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2014.7.24 서울광장
김진희
이런 환경속에서 고맙게도 학생들이 다시 거리로 돌아왔다. 13일 광화문 집회는 '학생, 교수, 교사'들이 주축이 되는 자리였다. 집회가 끝나고 유가족들과 대학생들의 간담회 시간이 주어졌다. 유가족들과 학생들의 간담회 자리는 강의실의 풍경과 같았다. 선생은 앞에서 떠들고 학생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 익숙한 모습말이다.
유민이아버지가 학생들에게 부탁했다. 제발 앞으로 나와 달라고. 다른 한 아버지 역시 학생들의 참여가 이렇게 저조할지 몰랐다며 서운함을 표시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조직적으로 조금씩이라도 참여해 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앞으로도 계속된 연대를 부탁했다.
학생들은 각종 매체들이 그렇게 만나고 싶어하는 유가족들을 면전에 두고 왜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었을까? 매체들이 보도한 내용외에는 그들이 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매체들이 각종 문제들을 제기했고 그들도 유가족들도 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할 말이 없었다. 유민아버지가 속한 그룹의 대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진도에 다녀 오신 분 계십니까?","세월호 문제를 위한 다른 행동사항들을 아십니까","인디고고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 관련 광고 펀딩은 알고 있습니까?","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1일 유엔에서 기조연설 하는 것은 알고 있습니까?" 어떤 학생에게도 "다녀왔습니다","알고 있습니다"라는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한국현대사의 큰 획을 그은 서중석 교수는 퇴임식날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진보일수록 공부를 해야한다. 제대로 된 진보가 되려면 열심히 공부를 해야한다. 그런데 요즘 진보라고 지칭하는 자들은 그와 정반대다라며 얼굴을 붉힐 정도로 열을 내면서 이 시대의 진보라고 지칭하는 이들을 꾸짖었다. 이 꾸짖음은 이 시대의 대학생들도 포함된다.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석하는 걸로 자신이 속한 단체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들지말고 진정 세월호사건의 문제가 무엇인지 한 번이라도 깊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잊지않겠다는 깃발은 단지 깃발일 뿐이다. 잊지 않기 위해서는 행동해야 하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동기부여가 있기 위해서는 "왜"라는 물음에 스스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들은 왜 세월호사건이 우리 사회의 문제이며, 나는 왜 이 자리에 깃발을 들고 서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