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로 떠나기 전4박5일 위로휴가를 마치고 백령도로 가기 위해 고향역에서
임영섭
오늘 4시간 걸리는 푸른 바닷길을 건너가 백령도 섬에 오른 해병대 아들아, 건강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용기를 품고 선임들 잘 따르며 멋진 군인이 되기를 바란다. 네가 입으로 초전박살을 외치며 자주포를 가동시켜 빵빵 포를 날리며 축구장 3배 넓이를 초토화시킬 때 나는 너에게 겉으로는 박수를 보내며 너의 임무 완성에 환호하겠다.
그러나 먼 후방에서 네가 있는 섬을 감싸며 아비는 평화를 기원한다. 너를 지키기 위해 간절히 염원하는 것이 바로 평화이다. 진짜 군인 해병은 바로 그것을 깨닫는 순간이 될 것이다.
네가 어제 인천을 떠나기 전 서울에서 만난 친구에게 전해준 너의 핸드폰을 받으러 엄마가 시외버스터미널로 갔다. 너의 청춘이 잠시 정지되어버렸지만 멀리서 네가 쏘아대는 포탄이 사람들 SNS 속으로 퍼져 평화의 메시지를 날렸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섬에서 잉태된 평화가 한반도 전역으로 퍼지기를 고대하면서 노래 하나를 덧붙인다.
<백령도의 평화를 위한 노래>백령도를 향해 포문을 열고 조국을 겨누는 북녘 병사들아백령도에 와서 그대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아라용연군을 향해 포문을 열고 조국을 겨누는 남녘 병사들아용연군에 가서 그대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아라그대들이 적개심으로 노려보고 있는 곳은 우리 조국이다그대들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곳은 우리 조국이다적개심을 가지고 노려보아야 할 것은 분단의 역사표적으로 삼아야 할 것은 조국과 민족을 향한 적개심그대들이 배를 띄워 도달해야 할 곳은 증오 없는 조국이다그대들이 상륙하여 깃발을 꽂아야 할 곳은 분단 없는 조국이다바다를 건너가 동족을 어루만지는 바람이 되어보아라바다를 건너온 바람에게 서로의 속마음을 열어보여라그대들이 포를 쏘아 도달하는 거리는 좁혀야 할 간격이다그대들이 눈 가까이 끌어당겨야 할 곳은 가늠쇠 너머이다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바다에 난 길을 바라보아라투시경으로도 볼 수 없는 길 하나가 떠오르는 것을 찾아보아라바다에 이는 파도는 북녘을 밀어내야 할 전선이 아니다바다에 이는 바람은 남녘을 넘어뜨리는 전략이 아니다북녘으로 가는 남녘의 벅찬 발걸음이다남녘으로 가는 북녘의 눈물겨운 팔 벌림이다백령도에서 포문을 열고 동족을 겨누는 조국의 아들딸들아용연군에서 포문을 열고 동족을 겨누는 조국의 아들딸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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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해병으로 떠난 아들아, 아비의 소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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