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삼시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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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tvN의 <삼시세끼>는 지난 백상예술대상에서 나영석 피디가 TV부문 대상을 받으면서, 그들이 이 분야에 최고임을 알렸다. 나영석 작품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일상을 낯설게 하기' 바로 그 콘셉트가 음식, 그리고 배우들과 만나면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가장 훌륭하게 보여준 <삼시세끼>는 그와 작가들의 놀라운 운용의 묘와 맞물려 아쉬움 없이 순항 중이다.
'불을 준비합니다!'라는, 인류 미식과 음식의 역사를 한 줄로 압축한 멋진 문구로 시작한 <수요미식회>. 프로그램 초기 참신한 기획력이 대중의 눈을 잡았지만, 시청률의 경우 MC진, 시간대 변경과 같은 변화에도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템에 따른 편차가 있다고 해도 음식 자체에 대한 토론보다는 언젠가부터 지방보다 '수도권 맛집'에 국한한 품평회로만 이어지고 있는 점은 확실히 아쉽다.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의 처음 기획 의도는 집에 있는 간단한 재료로 손쉬운 음식을 만들어내자는 인포테인먼트의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이제 이 프로그램의 주인은 음식이 아닌 셰프, 바로 그들이다. '셰프테이너'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이들은 치솟는 셰프의 인기만큼이나 시청률도 연일 상한가다. 최근 셰프들의 과한 의존도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히 있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만큼 새로운 화제의 가능성은 아직 충분하다.
백종원 셰프 또한 이제 단순히 탤런트 소유진의 남편이라거나 성공한 외식업자라는 수식어는 별로 어울리지 않게 됐다. 간단하면서도 가장 평균적인 레시피를 제공하는 백종원이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집밥 백선생>이 3회까지 시청률 2.8%를 찍어낸 그의 저력은, 방송 후 가장 많이 회자되는 레시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먹는 요리'가 아닌 '하는 요리'의 틈새 시장을 제대로 찌른다.
예능뿐 아니라 시사, 교양 부문에서 음식의 힘은 강하게 발휘한다. 가장 깨끗한 한국의 맛과 과장하지 않은 재료. 이렇게나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살리면서, 동시에 근사한 최불암의 내레이션이 깔리는 KBS의 <한국인의 밥상>. 특별한 연출이나 형식이 없는 다큐임에도 평균 시청률 8%를 상회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어버이날 특집 방송에선 9.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 저력을 과시했다.
또한 공영 방송만이 할 수 있는 기획이던 KBS의 총 8부작 다큐 프로그램 <요리 인류> 역시 음식 문화에 대한 깊은 고찰을 인정받으며, 지난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요리의 본질, 음식의 이해, 그로 인한 문화를 포괄하며 음식의 발전 가능성을 논하는 이 작품은 국내에서 제작된 모든 음식관련 프로그램 중 가장 폭넓게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찾아 볼 만하다.
그 외에도 지역 고수들의 걸쭉한 입담이 있는 <한식대첩 3>, 신동엽·성시경의 '케미'가 돋보이는 <오늘 뭐 먹지>. 감각적인 여성의 눈으로 음식을 잡는 <테이스티 로드>나 2010년부터 방영한 잔뼈 굵은 <식신로드> 역시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