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가 일어난 프랑스 파리의 거리. '두렵지 않아'라는 팻말이 보인다.
한경미
전화를 끊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술집과 식당에서 AK-47 소총을 든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총을 쏘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온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마침 응급차와 경찰차가 우리가 들은 소식이 맞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끊임없이 지나간다.
하지만 우리는 나가거나 지하철을 타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몇 분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불안한 마음에 창문과 핸드폰만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거리에 사람들이 우리 쪽 길로 달려온다. 순식간에 술집에 있던 우리 모두는 기둥 뒤, 화장실, 냉장고로 기어갔다. 잔들은 깨지고 바닥에 널브러져서 엎드려 있는 우리의 살을 베어갔다.
하지만 그 순간의 공포감은 그런 사소한 상처는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강력했다. 같이 냉장고 뒤에서 숨어있으면서 울음을 터뜨린 한 여자에게 친구는 "괜찮을 거야"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정말로 괜찮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누군가 들어와서 그냥 총을 쏘면 이대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분 후 몇몇 사람들의 "괜찮아, 괜찮아" 하는 얘기를 듣고 우리 모두 그곳을 나와 사람들이 달려가는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지 피할 수 있는지도 모른 채 마냥 뛰다가 친구들을 잃어버렸다.
숨이 차서 거리에 있는 키오스크 뒤에 숨어 있다가 어디로 가야할지 안절부절 못했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작은 길에 보이는 공용 자전거의 페달을 몇 번 밟은 뒤 왠지 모를 불안감에 다시 자전거를 세우고 무작정 거리에 보이는 차에 다가갔다.
택시를 세우고 집에 좀 데려다 달라고 사정을 했지만 택시기사는 이미 손님이 있다고 안 된다고 했다. 그때까지 참던 울음을 터트리며 등을 돌리니 택시에 있던 손님들이 같이 타자고 하며 자리를 내주었다.
택시에 타고 한참을 울다가 택시기사 아저씨와 손님들의 위로로 마음을 추슬렀다. 택시에 탄 부부도 11구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가 소식을 듣고 급히 택시를 탔다고 한다. 여자 분의 동생은 폭발이 일어난 축구경기장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다고 한다. 나를 위로하면서도 전화와 문자가 끊이질 않는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거리,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