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현재를 걱정하며

[주장] 한의학이 국민 의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언

등록 2014.12.26 16:59수정 2014.12.26 16:5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의학이 불신의 늪에 빠져 있다. 한의사는 고의든 아니든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된 데에는 그 누구보다 한의사들의 책임이 크다. 한때 중국 국민당 정부는 한의사를 쓸모없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차별하며 배척했다. 한의학의 폐지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한의학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던 것이다.


일반인 중 다수는 양의는 과학적이고, 한의학은 비과학적이라고 인식한다. 양의는 효과가 빠르고 한의는 느리다. 양의로 치료할 수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한의를 찾는다. 한의는 만성병 치료나 보약이나 짓는 수준이다.

수천 년 동안 동양의 건강을 지키고 치료해 온 한의다. 과거에는 모든 질병을 한의로 치료했다. 그럼에도 왜 한의는 이토록 매도되고 있는가? 한의는 정말 치료 효과가 나쁜가? 한의학 이론의 문제가 있는가? 근본적으로 한의학 이론으로는 병을 고칠 수 없는가? 우리 아들의 주장으로는 한의는 허무맹랑하며 플라시보 효과 이상도 이하도 없단다.

한의가 이토록 불신에 늪에 빠진 것은 '강호의 술사'들 탓도 크다. 사이비 한의사들 말이다. 어깨 넘어 배운 지식이나 경험 한 두 가지로 만병통치가 가능한 것처럼 떠벌리고, 전문가로 행세한다. 이런 사이비가 판치는 것은 한의학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크다.

일반인들은 사이비 한의사와 진정한 한의사를 구분할 수 없다. 용하다고 이름난 사람이 침을 놓고, 처방을 해 주었는데 어쩌다 치료가 되면 고수로 인정한다. 이론도 없고, 근거도 없는 이런 사이비 고수 때문에 한의학은 신비한 의술로 인식된다.

최근에는 무슨 병이든 고칠 수 있다고 신문, 잡지, TV 까지 광고를 하는 지경이다. 도처에 한의학 전문가와 권위자들이 판을 친다. 자신만의 비방이라고 대놓고 선전하는 사람들, 간염, 파킨슨병, 암도 그들에게는 쉬운 질병이 된다. 이런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정작 병을 고쳤다는 사람은 드물다.


한의학계가 이렇게 멍들어가고 있는 것은 한의학계 종사하는 사람들의 문제다. 무책임하게 한의학을 신비한 의술로 만드는 한의사들을 방치하고, 사이비 한의사들의 준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제도권 한의학계의 책임이다.

한의학의 현대화라는 미명하에 대학 교육에서조차 한의학의 경전은 뒷전이고, 서양 이론에 종속된 것이 현실 아닌가? 서양 의학 이론으로 무장한 상태에서 한약을 짓는 것은 컴퓨터가 조제를 하는 것만도 못하다. 한의학 이론을 바탕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는 한의사라야 진정한 한의사다.


한의학이 살아나려면 한의사들이 한의학 이론에 정통해야 한다. 심오한 동양 철학의 깊은 이론을 바탕으로 그 속에 숨어 있는 지혜와 예지를 활용하여 진단하고 시술하면 양의보다 훨씬 높은 치유 효과를 낼 수 있다.

한의학의 심오한 지혜를 알지 못하다 보니 양방 기계를 사용하지 못해 문제 삼고, 자신의 질병을 스스로 고쳐보겠다고 공부하는 대중을 탓하는 우매함에 빠진다. 한의학이 진정으로 발전하고 신뢰를 받으려면 한의사들이 그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다양한 임상 사례를 발표하고 공유하면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치유 효과를 높이고,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대중의 신뢰 없이는 결코 한의학이 발전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에 대한 이론 전파에도 적극 앞장서야 한다.

즉, 대중에게 한의학이 어떤 원리, 어떤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며, 어떤 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알려야 한다. 비방이나 신비함의 굴레에 묶인 한의학을 밝은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 누구나 증명할 수 있고 재현될 수 있는 것이 바로 한의학의 과학화다. 반복적이고 재현 가능하며 이론의 적용이 정확하다면 동일한 치유 효과가 나와야한다.

한의학이 살아나려면 객관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치유 효과가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되고 어떤 경우에는 효과가 없는 것은 비과학의 전형이다. 한의사들이 자신의 의술로 치유되지 않을 때 보다 철저하고 뼈를 깎는 각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자신이 발견한 치유법이라고 숨겨두고 비방처럼 사용하는 현재의 일부 풍토에서는 결코 한의학이 살아날 수 없다. 다양한 임상 교류를 통해 이론적으로 증명되고, 체계화된 치유 방법을 공유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사이비 한의사나 비방으로 대중을 등치는 사람들이 사라진다.

한의학의 진정한 중흥은 대중이 기초적인 한의학적 지식을 갖추었을 때 가능하다. 지금처럼 '쇼' 한의사가 난무하고, 비방을 공공연히 광고하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한의학의 미래는 없다. 비관적인 상황임에도 이런 글을 쓰는 것은 한의학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한의학계의 변화를 기대해 보면서 글을 마친다.
#한의학 #쇼한의사 #한의사 #비방 #사이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3. 3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4. 4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5. 5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