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알바' 원하시면 1인당 만원씩 더 주세요"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 채용 단계에서부터 외모로 필터링

등록 2015.01.15 19:22수정 2015.01.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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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때문에 매번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 선정에서 탈락했어요."

2013년 5월부터 2015년 1월까지,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던 신아무개(33)씨는 이번에도 하객 아르바이트 선정에서 제외됐다.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대행업체가 운영하는 카페에 전신사진과 본인의 얼굴이 명확하게 나온 사진 두 장을 올려야 한다. 신씨는 "사진을 올렸지만 연락이 없다"며 "외모 때문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결혼식 하객 대행은 의뢰인의 결혼식에서 친지·친구 등의 역할을 해주고 일당을 받는 형태의 아르바이트다. 주로 대행업체를 통해 이뤄진다. 1시간에 평균 1만5000원을 벌 수 있고, 식사가 제공되는 경우도 있어 편한 이색 아르바이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대행업체의 아르바이트 지원 경쟁률은 15:1 수준이다. 전국 단위로 하객 아르바이트를 모집하고 있는 이 업체의 경우 서울·경기 지역에 등록되어 있는 지원자만 1300여 명에 달한다.

"최대 2명까지만 교체 가능합니다, 주의해 주세요"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도 외모를 보고 뽑는 사회.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도 외모를 보고 뽑는 사회.sxc

하객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기준이 신씨의 주장처럼 정말 외모일까. 아르바이트 선발에 외모를 보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2일, 서울 지역 하객 대행업체 두 곳에 직접 하객 대행을 의뢰해봤다.

- 신부 친구 대행 서비스를 주문하고 싶은데요.
"네. 계약금 보내주시면 섭외 후 사진 보시고, 2명까지 교체 가능합니다."


- 사진을 보고 마음에 안 들면 재섭외가 되는 건가요?
"네. 저희 회사는 얼굴이 기본 이상이 되는 사람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만, 전원을 미인으로 구성하길 원하시면 가격은 별도 견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 추가 비용 지불하면 가능한가요.
"구체적인 외모 조건을 말씀해 주시면 최대한 맞춰드립니다."


- 키가 165cm 이상 되는 사람으로 맞춰주실 수 있나요.
"최대한 고려하겠습니다. 우리 아르바이트생들은 기본적으로 160cm는 넘어요."

- 사진은 언제 받아볼 수 있나요?
"섭외가 끝나면 전신 사진과 정면 사진을 보내드릴게요. 저희 아르바이트생들이 하객 대행을 하려면 팀워크도 필요해서 최대 2명까지만 교체 가능하다는 점 주의해주세요."

"외모 뿐 아니라 연기력도 필요"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사진을 포함한 자기소개를 올려야 한다.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사진을 포함한 자기소개를 올려야 한다.장나래

별 다른 주문사항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업체에서는 "사진을 촬영하려면 3명·3명·4명 구성으로 줄을 서야 하기 때문에 최소 10명은 필요하시다"며 적정 인원을 제안해줬다.

이 업체는 10명 이상을 대행했을 때는 1인당 2만5000원을 받고 있지만, 외모를 까다롭게 요구할 경우에는 1인당 1만 원을 추가해 3만5000원을 요구한다. 보통 1~2개월 전에 예약을 받아 대행을 진행하지만, 계약된 순서로 진행하기 때문에 외모를 고려할 경우에는 3~4개월 전에 예약을 받아 진행한다.

견적을 의뢰한 다른 업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업체 관계자는 "미모가 보통 이상인 분들로만 구성할 경우 비용 추가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며 "깔끔하고 스타일 있는 분들로 진행 가능하다"고 답했다.

앞서 신아무개씨를 뽑지 않은 업체 측은 전화통화에서 "의뢰인들이 외모를 따지는 경우가 있어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일"이란 입장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아르바이트생 외모가 별로인 경우 결혼식에서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거나, 결혼식 후에 항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연기력도 필요하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을 처음 뽑을 때는 외모를 고려해 발탁하지만, 그 다음에는 신부 대기실에서 어색하지 않게 잘 대처하는지를 보고 고정 멤버로 발탁한다"고 말했다. 하객 아르바이트의 1차 관문은 외모고, 한번 예식에 참여한 이후에는 연기 능력을 본다는 것이다.

이혜정 알바노조 사무국장은 "외모가 직업에 있어서 핵심 능력이 아님에도 '용모단정'이라는 이름으로 필요 없는 것들을 지나치게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요구가 노골화되면서 갑질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일부 결혼정보업체의 외모 차별과 관련 "개인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신체적 조건을 근거로 서비스에서 배제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로 차별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생이었다가 현재 한 대행업체 실장을 맡고 있는 백아무개씨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여성 수요가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한다"며 "친구가 진짜 없는 경우도 있지만 예식홀이 넓거나 피로연에서 빈자리가 생길 경우를 대비한 경우도 많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장나래 기자는 <오마이뉴스> 21기 인턴기자입니다.
#하객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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