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교 교수들의 기묘한 월급이야기

학생들과 영화보거나 낚시해야 월급 받을 수 있어요

등록 2016.01.29 17:57수정 2016.01.3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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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학교 교수들의 월급은 '소속된 학교와 상관없이' 같은 호봉과 직급일 때 동일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국립대학교 교수들의 급여는 소속 대학교에 따라서 많이 다릅니다.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일하는 장소에 따라서 많이 다른 급여를 받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국립대학교의 급여보수체계는 다른 공무원과 상당히 다릅니다. 국립대학기성회가 폐지되기 이전까지 국립대 교수의 급여는 '국가가 호봉/직급에 따라서 주는 월급(아래 '국가 월급')'과 '각 대학별 기성회에서 지급하는 월급(아래 '기성회 월급')'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니 국립대학의 규모, 기성회의 예산상황 등에 따라서 대학별로 국립대 교수의 총 급여는 달라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가가 주는 국가 월급에다가 추가로 기성회 월급까지 받았으니 철밥통(?)인 국립대 교수들이 염치도 없이 엄청난 월급을 받았을까요? 그럴리가 있나요. 기성회 월급 받을 것을 다 감안해서 국가 월급 부분이 다른 공무원에 비하여 터무니 없이 낮게 유지되었던 것이지요.

게다가 교육부는 대학회계감사 등을 통하여 기성회 월급의 한도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더 재미있는 부분은 지난 수십 년간 교육부는 기성회 월급을 '급여보조성 경비'라 부르며 정식으로 '월급'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의 초과수당이 본봉보다 더 많은 노조 없는 회사들이 생각나지 않으세요? 대학교수는 법적으로 노조도 설립할 수 없거든요.

최근에 국립대학의 기성회비가 폐지되면서 기성회계를 대신하여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운영에 관한 법률」(2015.3.13)이 시행되었습니다.

기성회 월급을 월급으로 인정하지 않는 교육부는 대학교수들에게 같은 돈을 주더라도 월급으로 줄 수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다시 말해서, 기성회 월급에 대응하는 돈을 주겠지만 그것은 월급이 아니라 뭔가를 했으니 추가로 얼마를 준다는 수당이라는 겁니다.


초과수당이라는 것이 애초 없는 대학 교수들에게 무엇을 시켜서 수당(월급)을 줄까로 많은 고민을 거듭하던 여러 국립대학교에서는 기발하고 황당한 발상을 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대학의 경우 아래와 같은 '민망한 수당체계'가 만들어 집니다.

학생들과 오리엔테이션, MT 를 한번 이상 다녀오면 일년에 222,000 (원)
학생들과 영화관람, 체육대회, 낚시, 등산을 함께하면 일년에 222,000 (원)
학생들이 경연대회에 참석하면 지도교수에게 일년에 888,000 (원)
학생들과 상담을 몇 번하면 얼마.... 등등
...........


보잘 것 없는 일에 비해 수당을 많이도 받는다구요? 이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이 월급쟁이라고 가정합시다. 지금 받고 있는 월급에서 매달 22만2000원을 빼고 이를 '창업이념 낭송 수당'이라고 부릅시다.

한 달에 단 한번만 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창업주의 사진을 보면서 창업이념을 낭송하기만 하면 22만2000원을 안전하게 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하는 일에 비해서 수당이 많아서 기쁘신가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국립대학교는 교육기관이라는 점입니다. 함께 영화를 봐줄 테니 11만1000(월)원 씩 반반 나누자는 제안을 하는 창의적인 학생이 조만간 등장할까요? 그런 학생을 만나면 상담이 필요하다고 설득해서 상담수당까지 마저 받아야 할까요?

너무나 창의적인 국립대학교 교수의 새로운 보수체계. 저는 두렵습니다.

#국립대학교 #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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