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역 해고노동자들은 작년 12월 28일부터 메인트란스 본사 앞에서 농성 중이다.
한민호
서울지하철 9호선의 전체적인 운영은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맡고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서울시의 정부보조금과 자체 수익금의 일부로 ㈜서울9호선운영에게 위탁 맡기고, 이들은 차량 유지보수와 청소 그리고 역사 관리를 다시 '메인트란스'에 하청으로 넘긴다.
초창기 서울 지하철 9호선의 대주주는 현대로템이었다. 메인트란스는 철도차량 유지보수 사업을 하는 현대계열의 기업이다. 이 기업은 2008년 6월에 설립됐다. 9호선의 개통 시기는, 계획수립 초기에는 2007년 말이었다가 2009년까지 미뤄졌다. 9호선은 2009년, 개통이 되자마자 메인트란스와 위탁계약을 맺는다. 메인트란스의 고위직들은 현대에서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하청의 늪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메인트란스는 에프엠택이라는 용업회사와 차량과 건물 청소를 계약했다. 그러니까 지난해까지 개화역에서 청소를 하던 노동자들은, 하청업체의 하청업체의 하청업체인 에프엠택 소속 노동자였다. 메인트란스와 에프엠택과의 계약은 지난해 12월 31일에 종료됐고, 메인트란스는 올해부터 개화역을 제외한 9호선 공항시장역에서 신논현역까지 이미 청소용역을 맡고 있던 ㈜영가와 신규계약을 체결했다. ㈜영가는 신규채용 공고를 내는 형식으로 기존 에프엠텍 청소노동자들을 재고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에프엠택 소속 노동자 48명 중 고용승계가 거부된 이는 14명이다. 그중 12명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고용승계가 되지 않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영가는 자회사 노동조합이 있는 용역업체였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에게 자회사 노동조합 가입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다고 한다. 민주여성노조 9호선지부장 강선규씨는 "결국에 자회사 노동조합에 안 들고,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이유로 해고당한 거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영가는 "우리는 누가 민주노총 조합원인지 몰랐다. 면접 때 역사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없는지의 느낌으로 뽑았다"라고 답했다. 이전 용역업체인 메인트란스 측은 "도급을 넘긴 이후이기 때문에 고용승계에 관련해서는 (우리 업체가) 법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아있는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 또한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더욱 열악해졌다. 월급도 50만 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휴무도 이전에는 같이 일하는 파트너와 협의해서 조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반장이 아예 정해준다고 한다.
"새 용역업체는 일하는 중간에 휴식시간을 몇 시간 놓는 방식으로 월급을 덜 줘요." 농성을 하는 한 분이 말했다. "맞아요. 그래서 다시 돌아가도 걱정이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돌아가야죠." 옆에서 쭉 가만히 듣고만 계시던 분이 말했다.