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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노태우의 민주정의당은 TK, 김영삼이 당수인 통일민주당은 PK, 김대중이 이끄는 평화민주당은 호남, 김종필의 당인 신민주공화당은 충청으로 민심이 완벽히 분할됐죠. 물론 선거결과에 지대하게 영향을 끼친 'KAL기 폭파 사건'도 있었습니다만, 4자필승론의 패착으로 인한 지역감정은 13대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3등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인구수가 적은 호남당으로 변모한 평민당도 '3등 당'이 될 위기였습니다.
평민당,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1야당이 되다13대 국회의원선거는 이런 배경에서 진행됩니다. 그런데 선거 결과는 예상과는 조금 달랐죠. 당시만 하더라도 선거는 여전히 관권선거, 금권선거가 이루어졌습니다. 여당은 정보기관과 경찰과 검찰 등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선거에서 지기 어렵죠. 따라서 민정당이 1등이 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예측이었습니다. 그런데 3등 당이 될 줄 알았던 평민당이 제1야당이 됩니다.
이 마법의 비밀에 소선거구제가 있었습니다. 13대 국회의원선거는 여러 명의 당선자가 나오는 중선거구제에서 한 명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호남 민심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평민당이 전라도 1석을 제외하고 모두 쓸어갔습니다. 이 1석도 사실은 당시 전남 신안군에 출마한 평화민주당 한화갑 후보의 등록이 무효처리된 탓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당시 전북과 전남, 광주의 의석이 26석이었는데요. 선거결과 25석을 차지합니다. 신안군에 당선된 후보도 나중에 평민당에 입당을 하긴 하지만요.
지역주의가 강화된 결과, 선거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늘어났습니다. 정책보다는 어떤 지역에 기반한 정당인가가 중요해졌지요. 대학생과 화이트칼라 계층에게 인기가 있던 DJ가 호남민심과 결합했습니다. 평민당은 서울에서도 42석중 17석을 차지합니다. 호남과 서울을 제외하면 경기도에서 딱 한 석을 더 차지했습니다.
YS가 만든 통일민주당은 정당득표수에서는 2위(23.8%)를 기록합니다만 지역구에서 2위로 낙선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체 지역구 의석 224석 중 46석을 얻는데 그쳤습니다. 반대로 평민당은 득표수에서 3위(19.3%)를 기록했지만 지지자들이 결집한 결과, 의석수는 전체 224석 중 54석을 차지합니다.
13대 국회의원 선거결과를 보면, 다자구도 하에서도 충분히 제1야당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평민당 프로젝트의 핵심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필수조건은 호남민심그렇다면 평민당 프로젝트의 필수조건은 무엇일까요. 바로 호남사람들의 확고한 지지입니다.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평민당의 승리는 전라도 지역의 압승을 바탕으로 합니다. 사실 서울 지역의 승리도 호남민심 덕분입니다. 선거가 다자구도로 치러지기도 했고, 강한 지지세가 결집해서 과반을 승리했죠.
서울과 호남민심이 어떤 관계가 있냐고요? 바로 경상도에 비해 개발이 덜 됐던 호남을 벗어나,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유입됐다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지금도 어르신들은 농담처럼 진담처럼 "수도권에 전라도 사람이 그렇게 많다"고 말하죠. 실제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서울지역 당원 중 많은 사람들이 호남향우회라고 합니다.
이번 탈당 파동에서 더민주의 수도권 의원들이 탈당을 고민했던 것도 호남향우회의 영향이 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 수도권에서는 천표단위로 승부가 갈리는데 호남향우회의 존재는 국회의원에게 어마어마하게 큰 존재니까요.
즉 평민당 프로젝트를 구현하는 동력은 호남민심이 선택한 대선후보가 누구냐는 문제입니다. DJ가 정계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와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그가 호남사람들에게 인정받은 대선후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는 사실상 참패를 합니다. 그럼에도 DJ는 대선에 나갈 수 있었죠.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호남민심이 택해야지만 야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치사에서 검증된 사실입니다.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평민당 프로젝트는 '가동중'평민당 프로젝트가 정치평론가들의 소설일 뿐이라고요? 글쎄요. 확실히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진행중이라고 보입니다. 증거는 바로 국민의당으로 출마하는 예비후보자의 지역분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비후보자 등록지역이 서울과 전라도에 집중돼 있는데요. 신당이 전국에 선거후보자를 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봐도 그렇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능한 모든 지역구에 총선 후보를 내겠다"고 했지만요.
<국민의당 20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지역분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