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는 박영선 의원국회의장에 의해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원들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지난 1일로 8일째를 맞았다. 지난 1일 오후 국회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트를 하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당과 거대정보기관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밖에 없다", "과반 의석을 주시면 국민여러분이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우성
박영선 선배
선배를 맨 처음 만난 건 2001년 5월쯤이었을 겁니다. 당시 경제부에서 금융권을 담당하던 제가 선배를 만난 건 어쩌면 대단한 행운이었습니다. 선배가 진행하던 <경제매거진>의 마지막 방송에 제가 갑자기 파견되어 방송을 했지요.
제 아이템은 구조조정과 관련된 노동자 문제였던 걸로 압니다. 선배는 제 아이템에 대해 좋은 평을 해주셨고, 저 역시 <경제매거진> 폐지에 저항하던 박 선배의 심정을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인연이었는지 다른 팀원들과 함께 선배의 집에 초대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뒤 박 선배는 경제부장으로 영전했습니다. 저는 대단히 짧았지만 인상 깊었던 만남으로 인해 선배에게 인간적인 호의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선배가 경제부장으로서 보여줬던 모습은 너무 큰 실망이었습니다. 재벌의 이익을 옹호하는 논리에서 한 치의 벗어남이 없는 경제부 기사에 깜짝 놀랐습니다. 박 선배의 경제부 논조는 '조중동'의 반복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제가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지요. 박 선배와 제가 경제문제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함께 경제부에서 일을 한 적도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기대와 너무 다른 박 선배의 경제관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경제부를 운영하던 박 선배가 어느 날 열린우리당에 입당했습니다. 이것은 사실 놀랄 일이었죠. 야당과 비슷한 경제관을 가진 분이 갑자기 여당으로 갔기 때문이지요.
연이어 나를 당혹하게 만든 박 선배 그런데 박 선배는 저를 또 한 번 당혹하게 만들었습니다. 박 선배가 국회 재경위를 맡아 재벌을 비판하며 심상정·김현미 의원과 함께 주목받는 여성 의원 3인으로 거론되었기 때문이지요.
경제부장 시절 누구보다 재벌 비호에 앞장섰던 분의 갑작스러운 변신이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막후에서 시민단체 출신 비서관이 박 선배에게 재벌 비판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그럴듯한 소문도 들렸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국회에서 좋은 일을 하면 그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