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실 사물함에 들어가 까꿍 놀이를 하는 아이
이명화
일단 폐렴은 잡혔지만 고열이 계속 나서 퇴원을 할 수 없었다. 독감검사도 다시 했다. 음성이었다. 그렇게 열이 나는 이유를 알 지 못한 채, 하루이틀 시간이 지나갔다. 결국, 비슷한 시기에 입원해 온 아이들은 하나둘 퇴원하고 새로운 아이들이 들어왔다. 우리 아이와 우리 아이와 비슷한 이유로 퇴원하지 못하는 아이 둘만 장기 입원 신세가 됐다.
아이는 고열이 났지만, 엄청난 에너지와 활동성을 보였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나는 그 주에 있던 강의와 컨설팅을 모두 취소했다. 엄청난 실례였지만, 나를 대신 할 사람을 다 섭외하는 걸로 내 도리를 다했다. 병원에 입원한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일하러 나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입원 11일 차…. 드디어 열이 잡혔다. 병원에 있는 동안, 잘 먹지 않아 살이 쪽 빠진 딸과 함께 퇴원을 준비했다. 일단 친정으로 갔다. 집에 오니 살 것 같았다.
입원이 남긴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미디어 사랑이다. 병원에 있는 동안 2차 감염의 우려 때문에 침대에 잡아둬야 했었다. 근데 눈만 뜨면 신발부터 찾는 아이에게 그건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결국 아이를 잡아둘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 휴대전화로 만화를 보여주는 것. 평소 집에서 TV도 잘 안틀어 놓는데 입원 후 아이는 엄청나게 만화를 보기 시작했다. 뽀로로뿐 아니라 타요, 폴리 등 다양한 만화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온 후 미디어와의 전쟁을 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잠깐 보여주는 것으론 문제 될 것 없지만, 아이는 하루 종일 보기 원했다.
감기 한 번 잘 걸리지 않았던 아이에게 찾아온 폐렴. 사실 열이 나기 시작했던 날, 낮에 구에 운영하는 놀이방에 갔었다. 20여 명의 아이들과 만지고 같이 놀고 했는데 병원에선 거기서 옮아온 것 같다고 했다.
겨울은 엄마와 면역력이 약한 어린 아이에게는 정말 너무 가혹한 계절이다. 밖에 나가면 찬바람에 감기, 아이들이 많은 실내 놀이터에 가면 서로 전염성 병들은 옮게 되고…. 집에 있는 것이 너무 답답했다. 나는 털털하게 아이를 키우는 엄마임에도 이번에 된통 혼나면서 아이들 좀 더 세심하게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벗꽃이 흐드러지게 날리고 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 온 것이다. 다음 겨울이 올 때까지 나와 아이는 매일을 밖에서 보낼 것이다. 봄아~ 너를 기다렸노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링거 꽂고 병원 헤집는 아이... 정말 아픈거 맞니?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