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해병으로 떠난 아들아, 아비의 소망은...

백령도를 위한 평화의 노래

등록 2015.01.09 11:07수정 2015.01.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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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척 하늘이 푸르렀다. 소라단 솔숲을 올해 처음으로 거닐며 나무들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찍다 그 위로 열려있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인천에서부터 푸른 바다를 저어 백령도로 갔을 너의 뱃길이 하늘에 어려 보였다. 그리운 사람이나 외로운 길들은 저처럼 하늘에 맺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박5일 너의 짧은 위로휴가가 끝나면서 우리 가족들의 기쁨의 유통기한도 끝나버렸다. 너의 귀환을 환영해주던 때 이른 베란다의 동백꽃도 본래의 계절로 돌아갔다.

해병대 신병훈련 수료식 극기주를 끝으로 7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해병으로 탄생하는 순간
해병대 신병훈련 수료식극기주를 끝으로 7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해병으로 탄생하는 순간임영섭

집에 돌아오니 여기저기 뉴스에서 새로 발굴한 남북 대결에 관한 보도가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한다. 서해5도 점령이라는 말들은 오래 전부터 들어왔다. 묵은 불안감을 이제 강인한 정신으로 물리치려는 습관을 나도 길들이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막강한 군사력이 더 든든해지고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발언에 기대고 싶어졌다. 아들을 북한 코앞으로 보낸 부모의 보호본능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평화를 기원한다. 대결과 충돌은 결코 서로의 안전을 약속해주지 않는다. 북한이 못마땅해 하는 NLL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서해5도를 향한 기습 점령으로는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 씻을 수 없는 상처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서로의 사이에 그어진 분단의 선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화해만이 해결책이다. 너는 하늘을 찌르는 해병대의 정신으로 적을 무찌르겠다며 국가의 몸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남기고 떠나갔지만 나는 오직 평화만을 빈다. 네가 가서 근무할 백령도의 군사력을 주변 북한과 비교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평화의 푸른 물결로 둘 사이를 가르고 다시 잇는다.
신병훈련 수료식을 마치고 포항 인근 바다 갈매기섬 인근 펜션에서
신병훈련 수료식을 마치고포항 인근 바다 갈매기섬 인근 펜션에서임영섭

우리의 영토를 지키러 간 아들을 둔 부모가 동족이 있는 15km 가까운 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이 모순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이지? '백령도'라는 땅을 매일 안부를 묻듯 검색하고 'K-9 자주포'나 '공기부양정', '특수전' 등을 자꾸 떠올리고 있는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모르겠다.

해병대의 정신을 동경하며 입대하는 너에게 나는 어울리지 않게 우리나라의 역사를 말하고 통일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누구를 설득시키는 일보다 먼 곳에서 남몰래 평화를 기원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서해 최북단에 근무했던 모든 병사들이 지금까지 아무런 탈 없이 제대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를 위무하지만 대결과 분단의 역사는 오직 미래만이 있을 뿐이다. 충돌이냐, 화합이냐, 아니면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냐. 백령도에 해병대로 아들을 보낸 부모는 그 중의 하나, 충돌을 걱정하며 잠 못 이룬다. 오랜 밤 잠들어버린 우리 민족의 우둔함과 부끄러움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다.


백령도로 떠나기 전 4박5일 위로휴가를 마치고 백령도로 가기 위해 고향역에서
백령도로 떠나기 전4박5일 위로휴가를 마치고 백령도로 가기 위해 고향역에서 임영섭

오늘 4시간 걸리는 푸른 바닷길을 건너가 백령도 섬에 오른 해병대 아들아, 건강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용기를 품고 선임들 잘 따르며 멋진 군인이 되기를 바란다. 네가 입으로 초전박살을 외치며 자주포를 가동시켜 빵빵 포를 날리며 축구장 3배 넓이를 초토화시킬 때 나는 너에게 겉으로는 박수를 보내며 너의 임무 완성에 환호하겠다.

그러나 먼 후방에서 네가 있는 섬을 감싸며 아비는 평화를 기원한다. 너를 지키기 위해 간절히 염원하는 것이 바로 평화이다. 진짜 군인 해병은 바로 그것을 깨닫는 순간이 될 것이다.


네가 어제 인천을 떠나기 전 서울에서 만난 친구에게 전해준 너의 핸드폰을 받으러 엄마가 시외버스터미널로 갔다. 너의 청춘이 잠시 정지되어버렸지만 멀리서 네가 쏘아대는 포탄이 사람들 SNS 속으로 퍼져 평화의 메시지를 날렸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섬에서 잉태된 평화가 한반도 전역으로 퍼지기를 고대하면서 노래 하나를 덧붙인다.

<백령도의 평화를 위한 노래>

백령도를 향해 포문을 열고 조국을 겨누는 북녘 병사들아
백령도에 와서 그대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아라
용연군을 향해 포문을 열고 조국을 겨누는 남녘 병사들아
용연군에 가서 그대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아라
그대들이 적개심으로 노려보고 있는 곳은 우리 조국이다
그대들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곳은 우리 조국이다
적개심을 가지고 노려보아야 할 것은 분단의 역사
표적으로 삼아야 할 것은 조국과 민족을 향한 적개심
그대들이 배를 띄워 도달해야 할 곳은 증오 없는 조국이다
그대들이 상륙하여 깃발을 꽂아야 할 곳은 분단 없는 조국이다
바다를 건너가 동족을 어루만지는 바람이 되어보아라
바다를 건너온 바람에게 서로의 속마음을 열어보여라
그대들이 포를 쏘아 도달하는 거리는 좁혀야 할 간격이다
그대들이 눈 가까이 끌어당겨야 할 곳은 가늠쇠 너머이다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바다에 난 길을 바라보아라
투시경으로도 볼 수 없는 길 하나가 떠오르는 것을 찾아보아라
바다에 이는 파도는 북녘을 밀어내야 할 전선이 아니다
바다에 이는 바람은 남녘을 넘어뜨리는 전략이 아니다
북녘으로 가는 남녘의 벅찬 발걸음이다
남녘으로 가는 북녘의 눈물겨운 팔 벌림이다
백령도에서 포문을 열고 동족을 겨누는 조국의 아들딸들아
용연군에서 포문을 열고 동족을 겨누는 조국의 아들딸들아
#백령도 #해병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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