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국민의당, 제2의 평민당 될까

[모비딕 프로젝트] '정덕이'와 함께 하는 국회의원 선거 덕질기 ①

등록 2016.02.21 17:44수정 2016.02.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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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치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알려드릴 '모비딕 프로젝트'의 정덕입니다. 이름이 왜 정덕이냐고요? 예상하신대로 '정치덕후'의 줄임말입니다. 정덕이 정치대화에 필요한 지식을 최대한 쉽게,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알맞게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정덕이라는 말이 유치하지요? 유치하지만 컨셉이니 참고 넘어가 주시길.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는 만큼 정치적 대화를 할 일이 많습니다. 모든 국민이 정치라면 할 말이 많지 않습니까? 친구 간, 부모 자식 간이라도 정치적 대화는 다툼을 유발하거나 서로 기분만 상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나만 아는, 나만 이해한 지식으로 상대방에게 내 정치적 입장을 관철하기 때문입니다. 사안마다 사람들이 인식한 지식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적 대화에서 지식의 차이는 발전적인 토론과 소모적인 다툼을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정치적 대화에서 지식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평민당 프로젝트'가 첫 번째로 선정된 이유는?

 1987년 11월 13일 거행된 평화민주당 현판식
1987년 11월 13일 거행된 평화민주당 현판식김삼웅 블로그

정덕이 알려주는 첫 번째 지식은 '평민당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의 핵심 포인트인 '야권연대'와 관련된 말이죠. 이것을 모르고 야권연대를 논할 수 없습니다. 평민당 프로젝트를 간단히 소개하면, 1위를 달리는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안철수 신당의 창당배경을 두고 유시민 작가가 명명한 것입니다.

유시민 작가는 안철수 신당의 20대 국회의원 선거목표는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영삼이 이끌던 통일민주당을 제치고 제1야당의 지위를 차지한 평화민주당처럼 되는 것이라 주장합니다. 당시 평화민주당은 서울에서 1당을, 호남에서 1석을 제외한 전승을 거뒀는데요(13대 국회의원선거가 다자구도에서 치러졌는데도 말이죠).

유 작가는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대승을 하더라도 제1야당의 지위를 가져서 확고한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것이 안철수 의원의 생각"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래서 야권연대는 정말로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지요.


평화민주당의 배경은 1988년 쌍문동 아닌 동교동

평민당 프로젝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배경인 13대 국회의원 선거를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13대 국회의원 선거는 1987년 민주화와 직선제 대통령선거 이후 그 다음해인 1988년에 치러진 선거입니다. 1987년 대통령선거는 한국정치사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깁니다.


바로 지역감정을 고착화 시켰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DJ(김대중)가 주장했던 4자필승론의 함정이었죠. 4자필승론은 대통령 후보 4명이 각각 지역기반을 가진 만큼, 지역감정과 관계없는 수도권에서 이기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호남이 인구수가 적긴 하지만 DJ에 대한 지지도는 절대적이었죠. 특히 DJ는 대학생과 화이트칼라에게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 인기는 수도권으로 이어졌죠. 따라서 DJ가 4자로 대결하면 정치공학적으로는 누구랑 붙어도 무조건 이긴다는 거지요. 하지만 선거결과는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군부세력 종식은 물 건너갔지요. 더구나 적대적인 지역감정만이 남았죠.

 아...아...
아...아...

그 결과 노태우의 민주정의당은 TK, 김영삼이 당수인 통일민주당은 PK, 김대중이 이끄는 평화민주당은 호남, 김종필의 당인 신민주공화당은 충청으로 민심이 완벽히 분할됐죠. 물론 선거결과에 지대하게 영향을 끼친 'KAL기 폭파 사건'도 있었습니다만, 4자필승론의 패착으로 인한 지역감정은 13대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3등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인구수가 적은 호남당으로 변모한 평민당도 '3등 당'이 될 위기였습니다.

평민당,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1야당이 되다

13대 국회의원선거는 이런 배경에서 진행됩니다. 그런데 선거 결과는 예상과는 조금 달랐죠. 당시만 하더라도 선거는 여전히 관권선거, 금권선거가 이루어졌습니다. 여당은 정보기관과 경찰과 검찰 등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선거에서 지기 어렵죠. 따라서 민정당이 1등이 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예측이었습니다. 그런데 3등 당이 될 줄 알았던 평민당이 제1야당이 됩니다.

이 마법의 비밀에 소선거구제가 있었습니다. 13대 국회의원선거는 여러 명의 당선자가 나오는 중선거구제에서 한 명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호남 민심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평민당이 전라도 1석을 제외하고 모두 쓸어갔습니다. 이 1석도 사실은 당시 전남 신안군에 출마한 평화민주당 한화갑 후보의 등록이 무효처리된 탓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당시 전북과 전남, 광주의 의석이 26석이었는데요. 선거결과 25석을 차지합니다. 신안군에 당선된 후보도 나중에 평민당에 입당을 하긴 하지만요.

지역주의가 강화된 결과, 선거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늘어났습니다. 정책보다는 어떤 지역에 기반한 정당인가가 중요해졌지요. 대학생과 화이트칼라 계층에게 인기가 있던 DJ가 호남민심과 결합했습니다. 평민당은 서울에서도 42석중 17석을 차지합니다. 호남과 서울을 제외하면 경기도에서 딱 한 석을 더 차지했습니다.

