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접 받는 우등생, 줄곧 당연하게 생각했다

30년 전에도 있던 우등생 특별 자습실 지금도 있는 이유

등록 2016.07.20 15:10수정 2016.07.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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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학생이었을 때 우등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야간자율학습을 할 때 책상이 달랐다. 우등생은 칸막이가 돼 있고 공간이 넓은 책상, 그렇지 않은 학생은 평상시 수업 때 쓰는 책상을 썼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 우등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야간자율학습을 할 때 책상이 달랐다. 우등생은 칸막이가 돼 있고 공간이 넓은 책상, 그렇지 않은 학생은 평상시 수업 때 쓰는 책상을 썼다.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우리 큰 아이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인데, 정규 수업시간이 끝나면 야간자율학습이라는 것을 한다. 이 야간 자율학습은 내가 학생일 때와는 다르게 진정 자율이라서 신청한 학생들만이 자율학습을 하게 된다.

그러나 자율학습을 하는 공간은 내가 학생이었을 때와 똑같이 성적 순으로 나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칸막이가 되어 있어 집중을 도와주고 개인 사물함이 딸린 책상에 한 사람당 공간도 비교적 널찍널찍한 공간을 제공받는다. 그러나 그 축에 들지 못하는 아이들은 평범한 교실에서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의자와 책상에 앉아서 자율학습을 한다.

학교 다닐 때 나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내가 그 특별한 교실의 수혜자였을 때도 혹은 그렇지 못할 때에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식이 없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는 게 뭐? 부러우면 열심히 공부하면 되지."

바로 나 같은 기성세대 때문에 30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 특별한 교실이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 같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에게 특별한 환경이 제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특별한 환경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것이므로 학교 입장을 내 입장에서 살펴봤다.

1. 특별한 환경을 제공받은 아이들이 제공받은 환경에 대한 자부심에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성취도도 높을 것이다.
2. 특별한 환경 대상자가 일반 환경으로 내려가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으므로 더 열심히 공부에 임할 것이다.
3. 일반 환경에서 특별 환경으로 올라온 아이들은 자신들이 제공받을 수 있는 특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더 열심히 학업에 임할 것이다.


요즘 유행어로 "너희들은 클라스가 달라" 뭐 이런 의식을 심어주는 것 같다. 다른 이유를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알려주시길.

그런데 이제 어른이 되고 자식을 키우게 되고 사회를 좀 볼 줄 알게 되자 이 특별자율학습실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 같다.


1. 공부를 잘하는 고등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이 더 높은 수준의 공부인가?
2. 남들보다 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사회에 더 좋은 교육인가?

공부를 잘 하는 고등학생은 일류 대학생이 될 가능성이 높고 소위 사회지도층이라고 불리는 계층에 속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다른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교육을 온몸으로 받아온 사람들은 자신들이 평범하게 법대로 대접받으면 "클라스"가 떨어지는 것으로 여기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대접받고 자란 학생들은 사회지도층이 되어 자신이 웬만큼 잘못해도 눈 감아줘야 하고, 법이나 제도 등도 자신들 이익 위주로 만들어져야 하고, 잘못해서 감옥에 갇혀도 호텔급 대접을 당연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 사회를 이끌어나갈 공산이 크다.

뉴스에 보도되는 이른바 특권층 비리 사건이 우등생을 특별하게 대접한 학교 교육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면 지나칠까.

우등생이 이 특별한 대접을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로 느끼는 동안 평범한 학생들은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내면화 하는 역할을 학교 교육이 담당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말한다.

"억울하면 출세해."

아직 초등학생인 내 둘째 아이에게 "고등학생이 되면 공부 잘하는 사람에게는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특권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우리 둘째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럼 공부 못 하는 친구들은 누가 도와줘? 우리 반에선 잘하는 애가 못하는 애를 맡아서  알려줘. 알려주면서 알게 되는 것도 엄청 많아."

어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린 시절에 안 것들을 지켜나가는 것인지 모른다.

개발시대에 만들어졌고 시간이 지나 사회적으로 폐해가 많음이 입증되어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지도 않은 이 우등생 전용 특별자율학습실을 하루 빨리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자습실이 아니라 배려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나눔자습실이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제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우등생 #자율학습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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