되었다. 그리고 내 마음에 심은 꽃을 노래하면서 더 진정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 홈런아. 네가 나오고 싶을 때, 홈런이가 준비되면 그때 나와. 하지만 꼭! 아빠가 있을 때 나와 줘야해. 엄마 아빠는 홈런이가 나올 때 같이 만나려고 많은 준비를 했거든. 어라, 이것도 또 욕심일까?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있었다. 월요일부터 골반 주위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 혼자 있을 땐 아무렇지도 않다가 남편이 오고나면 그 때부터 통증이 시작된다. 자기 전에는 거의 절정이다. 마치 좁은 골반 틈으로 어떻게든 들어가겠다는 움직임으로 '추정'되는 몸부림이 느껴진다. 홈런이가 발을 뻗어서 내 갈비뼈는 뻐근하고 머리를 골반으로 들이밀어서인지 그 주변은 '악'소리 나게 아프다.
홈런이는 알고 있나보다. 남편 없을 때 나 혼자 홈런이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아무튼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통증이지만 '홈런이를 곧 만날 수 있겠구나' 하고 기대하며 그 통증도 즐기고 있다.
꽃 피랍시고 그 앞에 앉아 노래한다고 꽃이 피어나지 않는 것처럼 출산도 그런 것 같다. 내가 바란다고 그 날에 아기가 나와 주는 게 아니라 봄에 꽃이 피어나 듯 자신의 때를 알고 나오는 것. 출산 예정일보다 2주 늦는 것 까지는 괜찮다고 했으니까 이제는 정말 맘 편하게 기다려 봐야겠다.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카페에서 '출산 후기&성공바이러스' 글을 많이 읽는다. 제목은 대체로 이런 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