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줄기세포에 대한 <네이처> 논문 공저자 중 한 명인 오보카타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만능줄기세포는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EPA
이에 오보카타 하루코는 지난 9일 두 시간 넘게 일본에서 기자화견을 열었다. 여기에는 4명의 변호사가 대동했다. 아래는 회견 전 오보카타의 변호사를 통해 배포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이화학연구소(Riken)와 공저자 분들께 송구스럽다. 불찰로 의혹을 야기한 점, 사과드린다."
"나름 최선을 다해 데이터를 만들고 논문을 썼지만, 기본 문체와 생물계통 논문 표기방식에 대해 경험이 일천했다. 지식이 모자라 이런 일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많은 문제가 표출되었다. 그러나, STAP(외부 자극에 의한 세포의 만능성 획득) 현상은 실존하며 앞으로 사람들 돕는 데 쓰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연구에 정진했다." "다른 연구자들 입장에서 제 실수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실수가 있다고 논문 결론이 뒤바뀌는 것은 아니다. 실험은 기술한 대로 정확히 수행되었다. 데이터는 있다. 실수가 있었지만, 악의적 조작은 없었다." "소속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내부 조사 결과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채 조작이 있었다고 매듭지었다. 저에게 소명 기회를 주시면 왜, 어떻게 실수가 생겼는지 설명드릴 수 있다." "STAP 현상을 여러 번 반복해 스스로 재현했다. STAP 현상을 발견했다는 사명감으로 계속 관찰했다. 논문에 나타난 실수를 가지고 STAP 현상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으면 한다. 후속 연구는 지속되어야 한다." 오보카타의 변호사는 그가 정신적·육체적으로 약해져 회견장 옆 방에 의료진이 대기 중이며, 무리가 된다고 판단되면 기자회견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사는 오보카타가 "육체적·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지난 7일 입원했다가 지금 회견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보카타 "만능줄기세포, 200번 넘게 재현했다" 주장변호사들은 기자회견장에서 이화학연구소 내부 조사 결과 발표에 사용된 용어들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데이터를 '조작(fabrication)'했다고 했는데 '선의의 실수 (honest error)'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고 우연한 오류라는 것이다. 학위 논문의 그림 도용에 관해서도, 박사 논문 그림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 아니고 랩 미팅 중 사용했던 파워포인트 발표 그림을 무의식 중에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연구 부정행위(misconduct)와 표현상의 부적절함(inappropriate expression)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 변호사 오보카타는 자신이 좀 더 주의 깊었다면 실수가 없었을 것이라며 (본인 학위 논문이 아니고 랩 미팅 용) "파워포인트 발표 내용에 포함된 그림을 <네이처> 논문에 사용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의도적 조작이 아니더라도, 상관 없는 그림이 <네이처> 논문에 쓰인 것 그 자체로 문제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는 "지식이 모자라 불찰로 저지른 제 실수에 대해 마음 깊이 사죄드린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오보카타는 STAP 세포는 분명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STAP 세포를 200번 넘게 자체 재현했다는 것이다. 그는 "STAP 세포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하면 어디서든 직접 시현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3년간 연구를 기록한 2개의 실험 노트에 관해서도, 이화학연구소에 제출한 것이 2권일 뿐 더 많은 실험 노트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현성에 관해서는 거듭 "<네이처> 논문은 새로운 현상의 발견에 관해 기술한 것이지 그 현상들을 재현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명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STAP 기술을 바탕으로 이웃을 위해 도움이 될 무언가를 개발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중략) 논문의 결론이 올곧은 한, 철회하지 않고 세상에 결과를 공표해 두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보카타는 논문을 철회하라는 이화학연구소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리고 제3자가 실험을 진행하면 결과가 그대로 재현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논문의 공저자로 줄기세포 분야에서 존경받는 와카야마 박사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우선 지금 할 일은 논문부터 철회하는 것이다. 1월에 게재된 <네이처> 논문은 엉터리라 신뢰성을 상실했다"며 "철회하고 재현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리라고 지적한 바 있다.
찰스 바칸티는 미국인 마취과 의사로 논란이 된 <네이처> 논문의 최고 책임자로 교신 저자이다. 바칸티는 논문에 포함된 실수가 결론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므로 논문 철회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바칸티는 공학자들과 조직공학(tissue engineering)이라는 분야를 개척하며 알려졌지만 줄기 세포 분야에서 인정 받던 연구자는 아니었다. 이번 두 편의 <네이처> 논문 결과가 워낙 획기적이고 간단한 방법이라 주목을 받았다. 바칸티 같은 중견 연구자가 과욕으로 무리수를 둔 것인지, 의도하지 않은 중대한 실수인지는 차차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오보카타와 바칸티의 논문은 <네이처> 편집장 권한으로 게재 취소될지 아니면 두 저자가 철회없이 계속 버틸지 하는 운명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오보카타와 바칸티의 논문이 제3의 연구자에 의해 재현될 경우다. 그렇게 되면 문제의 <네이처> 논문이 또 다른 연구자금을 획득하거나 특허 같은 이익관계를 도모하는 데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일본 합작판 '황우석 사태', 논문 철회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