YS가 만든 통일민주당은 정당득표수에서는 2위(23.8%)를 기록합니다만 지역구에서 2위로 낙선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체 지역구 의석 224석 중 46석을 얻는데 그쳤습니다. 반대로 평민당은 득표수에서 3위(19.3%)를 기록했지만 지지자들이 결집한 결과, 의석수는 전체 224석 중 54석을 차지합니다.

13대 국회의원 선거결과를 보면, 다자구도 하에서도 충분히 제1야당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평민당 프로젝트의 핵심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필수조건은 호남민심

그렇다면 평민당 프로젝트의 필수조건은 무엇일까요. 바로 호남사람들의 확고한 지지입니다.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평민당의 승리는 전라도 지역의 압승을 바탕으로 합니다. 사실 서울 지역의 승리도 호남민심 덕분입니다. 선거가 다자구도로 치러지기도 했고, 강한 지지세가 결집해서 과반을 승리했죠.

서울과 호남민심이 어떤 관계가 있냐고요? 바로 경상도에 비해 개발이 덜 됐던 호남을 벗어나,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유입됐다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지금도 어르신들은 농담처럼 진담처럼 "수도권에 전라도 사람이 그렇게 많다"고 말하죠. 실제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서울지역 당원 중 많은 사람들이 호남향우회라고 합니다.

이번 탈당 파동에서 더민주의 수도권 의원들이 탈당을 고민했던 것도 호남향우회의 영향이 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 수도권에서는 천표단위로 승부가 갈리는데 호남향우회의 존재는 국회의원에게 어마어마하게 큰 존재니까요.

즉 평민당 프로젝트를 구현하는 동력은 호남민심이 선택한 대선후보가 누구냐는 문제입니다. DJ가 정계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와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그가 호남사람들에게 인정받은 대선후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는 사실상 참패를 합니다. 그럼에도 DJ는 대선에 나갈 수 있었죠.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호남민심이 택해야지만 야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치사에서 검증된 사실입니다.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평민당 프로젝트는 '가동중'

평민당 프로젝트가 정치평론가들의 소설일 뿐이라고요? 글쎄요. 확실히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진행중이라고 보입니다. 증거는 바로 국민의당으로 출마하는 예비후보자의 지역분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비후보자 등록지역이 서울과 전라도에 집중돼 있는데요. 신당이 전국에 선거후보자를 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봐도 그렇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능한 모든 지역구에 총선 후보를 내겠다"고 했지만요.

<국민의당 20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지역분포>
 국민의당은 수도권과 호남의 다수의 후보를 냈다.
국민의당은 수도권과 호남의 다수의 후보를 냈다. 갈릴레이 서클

2월 17일 기준

표를 보시면 알 수 있듯이 국민의당은 수도권과 전라도에 후보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수도권과 전라도를 합치면 전체 예비후보자 중 85.7%나 차지합니다. 평민당과 동등한 비교를 위해 서울과 전라도로 지역을 한정해도 52.8%입니다. 반이 넘는 수치죠. 서울은 의석수가 현재 48석이고, 전라도 지역은 총 30석입니다. 전체의석 지역구 248석 중에는 절반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의당 예비후보자들은 서울과 전라도 지역에 몰리고 있습니다.

서울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흔히 야당세가 약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는 국민의당 예비후보자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의당 예비후보자가 등록한 지역은 어딜까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현역 국회의원의 당적이 더불어민주당인 곳, 흔히 야권세가 강한 지역이라고 평가받는 곳입니다. 전북과 전남, 광주는 말할 필요가 없겠죠. 서울과 호남에서 승리한 평민당의 자취를 쫓아가는 것은 기분 탓 일까요? 그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만이 아시겠지요.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캡쳐.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캡쳐.MBC

그렇다면 평민당 프로젝트는 실현 가능 할까요? 지금으로는 조금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호남 민심이 DJ처럼 확고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그는 아직 호남지역에서 확고한 대선주자로 자리잡지 못한 것 같습니다. 리얼미터 2월 2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지역에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뒤처진 3위를 기록했습니다.

국민의당도 호남에서 확고한 지지를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역시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호남에서 정당지지율은 국민의당 32%, 더민주 27.6%를 기록했습니다. 아직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도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에서도 국민의당 지지율은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정치는 생물과 같다고 말을 합니다. 매우 동적이라는 말이지요. 숨을 쉬기 위해 펄떡펄떡 뛰어다니는 활어의 모습이 정치와 닮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정치예측은 신점과 같은 것이죠. 결국 평민당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선거당일이 돼야 확인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 모든 것은 유권자만이 아실 겁니다. 국민의당이 1988년의 평민당이 될 수 있을지, 4월 13일에 확인해 봅시다.  

 다음 덕질도 기대해주세요. tvn <응답하라 1988> 캡쳐.
다음 덕질도 기대해주세요. tvn <응답하라 1988> 캡쳐.tvn

덧붙이는 글 "후보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소수 정당의 후보가 단 한 명의 국민을 대변한다 하더라도 그 후보는 조명 받아야 합니다. '갈릴레이 서클'이 기획한 <모비딕 프로젝트>는 기성언론이 비추지 않은 구석 정치를 비춥니다. 우리의 발칙하고 빛나는 생각들을 기대해주세요.
#총선 #선거 #덕질 #평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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