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전체회의 참석한 최경환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답변하고 있다.
유성호
임금피크제란? |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의 한 형태로, 일정 연령 이후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장기근속 직원에게 임금을 줄여서라도 고용을 유지하는 능력급제의 일종이다. |
그런데 지난 11월 2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출입기자단 정책세미나에서 "정규직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서 인력을 못 뽑는 상황"이라며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인해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되었다.
이어 내년도 경제운용방향에 대해 "임금피크제 도입 등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부분을 비정규직 처우개선 문제와 같이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정규직 과보호를 조금 완화하면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를 개선할 수 있고, 또 해고가 쉬워져 고용이 늘어나면 청년실업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뒤를 이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1월 27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떨쳐 버리기 위해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한다"며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고용시장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과 노사·노노 간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 1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격차, 노동시장 경직성, 일부 대기업노조의 이기주의 등은 노사, 노노 간 갈등을 일으켜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대표적 장애물"이라며 "최근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노동시장 양극화가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막고 우리 경제를 저성장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는 발언을 했다. 경영상 해고 요건을 강화해서 고용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게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이었는데, 지킬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 정부와 여당 대기업이 원인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정부, 여당과 청와대가 나서서 재계의 숙원인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열악한 고용 환경의 원인은 재벌대기업과 그들 편만 들어 온 정부, 여당에게 있다.
지난 9월 25일 CEO스코어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재벌 가문의 작년 총자산은 1244조6000억 원으로 지난 2009년에 810조 원이었던 것에 비해 5년 사이 무려 53.4%나 증가했다. 또 그 사이 10대 가문의 계열사 수는 820개에서 985개로 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 11월 14일 통계청은 "2014년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부채는 5994만 원으로 전년에 비해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빚 없으면 부자"라는 말까지 나 돌 정도로 서민경제는 휘청거리고 내수경제는 침체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도 수출대기업은 MB정부의 고환율정책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봤다. 그러나 그로인한 물가인상 등의 부담은 노동자 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또한 비정규직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크게 늘어 지금은 임금노동자의 약 절반 규모에 이른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은 임금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해 예산안에서 소득세수가 법인세수보다 8조2000억 원이나 많아 '재벌 퍼주기 예산'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투자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재벌 대기업들에게 철도, 의료 등의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는 과정을 밟으며 친재벌적 정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에서 오는 내수경제의 침체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의 책임은 정부와 여당 대기업에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 책임을 모두 정규직 탓으로 돌리며 노동시장 유연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새누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정규직 과보호론'에 대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크다면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를 높여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문제의 원인을 엉뚱하게 정규직 탓으로 돌려 전체 일자리의 질을 나쁘게 만들고 노동 시장을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하겠다고 하면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계 역시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는 정작 국민에게 필요한 비정규직 개선대책은 내놓지 않고 거꾸로 정규직의 노동조건을 하락시켜 하향평준화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 대책은 극소수의 정규직과 다수의 중규직, 절대다수의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을 3중 구조화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